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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의 출구] ‘탄핵’ 없이 ‘하야’ 없다

박근혜의 ‘자발성에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해법

2016.11.16(Wed) 13:06:13

1. ‘민주화 이후’ 정권퇴진 운동: 반보(半步) 느림의 정치학

제1야당인 민주당은 ‘​반보(半步) 느림의 정치학’​이 불가피했고 또한 합당했다. 이 사건의 본질은 ‘헌정체제 유린 사건’이다. 대통령이 헌정체제 유린의 당사자인 경우, 그를 끌어내리는 해법은 너무 정당하다. 

그러나 정치는 ‘개념적’ 실천행위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 행위를 내포한다. 국민과 교감하면서 이후 행보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민주화 이전의’ 정권퇴진 투쟁은 ‘반보(半步) 빠름의 정치학’이 필요했지만, ‘민주화 이후의’ 정권퇴진 투쟁은 ‘반보(半步) 느림의 정치학’이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초기에 거국내각+2선 퇴진+책임총리를 전면에 내걸었던 것은 충분히 이해될 만한 것이었고, 그리고 합당한 것이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시위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2. 거국내각 해법의 본질: 사실상의 하야론 

국가의 공적인 권위 회복(=국가의 정상화) 이슈에 집중해볼 때, ‘경우의 수’는 4가지 이외에는 없다. ①거국내각, ②하야, ③탄핵, ④약간의 사과를 한 이후 ‘별 일 아니었던 것처럼’ 다시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다(※박근혜 대통령은 이 중에서 ④번​의 해법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태 초기에 민주당은 ①번의 해법인 ‘거국내각’을 주장했다. 거국내각 해법은 애초부터 거국내각+야당주도의 책임총리+전면적인 2선후퇴+탈당의 패키지를 내포하는 것이다. 이는 거국내각 해법의 본질이 사실상의 하야였음을 말해준다.

박근혜 입장에서 ‘하야’만큼이나 ‘거국내각’을 수용하기 어려운 것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거국내각=하야=탄핵’은 사실상의 하야이며, 사실상의 탄핵이기 때문이다. 그저 ‘외피’만 달리할 뿐, 본질은 같은 것이다.


3. 거국내각과 하야론의 공통점: ‘상대방이 수용할 의사’가 있을 때 유효

‘거국내각’과 ‘하야론’은 공통점이 있다. ‘상대방이 수용할 의사가 있을 때’ 유효한 해법이다. 만일 상대방(=박근혜 대통령)이 두 가지 모두 수용할 의사가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25일과 11월 4일에 걸친 두 차례의 불성실한 사과, 11월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제안한 ‘국무총리만 당신네들이 추천하면, 나머진 다 내 맘대로 할 거야’라는 입장표명을 통해 거국내각이든, 하야든 ‘수용할 생각이 없음’을 명백하게 밝혔다. 


4. 박근혜의 ‘자발적 수용’에 의존하지 않는 해법은 ‘탄핵’뿐

민주당은 15일 ‘질서 있는 퇴진론’을 당론으로 정했다. ‘질서 있는 퇴진론’은 ①정치적 하야 선언 ⇒ ②과도내각 수립 ⇒ ③실제 하야의 3단계 과정을 상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법 역시 박근혜가 수용하지 않으면 무기력한 해법이라는 점에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을 마시는’ 해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의 ‘자발적 수용의사에 의존하지 않는 해법’은 탄핵이 유일하다. 그리고 탄핵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절차라는 점에서 가장 명료하고 깔끔한 방법이기도 하다. 

단, 탄핵 돌입 절차는 ‘특별검사’의 결과 이후에 진행돼야 한다. 여야 3당은 14일 특별검사 추진을 합의했다. 특검은 90일을 기본으로 하되, 30일을 연장할 수 있다. 국회는 특검결과에 맞춰 탄핵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5. 5가지 반론에 답함: 탄핵은 ‘사법적 요건’과 ‘정치적 요건’을 포함한다 

탄핵이 이뤄지기 위한 절차는 ①국회의원 (재적) 과반 발의 ⇒ ②국회의원 3분의 2 찬성 ⇒ ③대통령의 업무는 중지되며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 ④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 찬성 ⇒ ⑤인용되면, 60일 이내 대통령 선거 실시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런 절차로 진행되는 탄핵을 우려하는 반론들이 있다. 5가지 반론을 소개하고, 하나씩 검토해보기로 한다. 

첫째, ​3분의 2 가결에 필요한 새누리당 이탈표가 적으면 어떻게 하나?
⇒ 탄핵 가결에 필요한 ​3분의 2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새누리당 비박계는 ‘박근혜와 거리두기’를 위해서라도 탄핵 가결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필요하다면, 미리 ‘대통령 하야 촉구, 여야 국회의원 연판장’을 만들어서 ‘숫자 확인’을 겸하는 방법도 있다. 

둘째,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을 때, 물론 황교안보다 더 좋은 사람이 총리이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총리가 수행하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을 할 수는 없기에 지나친 우려다(※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었을 때도, 노무현 대통령이 지명했던 고건 총리가 권한대행이었다).

셋째, 헌법재판관 성향상 ​3분의 2를 넘지 못할 수 있다?
⇒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도 ‘진보 성향’ 헌법재판관이 더 많아서 탄핵안이 기각되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위법의 사안이 매우 경미했고, 국민들이 여론과 총선결과를 통해 헌재를 압박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원리다. 특검 결과, 국민여론, 국회의 ​3분의 2 가결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부결시킨다면 당장 국민들로부터 ‘헌재 개혁론’이 나오게 될 것이다. 

만에 하나, 헌재에서 기각된다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입각한 탄핵은 기각된 것이다. 그런 경우, 12월 대선을 통해 ‘정치적 심판’을 물어야 한다. 
 
넷째, ‘정치의 사법화’가 우려되기에 헌재가 아닌, ‘정치’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 물론 탄핵 절차 돌입 이전에 ‘질서 있는 하야’가 이뤄지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대통령의 ‘자발적 수용’에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대안이 탄핵 추진이다. 탄핵 과정 자체는 ‘사법적 과정’과 ‘정치적 과정’이 혼합되어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이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떠올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막은 것은 ‘성난 민심’이었다. 한나라당은 일대 위기를 겪게 되었고, 민주당도 풍비박산 난다.

다섯째, 새누리당 비박(非朴)이 원하는 방식이며, 비박에게 정치적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 탄핵은 새누리당 비박이 찬성해야만 통과된다. 물론 새누리당 비박은 탄핵 참여를 통해 ‘절반 정도의’ 정치적 면죄부는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정도는 인정돼야 한다(※그러나 여전히 ‘나머지 절반의 책임’은 남는다).

‘​탄핵 국면’​과 ‘​정권교체 국면’​은 연관은 되어 있지만,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한다. 야당은 새누리당 일부와 탄핵을 통과시키고, ‘박근혜 퇴진 이후’ 대한민국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더 좋은 리더십과 더 좋은 비전의 주도를 통해 집권할 생각을 해야 한다. 


6. 민주공화국과 탄핵: 우리는 ‘왕’을 뽑지 않았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위기에 몰린 닉슨 대통령도 2년 동안 시간을 끌다 하원에서 탄핵결의안이 채택되자 사임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박근혜는 국민 5000만 명이 물러나라고 시위해도 버틸 사람”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탄핵 절차에 돌입하는 시점은 특별검사 결과가 나온 이후가 적당하다. 대략 기간을 예상해보면, 지금 시점을 기준으로, 특검법 본회의 통과 0.5개월, 특검 활동 3개월(+1개월), 탄핵안 국회 통과 0.5개월, 헌재 결정 1개월(+2개월)이 소요된다. 아주 빠르면 5개월, 길면 약 8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즉, 내년 4~7월경에 탄핵이 최종 결정된다.

혹자는 탄핵 기간이 내년 4~7월이면 탄핵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국민들이 ‘왕’을 뽑은 게 아니라, 국민들이 ‘권한을 위임해준’ 대통령이 헌정질서를 유린했을 때, 국민+국회+헌재가 힘을 모아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 자체가 ‘민주공화국’의 이상과 작동원리에 부합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이보다 생생하게 체험하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최병천 정책혁신가(전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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