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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 제조기’가 들려주는 대인관계 비법

겐토샤 대표 겐조 도루 “이렇게 하면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2016.09.28(Wed) 14:29:54

출판 불황 속에 무려 21권이나 되는 밀리언셀러를 기획한 남자. 일본 출판미디어그룹 ‘겐토샤’의 대표 겐조 도루(65)다. 그의 이름 앞에는 ‘전설의 편집자’ ‘밀리언 제조기’ 등 언제나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어떻게 저명한 작가들을 설득하고, 또 성공으로 이끌었을까?

 

일본의 대표적인 출판사 겐토샤의 대표 겐조 도루. 그에게는 ‘전설의 편집자’ ‘밀리언 제조기’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다. 사진은 그의 저서 <단 한 명의 열광(たった一人の熱狂)>의 표지에 등장한 겐조 도루의 모습.

 

겐조 도루는 1950년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났다. 게이오기주쿠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1975년 일본 굴지의 출판그룹 가도카와에 입사했다. 이후 손대는 작품마다 대박을 터뜨리며 대박행진을 이어간다. 특히 월간 <가도카와> 편집장 시절에는 판매부수를 30배 이상 늘리는 전설적인 성과로 주목을 받았다. 

 

1993년에는 직접 출판사 ‘겐토샤’를 설립하고, 기토 아야의 <1리터의 눈물>, 야마다 무네키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양석일의 <피와 뼈> 등 다수의 밀리언셀러를 세상에 선보였다. 이를 통해 조그만 출판사 ‘겐토샤’는 거대 출판미디어그룹으로 우뚝 서게 된다.

 

그의 성공에는 많은 요소가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인간관계를 맺는 기술’이라는 비옥한 토양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실제로 겐조 도루는 <동양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편집자로서 훌륭한 안목과 기획력을 가지고 있다한들 작가를 설득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겐조 도루는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를 끊임없이 궁리했다”고 밝혔다. 먼저 상대를 깊이 파악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 예컨대 새로운 자극과 발견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과 30분이라도 대화를 나누면 ‘즐겁다’ ‘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만 무작정 재미있게 이야기를 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해서는 안 되는 말도 철칙으로 세워뒀다. 첫째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둘째 과장을 너무 곁들이지 않는다. 셋째 남의 비밀을 발설하지 않는다. 넷째 험담을 하지 않는다. 다섯째 자기 자랑을 늘어놓지 않는다. 겐조 도루는 이 5가지를 지키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겐조 도루가 기획해 밀리언셀러가 되고 영화화된 작품들. 왼쪽부터 <1리터의 눈물>,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피과 뼈>.


어느 비즈니스든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이란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 실마리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겐조 도루는 “인간관계의 첫걸음은 감상에서 비롯된다”고 조언했다. “소감을 말하지 않으면 인간관계가 시작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령 그는 일본의 유명 소설가 이쓰키 히로유키에게 원고를 받기 위해 총 25편의 독후감을 보내는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작가의 신작이 발표될 때마다 꼭 5일 이내에 소감을 적어 보낸 것. 형식적인 소감이 아닌, 진심 어린 감상 전달에 심혈을 쏟았다. 그 결과 18번째에 처음으로 답장을 받았고, 25번째에 드디어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거래처와의 회식 다음날, 감사의 인사를 메일로 보낼 때가 많다. 이때 단순히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식의 피상적인 내용만 적으면, 메일을 받아도 크게 반갑지 않다. 예를 들어 겐조 도루라면 어떤 음식이 맛있었고, 상대가 말한 내용 중 어떤 말이 흥미로웠으며, 옷차림이 인상적이었다는 등의 내용을 첨부한다. 이 같은 신선함이 없다면 굳이 ‘이 사람과 다시 식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쥐고 있는 것 중 반드시 ‘킬러카드’라고 불릴 만한 필살기가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겐조 도루는 편집자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예로 누군가의 부탁을 그는 참 열심히도 들어준다. 왜냐하면 이 또한 언젠가 킬러카드가 될 수 있어서란다.

 

그는 이것을 ‘100 대 1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상대를 위해 소소한 일 100가지를 차곡차곡 쌓은 후 꼭 이루고 싶은 ‘단 하나의 부탁’을 킬러카드로 내민다. 그러면 상대는 절대 거절하지 못한다.

 

물론 그전에 상대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소중한’ 사람인가 아닌가를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겐조 도루는 “대개 처음 3분간의 만남으로 기준을 결정한다”고 전했다. 특히 지각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사람, 예의가 없는 사람은 탈락이다. 반대로 느낌이 좋은 사람과는 농밀한 유착관계를 쌓는다. 

 

이러한 관계를 위해서는 24시간 온통 그 사람만 신경 써야 할 만큼 굉장한 노력이 수반된다. 그는 “인맥은 하루아침에 생길지 몰라도 유착은 결코 하루아침에 성립될 수 없다”고 언급하며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끼리 어설픈 관계를 구축해봤자 아무런 결과도 낳지 못한다. 비즈니스란 킬러카드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의 유착을 통해 더욱 압도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기술보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과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장래성이 있는지 하는 고민이다. 이에 대해 겐조 도루는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 

 

“세상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미치도록 열광하면 된다. 연봉이 어떻고, 업계 장래성이 어떻다는 것은 관계없다. 열광할 수 있는 일이 옳은 길이며, 그 길에 정진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면 성공이 성큼 다가온다.”

강윤화 외신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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