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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7 사태, 타격은 제품보다 ‘서비스’가 더 크다

최근의 소비 형태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게 아니라 서비스까지 구입하기에…

2016.10.13(Thu) 16:28:00

어떤 제품도 완벽할 수 없다. 어떤 기업도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래서 위기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반복되곤 한다. 삼성전자가 혼란에 빠진 이 상황 역시 ‘갤럭시 노트7’으로 촉발된 위기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돌아보면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에 처음 불이 붙었을 때 삼성전자의 반응은 기존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충전 배터리는 폭발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이를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각 기업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당장의 원인 파악보다도 일단 더 큰 이슈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정도면 충분했을 게다. 하지만 이 배터리 사고는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특히 안전에 예민한 미국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대응 방법이 달라졌다.

 

갤럭시 노트7 제품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제공


결국 8월 말, 마치 짠 것처럼 곳곳에서 발화 사고가 번졌다. 국내도 계속해서 번졌다. 출고된 갤럭시 노트7의 수량에 비하면 몇 대 안 되는 수량이긴 했지만 분명 다른 제품들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빈도임에는 분명했다. 마침 중국 수출을 앞두고 있었고, 삼성전자는 일단 공급을 중단했다. 그리고 시중에 풀린 제품을 모두 개선품으로 바꿔주거나 환불해주기로 결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국내 언론에서는 삼성전자가 빠른 결정으로 큰 손해를 감수하기로 했다는 점이 부각됐다. 이 ‘실수’는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쌓아가는 삼성전자의 성장통, 내지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통큰 위기 대처 능력으로 평가됐다. 그야말로 전화위복이었다.

 

돌아봐도 이때 삼성전자의 대처는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판매 중단 결정이 빨랐고, 교체에 대한 방법과 일정, 그리고 교체품이 공급될 때까지 안전을 위해 소프트웨어로 배터리 충전량을 조정하는 등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한발 늦은 각국의 정부들이 꼼수라며 삼성전자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배터리는 안전과 관련된 문제다. 절차나 조율 과정도 중요하지만 기업으로서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늘릴 이유가 없다. 공산품의 첫 번째 원칙은 바로 안전이다.

 

갤럭시 노트7 제품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제공


하지만 삼성의 ‘발빠른’ 대처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다. 사실 삼성전자는 급했다. ‘갤럭시S3’ 이후 이른바 ‘대박’을 내지 못했고, 경쟁자는 애플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로 번졌다. 

 

그러던 중 올 초 ‘갤럭시S7’이 기대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고, 그 여세를 몰아 갤럭시 노트7 역시 평가와 판매량 양쪽에서 오랜만에 성공이라고 할 만한 반응을 끌어냈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라도 판매를 멈추는 것은 직접적인 타격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게다가 ‘아이폰7’이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서두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빠른 대응은 문제를 배터리 자체로 한정했고, 삼성SDI는 발화의 주범으로 꼽혔다. 그리고 배터리만 바꾸면 다른 부분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9월 19일부터 개선품을 제공하고, 10월부터 판매를 재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 문제를 단순히 배터리만의 결함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다시금 생산과 판매를 중단한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애초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조금 더 신중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한 뒤에 제품을 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한 번은 그렇다 쳐도, 두 번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리콜 이후에는 단 한 건의 폭발도 치명적이라는 것을 떠올렸어야 했다.

 

갤럭시 노트7 매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또한 해결책이 제시되는 시기가 공교롭게도 국내에서 지적되는 때가 아니라 해외에서 사고가 일어났다고 보고되는 때였다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국내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재빨리 조사됐고, 제품 결함이 없다는 식으로 마무리되다가 미국에서 여론이 나빠지고, 통신사들이 판매를 중단하자 생산 중단이라는 초강수가 나왔다. 

 

갤럭시 노트7 사건의 심각성은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의 문제고, 삼성전자의 문제로 번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스스로가 시장에 따라 눈치를 보고, 다른 대응이 따라 붙는 인상을 주는 데에서 시작한다.

 

가장 답답한 것은 명확한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초 배터리만의 문제라고 너무 못 박아서 이야기했기 에 다른 결함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품질 검수에 대한 허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답을 명확히 내지 못하는 것은 불안과 불신을 낳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차기 제품이나 현재 유통되는 제품들까지도 번져 나갈 수 있다.

 

여전히 국내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충성도는 높은 편이다. 절차는 번거롭고, 판매점들도 소비자 대응에 불만이 가득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시장에 갤럭시 노트7에 대한 마땅한 대체 수단이 없다는 점과 기업의 위기 때마다 시장에서 나오는 국내 기업에 대한 애정도 작용하는 듯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노리는 부분은 여전히 글로벌 시장이다. 그 시장에서 가장 예민한 ‘안전’이라는 신뢰에 상처를 입은 것은 치명적이다.

 

빠른 대처까지는 좋았지만 완벽한 마무리가 아쉬운 순간이다. 어느 기업이나 위기를 맞이하게 마련이고, 삼성전자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단단해질 게다. 세상에 완벽한 제품은 없다. 그 위험을 최소로 줄이고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가 제품을 판가름한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세상이 아니라 서비스까지 구입하는 게 최근의 소비 형태다. 갤럭시 노트7에 타격을 입은 것은 제품 그 자체보다 그 서비스가 아닌가 생각해볼 때다.

최호섭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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