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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노포열전] ‘홍어의 전설’ 목포 덕인집

2016.10.25(Tue) 18:04:16

홍어 하면 목포다. 그렇게 유명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도 컸다. 그가 좋아하던 음식이었고, 그의 정치적 고향이 바로 목포다. 그가 집권하던 시기에 홍어는 더 유명해졌다. 하필이면 잘 잡히지 않아서 귀해지는 바람에 홍어의 명성이 올라갔다. 진짜 홍어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던 시절도 있었다. 홍어가 안 잡혀서 출어를 포기, 한때 딱 한 척만 남았던 때도 있다. 

 

요즘도 많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어황이 있다. 목포로 홍어를 먹으러 자주 갔다. 딱히 홍어만 보러 간 건 아니지만 홍어를 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집이 바로 덕인주점이다. 홍어의 전설을 만들어간, 이제는 쇠락해간 목포 구 도심의 상징처럼 남아 있는 집이다.

 

“이것이 홍어 명찰이오. 흑산도 치가 아니면 붙일 수 없제.”

사장인 손춘석 형님(그냥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이 명찰을 보여준다. 흑산도산 참홍어라고 적혀 있다. 참홍어란 우리가 말하는 홍어다. 가오리의 공식 이름도 홍어다.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우리가 아는 홍어는 모두 참홍어다.

 

홍어는 흔히 푹 삭혀서 톡 쏘는 맛으로 먹는다고들 한다. 그러나 흑산도에서는 싱싱한 회로 먹고, 목포에서는 깊지 않게 슬쩍 삭힌 것을 즐긴다. 목포 덕인집의 흑산홍어.


요새 홍어는 귀하다. 흑산도에서 위판을 하면 커다란 것 한 마리에 수십만 원을 훌쩍 넘는다. 여름은 휴어기이고, 찬바람이 들면 홍어도 맛이 든다. 중국 배가 홍어를 많이 쓸어간다. 비싸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홍어 먹는 유행이 오래되면서 홍어 물량이 적다. 칠레, 아르헨티나, 미국, 우루과이 같은 나라에서 수입을 안 하면 홍어 수요를 댈 수 없다. 물론 덕인주점에서는 흑산도산 참흥어만 취급한다.

 

홍어는 서해안 일대에서도 난다. 위로는 연평도에서 아래로 흑산도까지가 홍어의 활동 구역이다. 그중에서도 흑산도산이 제일 찰지고 맛있기도 소문났다.

“우리는 암치(암컷)만 쓰는디 마리당 오십만 원 넘제. 흑산에서 바로 보내주제. 팔만 원 받아도 별로 안 남어.”

 

홍어 한 접시 가격이다. 귀하게 숙성하여 서로 다른 맛을 가진 부위를 모둠으로 낸다. 삭히는 방법을 물으니,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항아리에 지 깔아서 하는 건 이제 사라진 유물이 되었다. 급속냉동고와 김치냉장고 같은 숙성고가 등장하면서 홍어 숙성이 훨씬 쉬워졌다. 그래도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물량과 숙성을 조절하는 건 아무나 못한다.

 

이 집의 메뉴는 철마다 달라지는데 홍어가 기본이요, 다른 것들도 맛있다. 아내 김말심 씨가 손맛이 좋다. 민어찜, 강달이찜, 꼴뚜기찜, 꽃게무침, 병어회, 병어조림. 고래고기도 판다. 

“꽃게무침을 잘헌다고들 허요. 다른 음식도 다 제철에 내는 것잉게 맛이 좋을 수밖에 없고. 우리 내자가 음식솜씨가 나쁘질 안허요 허허.”

손춘석 형님은 젊어보이는데 무려 해방동이 45년생이다. 일흔이 훌쩍 넘었다. 홍어를 많이 먹어서 젊다고 한다. 

 

홍어는 흔히 푹 삭혀서 톡 쏘는 맛으로 먹는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는 일종의 ‘마이크로 테루아’ 즉 지역마다 세분화된 취식법이 있다. 홍어를 잡아들이는 흑산도에서는 웬만하면 싱싱한 회로 먹는다. “홍어를 왜 삭혀?”라고들 한다. 요새는 흑산도를 찾는 사람들이 홍어는 삭히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있으니까 식당에서 삭혀서도 내지만 원래는 싱싱한 회로 먹었다. 그다음으로는 목포다. 이 지역은 깊지 않게 슬쩍 삭힌 것을 즐긴다.

 

목포사람들이 푹 식힌 것을 먹는다는 건 오해다. 내륙인 나주와 광주 등이 삭힌 걸 좋아한다. 예전에는 당연히 냉장 설비가 없었다. 흑산도에서 홍어를 내륙으로 옮기는데, 다른 생선은 다 상해도 홍어는 오히려 맛이 좋아졌다. 숙성의 비밀을 자연스레 알게 된 것이다. 삭힌 홍어를 설명하자면 영산포가 등장한다. 영산포는 영산강의 끝이요, 이 뱃길을 따라 나주 등의 내지로 들어갈 수 있다. 홍어 실은 배가 그 길을 따라 올라갔던 것이다. 흑산에서 출발한 풍선(바람으로 가는 무동력선)이 나주에 도착하면 보름 정도. 그 사이에 홍어가 아주 진하게 삭혀졌던 것이다.

 

덕인주점은 1980년 초에 열었다. 가면, 엉덩이가 찰싹 붙어버린다. 정에 일어설 수 없고, 홍어 맛에 주저앉게 된다.


덕인주점은 1980년 초에 열었다. 이 집이 현재 가장 오래된 홍어전문집 축에 든다. 아니, 목포는 홍어의 도시이고 당연히 오래전부터 먹어왔다. 그런데 전문집이 왜 이리 역사가 짧을까.

 

“홍어를 사먹는다는 생각을 안 혔어요. 동네에 잔치가 있으면 홍어가 나온게. 그걸 먹는 거지 사서 먹는다고는 생각들을 안 했제. 그래서 홍어전문집 역사가 짧어요. 우리집도 홍어를 전문으로 한 게 아니라 이것저것 안주를 팔면서 같이 취급혔제. 그러다가 유명해져서 홍어집으로들 알고 있는 것이고.”

 

덕인주점에 가면, 엉덩이가 찰싹 붙어버린다. 정에 일어설 수 없고, 홍어 맛에 주저앉게 된다.  

박찬일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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