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글로벌

트럼프 피하면 될 줄 알았더니… 한국 경제계 ‘힐러리 비상’

한미FTA에 비판적 입장으로 선회, 각종 경제공약도 좌클릭

2016.10.23(Sun) 11:16:35

미국 대선(현지 시각 11월 8일)이 다가오면서 세계의 눈은 최강국인 미국을 이끌어갈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에 쏠리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미국 대선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마찬가지다. 미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국 정치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마지막 TV 토론인 3차 토론까지 끝난 상황에서 미국 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보호무역 강화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수정을 요구하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까 긴장했던 한국 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재계 내부에서 트럼프보다 클린턴이 한국 기업들을 옥죄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사진)이 트럼프 지지층을 겨냥해 한미 FTA에 비판적인 입장으로 선회하자 재계에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HillaryClinton.com


재계가 트럼프를 경계했던 것은 트럼프가 후보 경선은 물론 대선 운동 기간에 한미 FTA가 미국 일자리 10만 개를 빼앗아갔다며 한미 FTA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탓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경우 차기 미국 정부 집권 기간(2017~2021년)에 수출 손실이 269억 달러(약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랬던 재계에서 클린턴에 대한 경계음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클린턴도 한미 FTA에 비판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탓이다. 클린턴은 대선 승리 이후 한미 FTA 이행 상황을 철저히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최대 지지세력인 ‘러스트 벨트’(Rust Belt, 쇠락한 중서부 제조업지대)의 노동자 계층을 끌어들이려는 행보인데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든,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든 별반 차이가 없어지게 된다는 의미이다. 

클린턴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대통령이 된 후에도 반대하겠다며 보호무역을 내세운 것 역시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찰스 달라라 전 IIF(국제금융협회) 회장은 21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강연에서 “트럼프는 공정무역을 하겠다며 운신의 여지를 둔 반면 클린턴은 자유무역에 부정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어 더욱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 외에 클린턴이 내세운 각종 경제 정책도 한국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될 내용으로 가득하다. 재계가 트럼프보다 클린턴을 선호한 것은 클린턴이 월가(미 금융업계)와 친한 만큼 대통령이 되면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치고 이는 한국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린턴의 경제 공약이 초기보다 부쩍 좌측으로 이동한 점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클린턴은 고소득자들에게 부유세(4%)를 부과하고, 현행 35%인 최고 법인세율은 그대로 두겠다는 입장이다. 또 현재 시간당 7.5달러인 최저 임금을 15달러로 2배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정책(부자 감세·법인세율 인하·최저임금 소폭 인상)과는 정반대인 정책들이다. 재계는 그동안 낙수효과(대기업이나 부유층의 이익이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에 돌아가는 효과)를 내세워 이러한 정책을 요구해왔다. 트럼프도 낙수효과를 들어 최고 법인세율 인하(35%→15%), 소득 최상위 소득세율 인하(39.6%→33%), 상속세 폐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클린턴은 부자 감세나 법인세율 인하가 낙수효과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빈부 격차만 확대시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정책(시장 자유 극대화·국가 개입 최소화)에 기대어 한국 정치권에 부자 감세와 법인세율 인하 등을 요구해왔던 한국 기업들로서는 클린턴이 당선되면 이런 주장을 펼칠 근거를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클린턴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위협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경제 정책을 대폭 좌클릭했다”며 “최저 임금 2배 인상을 내세운 클린턴이 당선되면 국내에서도 최저 임금 1만 원 인상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칫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핫클릭]

· 브렉시트 폭풍에도 너무 평온한 대기업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