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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덕일기17] 미친 저그, 올드들에게 비수를 꽂다

2016.09.20(Tue) 09:49:16

서지훈-최연성을 은퇴의 나락으로 몬 저그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퍼펙트테란과 괴물을 PC방 예선으로 보내 버린 저그가 있다. 바로 ‘미친 저그’.

아, 미친 저그는 종족이 아니다. 저그의 많고 많은 전략 중 하나다. ‘미친 저그’의 빌드는 아래와 같다. 투해처리 빠른 레어 이후 스파이어를 가고 바로 3가스 멀티를 먹는다. 빠르게 하이브를 가서 울트라를 띄운다. 테란의 전출 빙력은 신기에 가까운 뮤탈 컨트롤로 막는다.

스타 초창기도 아니고 웬 뮤탈리스크 저글링 조합이냐. 러커는 봉이냐. 이게 무슨 저그냐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 어려운 것을 선수들이 해냈다. 러커를 거르니 가스가 남고, 남는 가스로 울트라리스크를 띄우니 저그 입장에선 극한의 효율성을 보인다.

   
▲ 뮤짤이 핵심이다.

미친 저그의 전성기는 2007년으로 기억한다. 선봉장에는 저주받은 형제인 박찬수-명수와 ‘폭군’ 이제동이 있었다. 실제로 최연성은 MSL에서 CJ 소속 저그 권수현의 뮤탈리스크 게릴라를 막지 못해 패했고, 탈락했다. 서지훈 역시 마찬가지인데, 최연성과 서지훈 둘 다 블루스톰에서 미친 저그에게 탈탈 털렸다.

운영은 간단하다. 뮤탈리스크 저글링으로 테란의 마린 메딕을 잡아먹고 진출을 막는다. 저그는 그 사이에 3가스, 4가스를 확보하며 저글링 방어력 업그레이드를 하고, 뮤탈리스크 공격력 혹은 방어력 업그레이드를 한다. 저글링 방업을 꾸준히 찍다가 울트라를 띄운다. 방어력 4단계 업그레이드가 된, 금수저로 태어난 울트라 앞에 흙수저 마린은 울 수밖에 없다.

과감하게 러커를 생략하고, 디파일러도 생략하고 울트라를 띄우는 저그가 말이 되는 걸까? 사실 대테란전 러커의 효율성은 개판이다. 테란에게 공포의 대명사였던 러커는 임요환 출연 이후 호구가 다 됐다. 디파일러 뜨기 전에는 그냥 걸어다니는 꽃게랑 수준이었다. 화려한 마린의 허리 돌리기에 터져나간 러커가 몇 기인가.

   
▲ 1차 진출을 막으면 저그가 이긴다.

뮤짤의 발견 이후엔, 뮤탈이 저그의 핵심이 됐다. 아무리 빠른 베슬로 뮤탈의 파훼법을 찾아냈다지만, 저그의 컨트롤은 테란의 눈보다 빨랐다. 이제동은 시간차 2부대 뮤짤로 신희승을 농락했으며, 박명수와 찬수 형제들 역시 테란을 압살했다.

미친 저그의 핵심은 피지컬이다. 뮤탈리스크로 테란의 SCV를 자르는 동시에 저글링을 잃지 않아야 한다. 파이어뱃과 메딕을 암살하고, SCV를 솎아낸다. 저글링은 무식하게 박지 않고 넓은 장소에서 마린과 메딕을 쌈 싸 먹듯이 넓게 덮친다. 여기서 하나만 빗나가도 저글링은 파이어뱃 앞에 케첩이 되고, 테란의 한 방 병력에 멀티가 날아간다. 테란의 이레디에잇에 걸린 뮤탈을 빨리 빼주는 컨트롤도 중요하다.

미친 저그는 일종의 서커스 외줄타기 같다. 애초에 2해처리 체제 자체가 3해처리보다 안정성이 떨어진다. 저그의 생명인 라바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의 판단력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뜻이다. 러커와 디파일러란 저그의 최종병기를 생략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결국 피지컬 하나로만 승부를 치는 건데, 이 때문인지 손목 부상 등으로 피지컬이 약해진 올드 게이머들은 미친 저그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이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피지컬이 떨어지는 저그 선수 역시 소위 퇴물이 됐다. 여담으로 최연성은 플레잉 코치 전직 이후 ‘발리앗(발키리+골리앗)’이라는 기괴한 빌드를 통해 뮤탈 쓰는 저그 자체를 막으려 했다.

구현모 필리즘 기획자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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