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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슈트는 비즈니스맨의 ‘전투복’

적당히 타이트하게, 찬 계절엔 셔츠 대신 터틀넥

2016.10.10(Mon) 15:38:17


사실 영국 멋쟁이들의 슈트보다 더 화려하고 과감한 게 이탈리아 멋쟁이들의 슈트다. 더 과감한 컬러의 슈트에 행커치프나 머플러도 화려한 것으로 포인트를 줄 줄 안다. 좀 더 타이트하고 바지 길이도 짧다. 슈트는 적당히 불편하게 몸을 살짝 옥죄는 것이 좋다. 몸에 적당한 긴장감을 주기 때문인데, 슈트가 트레이닝복처럼 무조건 편하게 널브러질 때 입는 옷이 아니라서 그렇다. ​ 

영화 킹스맨의 콜린 퍼스. 아저씨는 싫어도 콜린 퍼스는 좋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비즈니스 현장을 전쟁에도 비유하는데 그때 입는 남자의 슈트는 전투복이자 갑옷과 다름없다. 슈트가 너무 넉넉하면 활동성엔 좋겠지만 유약한 이미지를 풍길 수도 있다. 멋을 위해 실용성을 조금 포기할 줄 아는 게 멋쟁이기도 한데, 이탈리아는 남녀노소 멋쟁이들이 많다. 이탈리아에서 많은 명품 패션 브랜드가 나온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물론 브랜드가 아닌 스타일을 입어야 멋쟁이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조르지오 아르마니, 란스미어 등을 입는다고 무조건 멋쟁이가 되는 게 아니라 자신과 조화롭게 잘 어울려야 한다.

사실 한국인의 체형이 서양인과 조금 다르다보니, 유럽에서 만든 비싸고 유명한 브랜드라도 다 멋이 나진 않는다. 그래서 많이 입어서 자기 체형에 맞는 기성품을 만드는 브랜드가 어디인지 알아두는 것도 좋고, 때에 따라선 살짝 수선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수제 맞춤을 하는 것이겠지만, 가성비를 따진다면 기성복에서도 자기 체형에 맞는 걸 찾으면 된다.

요즘 멋쟁이들의 슈트는 전반적으로 많이 타이트해졌다. 같은 40대라도 슈트의 핏만 보고서도 아저씨인지 ‘영포티’인지 알 수 있다. 핏이 몸매라인을 더 잘 살려주기도 하고, 더 세련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슈트 팬츠는 편한 게 중요하다. 재킷이야 앉아서 일할 땐 벗어두면 되니까 좀 타이트해도 괜찮지만 바지가 불편하면 하루 종일 일도 잘 안 된다. 너무 짧아서 양말이 윗부분까지 덩그러니 나오는 것도 격이 없어 보인다. 서 있을 때 구두를 덮지 않고 양말이 살짝 보일 듯 말 듯한 바지 길이가 좋다. 요즘 3040이 선호하는 길이인데, 이게 과거에 입던 폭넓고 구두를 푹 덮던 것보다 좀 더 젊어지고 활동적인 느낌이다.

찬바람이 불고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갈 때면 슈트만 입어선 좀 춥다. 그때는 셔츠 대신 터틀넥을 입는 것도 좋다. 너무 두껍지 않고 얇으면서 적당히 타이트하게 몸을 감싸는 게 좋다. 너무 격식 있는 자리가 아니라면 터틀넥을 입는 게 꽤 멋스럽고 지적인 느낌을 풍겨준다. 짙은 네이비 재킷이라면 브라운 터틀넥이 조화롭다. 개인적으로는 슈트와 터틀넥이 잘 어울리는 숀 코너리의 중후한 지성미가 드러나는 스타일이 좋다. 

슈트 위에 트렌치코트를 하나 걸쳐도 멋스럽지만, 사실 슈트는 슈트 그 자체로 충분하다. 겨울엔 코트를 입어서 슈트를 덮어버리지만, 사실 자동차로 주로 이동하고 빌딩 안에 머무는 사람들의 경우엔 겨울에도 코트를 슈트 위에 입기보단 팔에 걸치거나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은 슈트다. 슈트를 위해 코트며, 셔츠며, 넥타이며 각기 다양한 조연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멋진 슈트를 위해, 자신에게 어울릴 안경도, 지갑도, 구두도 신중하게 골라야 하고, 행커치프나 커프 링크스, 양말, 시계까지도 조화를 살핀다. 즉 모든 시작은 슈트로부터다. 결국 가장 힘을 줄 대상은 슈트다. 슈트가 멋지면 나머지 조연들이 조금 아쉬워도 괜찮지만, 슈트가 별로면 아무리 조연에 힘줘봤자 전체적으로 멋스럽지 않다.​

007의 다니엘 크레이그는 싸울 때도 슈트를 입는다. 슈트는 비즈니스맨의 전투복이자 갑옷이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분명 깎아놓은 듯한 미남들은 뭘 입어도 멋있어 보이긴 한다. 하지만 남자 패션의 완성은 얼굴보단 슈트다. 신체적 균형과 비율이 중요하다. 

슈트의 소재도 중요하다. 싼 옷과 비싼 옷의 차이는 브랜드의 차이보단 소재의 차이에서 나오기도 하니까. 옷걸이에 걸려있을 때야 모든 슈트가 다 깔끔하고 구김 없어 보이지만, 이걸 입고 하루를 보낸 상태라면 소재의 차이에 따라 저마다 다르다. 특히 슈트는 하루 입고 세탁하는 것이 아니기에 아침부터 구김 가득한 바지를 입은 건 참 보기 싫다. 아무리 구김 없는 바지라고 강조해도 소재가 고급이어야 더 믿을 만하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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