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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대통령 유고시를 준비해야 한다

'지정생존자'를 통해 본 비상상황 대처법

2016.11.01(Tue) 16:17:04

민주주의 사회에서 군은 국민이 뽑은 정치권력에 복종하는 집단이다. 따라서 국민이 뽑은 선출직 공무원의 지시는 절대적이고, 대통령은 당연히 국가 최고위 공무원이자 군의 최고 지휘관이다. 국민의 대표자라는 자격이 주는 권한이자 책임이 바로 대통령의 군 통수권이다.

ABC 방영 드라마 ‘지정생존자’. 사진=ABC방송


또한, Civilian control이라는 원칙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문민통제라는 말로 번역되는 이 말은 군을 통솔하는 것은 반드시 국민이 되어야 하며, 군대가 스스로 행동하고 결정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역사 속 등장하는 수많은 쿠데타들은 군이 정치가들의 통제에서 벗어나 스스로 정치를 하기 위해서 실행되거나, 또 성공해서 군이 정치를 장악할 경우 그 끝이 좋지 않았다. 

문민통제를 잃은 국가의 가장 비극적인 결과를 보자면, 2차 세계대전 전 일본보다 참혹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민주적 정치 체제를 도입했으나, 부국강병에 대한 집착으로 프로이센과 비슷한 군국주의가 확산, 결국 쿠데타와 비슷한 사건을 몇 차례 겪은 다음 무늬만 총리제 민주주의 중심인 군국주의 국가가 되었다.

문민통제라는 고삐가 풀려버린 일본의 결과는 참혹했다. 불과 중령이나 대령에 불과한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성공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억지 테러를 벌이고, 중국을 침략하고 또 미국에게 전쟁 법을 어긴 기습 공격을 계속했다. 국력의 차이가 엄청났던 미국과의 전쟁에서 일본군은 약한 상대가 전력을 보존하며 영리하게 싸우기보다는, 현지 주민들을 약탈·학살하고 병사들을 소모품처럼 의미없는 자살 돌격에 내몰았다. 결국 엄청난 희생과 계속된 패배와 핵무기 두 발과 함께 일본은 패망했다. 

민간의 통제를 벗어난 일본군은 만주사변으로 멋대로 전쟁을 일으켰고, 그 대가는 참혹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이 와중에서 일본의 군사적 실패는 군국주의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부인한 사람은 없다. 보급이 부족한 병사들에게 풀을 뜯어먹고 진군하라는 명령을 내린 장군이나, 되지도 않는 자살 공격으로 본토 요격에 필요한 소중한 전투기를 낭비한 장군들은 하나같이 쿠데타 세력과의 인맥으로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고 잘못된 지휘를 계속했다. 문민통제가 되지 않는 군대는 정치적으로 나라에 우환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전쟁 그 자체의 무능도 잘 보인다는 것은 현대전에서 마치 법칙처럼 확인되었다.

그런데 문민통제의 딜레마는 군을 통제하는 ‘문’ ‘국민’이 실체적으로 보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누가 국민을 대표하고 군을 통제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민주주의 국가 어디에서나 결론을 내기 힘든 논쟁으로 이야기되곤 한다. 미국의 유명 방송사인 ABC와 미국 최고의 온라인 컨텐츠 회사인 넷플릭스가 방송하는 드라마 ‘지정생존자’는 이런 문민통제의 원칙에 대해서 많은 의문과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드라마이다.

지정생존자는 미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로, 냉전시기 소련의 핵 미사일이 5분이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때, 정부 요인이 한 곳에 모여 있으면 순식간에 행정부가 사라진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국정연설이나 취임식, 기념식 등 대통령과 관료가 모두 참석하는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각료 중 한 명이 지정생존자로 지정되는데, 그는 행사 장소에서 떨어진 곳에서 경호를 받으며 행사가 끝날 때까지 격리된다.

문민통제는 군의 기본 원리이자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이다. 사진=art4Search

드라마 ‘지정생존자’의 주인공 톰 커크먼은, 국회 연두교서에서 대통령과 거의 모든 국회의원이 몰살당하는 테러 이후 후임 대통령이 된다. 미국 법에 따라 조기 대선은 불가능하므로, 3년의 임기를 채워야 하는 그를 공격하는 비판과 비난은 끊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그가 국회의원이나 부통령 등 선거로 뽑힌 적이 없는, 학자 출신의 권력 없는 장관이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테러가 난 당일 대통령에게 구두로 장관직 해임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주인공은 세계 최고의 권력인 대통령의 직을 차지했지만 직접 선출되지 않아서 그 지도력에 끊임없이 의심을 받으며, 선출된 도지사들은 대통령의 직함을 인정하지 않고 반란을 벌이거나 국방장관들이 몰래 음모를 꾸미고 쿠데타를 모색하기도 한다. 대통령감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정생존자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주인공은 대통령이 되지만, 문민통제 원칙이 의심받으며 도전받게 된다. 사진=ABC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어떨까. 대한민국 역시 민주공화국 체제로, 대통령 유고시 권력 서열과 의전 순서에 따라 대통령 업무 대행을 수행하는 규정이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심사 당시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그 기능이 작동된 적은 없다. 우리의 주적인 북한이 몇 번씩 대통령 암살을 획책했지만, 내부의 불만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슬기롭게 막아낸 셈이다. 
 
하지만 이런 행운이 언제까지 갈 수는 없다. 북한의 핵 위협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3대 전략으로 킬 체인, KAMD, KMPR을 채택하고 최신 무기를 들여오기 위해 노력 중인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선제 핵 공격으로 지도부가 공백상태일 경우의 대응책을 논의할 때가 되었다.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연재 중인 밀리터리 만화 ‘70’의 경우, 대통령이 의문의 세력에게 납치된 뒤 벌어지는 2차 한국전쟁을 실감나게 묘사하는데, 지휘부 공백으로 우리 군의 우수한 자원을 제대로 쓰지 못하여 통탄스러운 상황이 실제 상황처럼 펼쳐진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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