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글로벌

[인디아 프리즘] 인도, 세계경제 차세대 주자가 될 수 있을까?

인도 경제신화의 허와 실

2016.09.19(Mon) 17:49:21

인도의 고속성장이 세계 경제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는 2014년 경제개혁과 성장을 강조한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지난 2년 연속 7%대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였으며, 2015년에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경제국으로 부상하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2015년 3월 인도 방문 당시 “구름 낀 세계 경제 지평선에서 인도는 밝은 전망을 가진 국가(bright spot)”라고 언급한 이후, 이는 인도의 수식어가 되어버렸다.

2015년은 모디 총리와 인도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임(TIME)>,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은 모디 총리를 커버로 장식하고, 그의 경제 개혁과 인도 경제 잠재력을 집중 조명하였다. <포브스(Forbes)>는 2015년 모디 총리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인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금융 기관들은 앞다퉈 인도 경제의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으며,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해외 각계 고위급 인사들의 인도행이 이어졌다.

이러한 인도에 대한 우리 정부 및 기업들의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15년 5월 모디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관계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으며, 인도 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불과 3년 전 1명에 불과하던 뉴델리 주재 특파원수가 3명으로 늘어난 것은 인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음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 2015년 5월 18일, 한국을 방문한 모디 인도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인구 12.5억 명의 거대 시장이지만, 1인당 GDP는 약 1600달러에 불과하며, 전반적으로 물리적·사회적 인프라가 열악하고, 경제기반이 취약한 인도는 그만큼 높은 성장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최근 경기 둔화세 지속으로 중국의 고속성장 엔진이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짐에 따라, 꿈틀대는 인도에 거는 국제사회의 기대는 불가피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인도가 과연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여 세계 경제를 견인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인도 경제에 대한 밝은 전망의 근거로 높은 GDP 성장률이 꼽힌다. 하지만 2015년 초 인도 정부의 GDP 산출 방식 개정 이후 성장률 조작 및 과장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신빙성을 갖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대외수요 부진으로 인도의 수출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민간투자가 여전히 위축되어 있으며, 산업생산활동 역시 매우 부진한 실정이다. 지난 2년간의 가뭄으로 소비 역시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인도의 고속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투자다. 이는 고성장세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재정상황 악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더딘 경제개혁 역시 인도의 고성장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모디 총리가 내세운 3대 주요 개혁안 중 하나인 통합부가가치세 도입 법안이 지난 8월 상원을 통과하며 분위기가 고무되었으나, 나머지 노동법과 토지수용법 개정 추진 가능성은 정치적 반대로 안갯속에 가려져 있는 상태다. 투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행정절차 간소화, 조세제도 투명화, 규제 완화 등 대대적인 기업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실행 여부와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2년 동안 발표된 다양한 범국가적 캠페인의 효용성과 실현 가능성도 의문시된다. 특히 모디 정부는 인도를 글로벌 제조업 기지로 만들겠다며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추진에 정치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나,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2GM은 2015년 발표한 10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재고하고 있으며, 공격적인 인도 투자를 주도했던 니케시 아로라 소프트뱅크 부사장이 지난 6월 돌연 퇴사함에 따라 소프트뱅크의 100억 달러 투자 계획 역시 불투명해졌다.

인도 정부는 메이크 인 인디아 발족 이후, 2014년 10월에서 2016년 5월 사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46%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나,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이 큰 혜택을 보았다. 글로벌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며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메이크 포 인디아(Make for India)’가 아닌 ‘메이크 인 인디아’가 인도 경제 성장에 효과적인 처방전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 외에도 모디 정부는 디지털 인디아(IT 산업 활성화), 클린 인디아(공공위생 개혁), 스타트업 인디아(창업 육성), 스마트 시티 100개 건설 및 도시 재건축 등을 발표하였는데, 정부의 재정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재원 마련이 가장 큰 관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인도가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긴 하나 세계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비율은 여전히 중국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스티븐 로치(Stephen S. Roach)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은 지난 8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기고문에서 인도가 세계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비율은 중국의 절반에 불과한 7.6%이라며, 최근 둔화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여전히 글로벌 성장을 견인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대대적인 ‘인도 띄우기’에는 중국에 버금가는 경제대국으로서의 잠재력이 높은 인도가 경제개혁을 통해 글로벌 경제에 통합되어 우중충한 글로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기를 바라는 염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표면적인 이유 뒤에는 인도를 키워 중국을 견제코자 하는 미국의 전략이 부재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 인-미 관계는 반미 성향의 국민회의당(Congress Party)이 2014년 총선에서 대패하고 난 뒤 실리외교를 지향하는 모디 총리 취임 이후 급격히 가까워졌다. 미국의 대인도 투자가 크게 늘고, 양국 고위급 인사 교류가 활성화되고, 인도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핵공급그룹(NSG) 등 가입을 미국이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인도의 정권 교체 이후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의 퍼즐이 맞춰지고 있는 듯하다.

거대한 시장, 더디지만 지속적인 경제개혁, 변화에 대한 국민(특히 젊은이)들의 열망, 국제사회의 기대를 등에 업은 인도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경제발전을 이룩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 속도가 우리의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고, 인도의 강력한 자국산업 보호정책을 감안할 시 성장의 효과가 비교적 제한적일 수 있다.

한편 끊임없이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인도의 지정학적·전략적 가치는 유동적이며, 인도의 대외 전략 역시 가변적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도가 과연 세계 경제를 견인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여유를 가지고 관망하는 자세가 유효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필자는 미국 아메리칸대학교에서 학사,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치고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까지 한국개발전략연구소에서 아프리카 지역을 연구했고, 현재는 인도 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박소연 국제학 박사 bizhk@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