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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몇 번이면…‘잠자는 돈’이 깨어난다

지난해 휴면보험금만 7540억 원, 질병·상해·사망 진단 시점 꼼꼼히 따져봐야

2016.09.23(Fri) 10:49:53

   
 

철지난 옷 주머니에서 횡재하는 것처럼 돈이 생기는 방법이 있다. 우선 인터넷창을 띄워 미소금융중앙재단(www.smilemicrobank.or.kr)이나, 은행연합회 휴면계좌통합조회시스템(www.sleepmoney.or.kr), 생명보험협회(www.klia.or.kr), 손해보험협회(www.knia.or.kr), 상호저축은행중앙회(www.fsb.or.kr) 중 한 곳의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메인페이지에서 ‘휴면계좌 조회’ 카테고리를 찾아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후 공인인증조회를 해본다. 그러면 자신이 받게 될 돈이 얼마인지 10원 단위까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이제 액수가 표기된 금융기관을 직접 찾아가 돈을 받기만 하면 된다.

 

이 돈은 공짜로 금융기관이 지급하는 돈이 아니다.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아 잠들어 있던 내 통장 잔고와 보험환급금이다. 은행과 보험사는 소멸시효(은행예금 5년, 우체국예금 10년, 보험 2년)가 완성된 이후에도 찾아가지 않는 이 돈을 휴면예금 및 휴면보험금이라 규정하고, 고객이 이 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휴면계좌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얼마나 되겠어?”하고 무시하고 넘어가기엔 그 금액이 상당할 수도 있다. 개인별 휴면예금 및 휴면보험금의 규모가 차이가 있으나,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주부 A 씨는 37만여 원을 수령했고, 자영업자 B 씨는 휴면보험금 180만여 원을 환급받았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의 2016년도 2분기 경영공시 재무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02억 5000만여 원,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607억 2000만여 원의 휴면예금 및 휴면보험금이 출연됐다. 하지만 재단 측에 따르면 미소금융중앙재단이 관리하고 있는 휴면예금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휴면예금을 출연해야 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출연된 휴면예금보다 미출연 휴면예금이 훨씬 더 많다는 얘기다.

 

미소금융중앙재단 관계자는 “대다수의 보험사들은 휴면보험금을 출연하나 은행은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잠들어 있는 통장 잔고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연하지 않아도 법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에 은행 및 보험사에 강제할 사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국은행연합회 관계자는 “5년 동안 거래가 없는 통장의 잔고를 휴면예금으로 출연하고 있다. 미소금융재단에 이첩하지 않고 은행사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미소금융재단의 경영공시에 나온 휴면예금의 규모가 작은 것”이라며 “연합회에서 휴면예금을 취합해 관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휴면예금의 규모와 미출연 휴면예금의 유무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후 공인인증조회를 하면 휴면예금 및 휴면보험금이 조회된다. 사진=은행연합회 휴면계좌 통합조회 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지난 2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소금융중앙재단이 관리하고 있는 휴면보험금의 10배에 달하는 휴면보험금이 잔고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이 5369억 원, 손해보험이 2171억 원으로 모두 7540억 원의 휴면보험금이 적립된 것이다. 한 계약당 휴면보험금 액수를 계산해보면 생명보험이 53만여 원, 손해보험이 28만여 원으로, 과거에 한 건의 보험이라도 실효된 적이 있다면 평균 42만 원의 휴면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휴면보험금 수령에 고액의 보험금을 놓치는 경우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보험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피보험자의 질병, 상해, 사망 진단 시점이 보험 유효 기간에 포함된다면 휴면보험금이 아닌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피보험자가 사망한 후 2개월이 지나도록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으면 이 보험은 자동으로 실효 처리된다. 이후 보험사는 보험협회 측에 해지환급금 기준으로 휴면보험금을 출연하게 되는데, 만약 유족이 휴면보험금 수령만 신청한다면 사망보험금이 아닌 휴면보험금만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한 보험전문가는 “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납입한 보험료에 비해 해지환급금이 상당히 적기 때문에 휴면보험금을 수령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질병, 상해, 사망 진단 시점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놓치고 고작 몇만 원의 휴면보험금만 받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가 시행된 지난해 6월 30일 이전에 사망한 피보험자가 있다면 휴면보험금 조회를 통해 생전 가입했던 보험 상품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휴면보험금이 아닌 보험금 청구를 해보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다.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는 상속을 위한 사망자의 전 재산(금융거래, 토지, 자동차, 세금 등)을 개별 기관에 일일이 방문하지 않고, 한 번의 통합 신청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가 시행되기 이전에도 금융사를 통해 사망자의 금융거래를 확인할 수 있긴 했으나, 은행거래 내역만 조회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이 경우 상속자는 사망자가 생전 계약한 보험사에 일일이 돌아다니며 보험금을 청구했고, 사망자가 가족들 모르게 가입했거나 상속자가 모르고 빠트려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휴면보험금 조회를 통해 뒤늦게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 보험설계사는 사망한 계약자의 유족을 도와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 측에서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당시 2년, 현 3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전문가는 “가장을 잃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유족들을 도와 사망보험금 5000만 원을 받게 해주려 했으나 무산되고 말았다”면서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가 만료되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유족은 10만여 원의 해지환급금만 받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휴면보험금도 마찬가지로 청구 소멸시효가 지나면 지급할 필요가 없으나 매년 수천억 원의 휴면보험금이 적립되기 때문에 보험사에서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이를 지급해주고 있는 것”이라면서 “뒤늦게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하더라도 협회 측에서 보험사에게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럴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약관에도 휴면보험금 내용은 없고 청구 소멸 시효 내용만 있다”고 설명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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