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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국내각 양보? 야당을 가지고 논 ‘박근혜의 말장난 시리즈’

2016.11.10(Thu) 11:24:29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8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국 수습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11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났다. 그간 민주당 및 야당들은 거국내각과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대표들이 ‘전제조건’을 걸며 만나주지 않자, 우회적인 방법으로 국회의장을 만났다. 여기서부터 ‘박근혜의 말장난 시리즈’가 시작된다. 

 

박근혜 말장난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국회가 합의하는” 국무총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표현은 ‘새누리당도 합의하는’ 국무총리를 의미한다. ‘야당이 추천하는’ 국무총리와 개념 자체가 다르다. 

 

박근혜 말장난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국회가 추천해준 총리를 “총리로 임명해” 준다고 밝혔다. 즉, 자신이 ‘총리를 임명하는’ 권한을 그대로 행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야당이 그간 주장한 2선 후퇴 주장에 ‘빅엿’을 날린 셈이다. 

 

박근혜 말장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임명된 국무총리에게 “내각을 통할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의하면, ‘통할하다(統轄--)’의 뜻은 ‘모두 거느려 다스리다’이며, 유의어는 ‘통솔하다, 통괄하다’이다. 원래 국무총리의 역할 자체가 내각을 ‘통할하는’ 역할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대통령과 청와대에게 ‘국무총리의 권한’이 불투명하기에, 국무총리가 임명과 해임을 다룰 수 있는 ‘국무위원 임면권(任免權)’이 있는지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답변이 돌아왔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다.

 

답변인즉, 박근혜 말장난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기도 한데,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다 주겠다”라고 말하며 “임명제청권 등 총리의 권한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은 원래 있는 기능이다. 

 

위의 4가지 말장난 시리즈를 정리해보면, ①‘야당’이 아닌 ‘국회가 합의하는’ 총리를, ②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임명하는 권한’을 행사할 것이고 ③그렇게 임명된 국무총리는 내각을 ‘통솔하는 역할’을 하게 되고 ④국무총리는 헌법이 보장된 대로 ‘임명제청권’을 행사하도로 하겠다는 것이다.

 

11월 8일 국회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정의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손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방금 언급한 ①번~④번의 내용은 대한민국 헌법 제86조와 제87조에 있는 국무총리 권한을 순서대로 ‘읽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 번째 말장난의 경우, 헌법 제86조 ①항의 전반부를 읊은 것에 불과하다. 해당 조문은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근혜가 말한 ‘새누리당을 포함해서, 국회가 추천하는’ 국무총리와 ‘국회의 동의’는 같은 말의 다른 표현이다. 전자는 국회의 ‘사전적 동의’를 받는 것이고, 후자는 국회의 ‘사후적 동의’일 뿐이다.

 

두 번째 말장난의 경우, 헌법 제86조 ①항의 후반부 내용을 그대로 읊은 것에 불과하다. 해당 조항은 ‘국회의 동의를 얻으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 번째 말장난의 경우, 헌법 제86조 ②항의 조문을 역시 그대로 읊은 것에 불과하다. 해당 조문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라고 되어 있다.

 

네 번째 말장난의 경우, 헌법 제87조 ①항에 있는 조문을 그대로 읊은 것에 불과하다. 해당 조문은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청와대 대변인은 “국무위원 제청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하나마나한 말이다.

 

국민적 분노의 본질은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헌정체제를 유린했기 때문이다.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①거국내각과 2선 후퇴 ②하야 ③탄핵 ④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버티기. 네 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 민주당은 ‘거국내각+2선 후퇴’의 대안을 주장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장난 시리즈’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음을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하야는커녕 ④번의 해법인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버티기’이다. 

 

‘거국내각과 2선 후퇴’도 상대방이 수용할 의사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박근혜는 수용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남아 있는 ‘경우의 수’는 분명하다. ‘다른 대안’이 시도되어야 한다.

 

[참고] 헌법 제86조와 헌법 제87조

제86조 ①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②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③군인은 현역을 면한 후가 아니면 국무총리로 임명될 수 없다.

 

제87조 ①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②국무위원은 국정에 관하여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무회의의 구성원으로서 국정을 심의한다.

③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④군인은 현역을 면한 후가 아니면 국무위원으로 임명될 수 없다.

 

https://goo.gl/hZH0gS

최병천 정책혁신가(전 국회의원 보좌관)​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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