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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현자타임] 이화여대 사태에 덧붙여

2016.09.23(Fri) 09:03:22

이화여대의 미래라이프대학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 구조 개혁의 일환이다. 에이스 사업, 코어 사업 등 ‘요상꾸리한’ 이름을 선호하는 교육부 관료들이 집행하는 정책의 연장선이다.

 

이명박 정권 이후로 이런 구조개혁에 대한 정부의 요구가 거세졌다. 명분은 취업률. 정부는 치솟는 청년실업률의 원인을 대학에서 찾았다. 이는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었는데, 구조적인 청년실업문제의 원인을 ‘정부’가 아닌 ‘대학’으로 돌렸으니 책임을 피할 수 있었으며 동시에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대학구조개혁 문제 역시 한 큐에 조질 수 있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인구절벽으로 인해 몇 개 대학은 없어질 거고 대학 가는 비율이 70% 가까운 한국에서 정부가 가만히 있는 건 오히려 직무유기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입하니 대학은 ‘관치교육’으로 가버린다. 관치교육은 가치적으로도 옳지 않고, 실질적으로도 옳지 않다. 대학은 비교적 재정에 대한 압박 없이 자유롭게 여러 실험을 펼칠 수 있는 곳이다. 과들의 융합이라든지, 다양한 입시전형을 통한 인재 확보라든지, 다양한 가치를 가르치는 교육과정이라든지 말이다.

 

그런데 정부가 미래 산업 수요를 예측해 과를 재편한다? 1명이 졸업하는 데에 최소 4년이 걸린다. 그간 한국의 산업 맥락을 구성해온 ‘고성장’ 흐름이 깨진 마당에 정부가 산업을 예측하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정부가 ‘미래먹거리’라면서 찬양하던 대우해양조선 플랜트 산업이 박살나는 데에 5년이 걸리지 않았다.

 

   
▲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대해 지난 8월 2일 졸업장 반납 시위를 벌이는 이화여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누가 봐도 부실한 정부의 정책을 왜 대학이 받는 걸까. 바로 돈 때문이다.

 

대학이 돈을 버는 매커니즘은 크게 등록금, 정부지원, 기업 연계, 기부금, 주식투자 등이 있다. 하지만 등록금은 동결된 지 오래이며, 기업과의 연계는 시장침체로 인해 한계가 보인다. 주식투자를 통한 수익화도 어렵고 기부금문화는 한국에 정착되지 않았다. 결국 남은 건 정부 지원이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싶은 유인이 있고 그럴 능력도 있다. 대학은 정부에게서 돈을 받고자 하는 유인이 있다. 이화여대 사태는 궁극적으로 서로의 유인이 맞아 생긴 문제적 결과물이다. 이화여대는 이렇게 넘어갔지만, 다른 대학은 쉬이 넘어가리란 보장이 없다.

 

이 유인을 해체하려면 결국 대학이 재정자립을 이루는 수밖에 없다. 그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에 하자.

 

정부의 여러 사업의 목적은 결국 산업수요에 따른 대학 재편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가? 대학의 학과를 산업수요에 맞게 재편하는 건 쓸모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오히려 모든 것을 대학에게 맡겼을 때 더 나은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다. 학생과 가장 많은 접점을 가진 곳은 정부가 아닌 대학이기 때문이다. 수요를 빠르게 파악하고 예측하는 능력은 대학이 더 빠르다.

 

대학구조개혁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학기가 바뀔 때마다 끊임없이 찾아올 문제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건 개별 대학 단위가 아닌 사회 총체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다. 대학이 재정자립을 이루게끔 하는 동시에 사회적 역할을 하게끔 하는 묘책이 나오지 않는 한 이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구현모 필리즘 기획자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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