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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프리즘] 대국의 무례 외교 민낯

사드 배치 잇따라 격한 반발, G20 정상회의 의도된 결례

2016.09.22(Thu) 08:50:08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해 중국이 연이어 격한 반대 입장을 서슴지 않고 표출하고 있다. 특히 이달 4~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 회의에서 중국은 한국과 미국 양국에 대한 무례 외교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이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달 5일 중국 항저우 서호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사드배치에 경기, 중화주의 잔재 한국 ‘조공국’ 대하듯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은 갈수록 노골적인 반대 입장을 드러낸다. 지난 8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드 배치는 중국의 전략 안보에 심각한 현실적 위협을 조성한다. 중국은 이를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반도(한반도) 정세가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한국의 지도자는 소탐대실로 자국이 가장 먼저 공격받는 대상이 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한다”며 성토했다. 

관영 뉴스사이트 중국망의 왕샤오후이 편집장 역시 자신의 칼럼을 통해 “미국은 어쩌면 베트남 전쟁 때처럼 죽음과 아픔 그리고 쑥대밭으로 변한 강산을 반도에 남겨둔 채 무책임하게 자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앞서 지난 2월 추궈홍 주한 중국 대사는 더불어민주당을 찾아가 “사드 배치가 (한·중) 양국 관계를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다”고 엄포했다. 왕이 외교부장의 경우 지난 7월 사드 배치가 결정된 후 처음으로 열린 이달 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모두 발언 중간 중간 손사래를 치거나 턱을 괴는 행동을 하기까지 했다.

특히 왕 부장은 한·중 기자들이 대거 입장한 와중에 “사드 배치가 한·중 신뢰관계를 무너트렸다”며 윤 장관을 거칠게 몰아 세웠다. 외교적 관행과 상식을 모두 깨뜨리며 한국 기자들 앞에서 중국 외교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당시 현장의 기자들은 왕 부장이 윤 장관을 대하는 모습이 마치 한국을 조공국으로 하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양국 간 수평적 외교관계를 무시하고, 대국이 한국을 공개적으로 협박하려는 인상마저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중국이 말로는 대국을 자칭하면서 주변국을 대하는 걸 보면 대국 소리를 들을 만큼 세련된 행태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외교적 행태에 전통적 중화주의 관념이 아직 남아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4일 중국 항저우 G20 만찬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그 뒤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청와대

# 오바마 향한 ‘의도된 결례’

중화사상은 전통적으로 중국인을 지배해온 사상적 토대로 중국 또는 중국인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세계관이다. 이러한 중화사상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항저우에 도착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관례인 전용기 앞문이 아니라 중간 문을 통해 레드 카펫도 깔리지 않은 트랩을 내려와야 했다. 항의하는 미국 측에 중국 측 관리는 “여긴 중국 땅”이라고 응수했다. 

반면 다른 정상들은 모두 국제관례대로 레드 카펫이 깔린 앞문 트랩을 통해 내려왔다. 이는 단순 실수가 아니라 남중국해와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에 따른 미국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의도된 무례’였다는 것이 세계 언론의 공통된 시각이다. 

또 지난해 10월 시 주석의 영국 방문 당시에도 중국 측은 시 주석이 묵을 버킹엄궁 내 ‘벨지언 스위트’에 별도 화장실이 없는 데다 수행원용 방의 가구들이 풍수에 맞지 않게 놓여 졌다며 방문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이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당시 중국인들은 매우 무례했다”고 고백하면서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관련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근대 이후 서방 열강의 침탈에 시달리면서 빈곤과 나약의 나락에서 빠져 실패를 거듭했던 중국은 민족 진흥을 통한 ‘부국강병’ 국가 건설이 강렬한 희망이자 꿈”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시 주석은 이를 위해 오는 2020년까지 현 국민총생산액을 두 배 늘려 소강(小康)사회를 건설하고, 21세기 중반에는 ‘문명적이고 조화로운 현대화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해 위대한 중화민족 부흥을 실현하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천명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중국의 꿈이 대외적으로 편협한 민족주의로 표출된다면 중국의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경모 영남일보 기자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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