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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위민원트] 리본 블라우스를 입는 남자들

성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2016.11.14(Mon) 14:17:10

‘패션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이 말은 의상학에서는 꽤 자주, 또 끊임없이 등장하는 말이다. 패션과 사회를 떼어놓고서는 둘 중 어느 것도 완벽하게 설명하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처음 옥스포드 사전에 등재된 ‘Mx’라는 단어와 여리한 실크 리본 블라우스와 두툼한 ‘갑바’의 조합을 만들어낸 구찌, 드레스를 입은 남자를 무대에 올린 비비안 웨스트우드, 아예 남성층과 여성층이란 구분을 없애고 성 중립적인 팝업 백화점을 개장한 런던의 셀프리지스(Selfridges) 백화점 등은 우리에게 새로운 사회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징조들이었다. 

 

패션에선 이미 남녀 성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사진=구찌


우리 사회와 패션은 이제 남녀평등을 뛰어넘어 ‘젠더리스(Genderless)’, 즉 성의 구분을 없애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이건 더 큰 의미에선 우리 사회가 이제껏 생각해온 ‘상식의 선’이 옅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Ms, Mr, Mrs와 더불어 이름 앞에 붙이는 단어 Mx.​ 믹스(Mix)로 발음되는 이 단어는 남녀로 구분되지 않는 사람, 혹은 자신의 성을 밝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지칭한다. “단어가 자신을 정의하는 게 아닌, 사람들 스스로가 단어로 자기를 정의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실크 리본 블라우스를 입은 남자 모델. 사진=구찌

옥스퍼드 사전의 편집자 조너선 덴트의 말처럼 Mx는 우리의 생각을 바꿔놓을 단어가 되었다.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이들을 통틀어 LGBT라고 표현한다)처럼 정통적 성구별로는 어디도 속할 수 없는 이들이 우리 주변엔 생각보다 많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이런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고, 일부 나라에서는 행동으로 그들의 인권을 응원하고 있다. ​

 

몇 년 전,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에서는 고객에게 성별을 표시할 때, Ms, Mr, Mrs 외에 Mx란을 추가했다. 또 성 중립국가로 유명한 스웨덴에는 공공 수영장에 제3의 성을 위한 전용 탈의실이 있으며, 독일은 출생신고서에 성별 기재란을 생략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이가 다 자란 후 스스로 자신의 성별을 적게 하기 위해서다.

 

그 생각의 전환에 가속도를 붙인 건 패션이었다. 혜성처럼 등장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와 ‘성 중립(Gender-Neutrality)’이란 개념으로 각자의 성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다른 성의 옷처럼 보이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낸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너선 앤더슨은 우리의 옷장을 복잡하게 만들어놨다. 엄마의 실크 블라우스를 아들의 옷장으로 옮겼고(물론 딸들도 열광한다), 남자의 신발장에 아찔한 하이힐을 옮겨놨다. 

 

자, 이 모든 패션이 생경하고 때로는 당신에게 과한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 패션들이 얘기하는 건 단순한 자극이 아니다. 우리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들, 만들어놓았던 규칙들을 다시 한 번 의심하고, 바꿔보라는 의미다. 패션 안에서 ‘규칙’이란 말처럼 허무한 건 없다. 어느 때에는 턴업의 높이가 3cm가 적당하다고 하고, 또 어느 때는 10cm가 트렌드라고 한다. 패션이 사고의 유연함을 가져온다는 사실은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패션의 역할 중 가장 높이 사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 그 패션이 우리를 선동하고 있다. 

 

요즘 우리 주변에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일들을 보라. 기존의 방식과 수많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들이 눈만 뜨면 뉴스를 타고 나온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절대적이라고 믿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리본 블라우스를 입은 남자에게 비웃음을 날렸던 당신도 이제 곧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김민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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