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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아씨도 골프여제도 못 피한 벌타의 추억

김예진, 캐디아빠 씌워준 우산 탓…박인비 움직인 볼 쳐서

2016.09.02(Fri) 08:05:17

올림픽에선 출전 선수의 금지약물 복용으로 인해 메달의 주인공이 뒤바뀌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아쉽게 4위에 그쳤다가 뒤늦게 동메달을 획득하게 된 역도 임정화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도핑테스트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를 모두 빼앗긴 수영 박태환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스포츠는 끝날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양한 스포츠 종목 중 이러한 일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종목이 골프다. 수억 원의 우승상금을 놓고 벌이는 투어 경기에서 선수 본인이나 캐디의 부주의로 벌타를 부여받은 비운의 주인공들은 누가 있을까.

지난 8월 28일 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벌타의 비운을 생일운과 예지몽의 운으로 극복해낸 선수가 있어 화제다. 자신의 스물한 번째 생일에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하며 KLPGA투어 진출 3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김예진(21·요진건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캐디인 아버지와 함께 코스를 바라보고 있는 김예진. 사진=KLPGA투어 제공

김예진은 최종라운드에서 고진영(21·넵스)과 함께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 하지만 1번홀 티샷에서 고진영이 OB(아웃 오브 바운스)를 두 번 날리면서 쿼드러플보기(일명 양파)를 기록, 김예진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어 김예진은 4번홀과 5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맹추격해오던 김해림(27·롯데)을 5타차로 따돌렸다. 

하지만 10번홀 티박스에서 경기위원은 여유롭게 선두자리를 지켜오던 김예진에게 2벌타를 부과했다. 순식간에 김예진의 기록은 1언더파에서 1오버파로 바뀌었고, 단독 2위였던 김해림마저 1타차로 좁혀왔다. 

문제는 7번홀 그린에서 발생했다. 김예진이 70㎝가량의 파퍼팅을 할 때 캐디로 나선 아버지 김남철 씨가 우산을 씌워줬기 때문. 골프 규칙상 선수가 스트로크에 나설 때 우산을 씌워줘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규칙 위반으로 벌타가 부과된다. 

11번홀에서 김예진은 다시 한 번 버디를 기록하며 김해림을 2타차로 따돌렸지만, 15번홀과 17번홀에서 보기로 기록, 결국 4라운드 합계 2오버파 74타로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다. 벌타의 비운을 김예진은 다행히도 피해갔다. 단독 2위로 맹추격해오던 김해림 역시 2오버파 74타로 경기를 마친 것이다.

이로써 김예진은 KLPGA투어의 스타플레이어인 서희경, 유소연, 안신애, 장하나에 이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프레스룸에서 김예진은 “볼에만 집중하다보니 주위를 둘러보지 못했다. 아버지 책임이 아니라 전부 내 책임”이라면서 “아빠가 정말 미안해하셨다. 라운드할 때 아버지가 잘 웃고 힘을 주는 편인데, (실수 이후) 미안해하시며 눈도 안 마주치더라. 남은 경기를 더 독하게 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김남철 씨는 <비즈한국>과의 전화 통화에서 “7번홀 홀아웃을 하자마자 규칙을 위반했음을 깨달았다”며 “룰을 몰랐던 게 아니다. 딸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고, 경기에 몰두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실수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내 실수로 인해 딸이 2타를 잃었지만, 평생 잊지 못할 생일 선물로 우승컵을 받게 돼 천만다행”이라며 “프로에 입문한 후 지난 3년 동안 힘들고 외로웠던 시간들을 끊임없는 노력으로 버텨온 딸이 그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된 것 같아 정말 대견스럽다”고 밝혔다. 

김예진은 생일운도 따랐지만, 어머니가 공식 연습라운드 때 꾼 예지몽으로 벌타의 비운을 비켜갈 수 있었다고도 밝혔다. 그는 “내 태몽이 검은 암흑에서 매화나무가 새하얗게 피는 꿈인데 어머니가 대회 연습라운드 때 태몽과 같은 꿈을 꾸셔서 좋은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 박인비가 리우올림픽에서 플레이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벌타의 비운을 넘어선 행운의 여신 김예진이 있는 반면, 벌타로 인해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만 선수도 있다. 리우올림픽 골프 금메달리스트 ‘골프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와 지난 5월 ‘SK텔레콤 오픈’에서 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골프천재’ 이상희(24)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1년 8월 JLPGA투어 ‘PRGR 레이디스컵’ 최종라운드에서 박인비는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기 전 동반자인 일본선수가 클레임을 제기했고, 경기위원은 박인비에게 2벌타를 부과했다. 이로써 박인비는 대만 웨이윤제에게 1타차로 우승컵을 빼앗겼다. 

문제는 1번홀 그린에서 발생했다. 박인비가 파퍼팅을 하기 위해 어드레스를 취하려던 순간 볼이 움직인 것이다. 골프 규칙대로라면 볼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쳤어야 하나, 박인비는 볼의 위치를 고치지 않고 그대로 파퍼팅을 했다. 경기위원은 박인비가 연습스윙을 하다 볼을 건드렸다고 판단해 규칙위반으로 벌타를 부과했다. 자신의 실수를 인지하지 못했던 박인비는 잘못 기입된 스코어카드를 제출해 실격될 위기에 놓일 뻔했으나, 다행히 당시 어드레스를 취하지 않아 실격은 면했다.

‘골프천재’ 이상희도 지난 2014년 6월 일본 메이저대회인 JGTO투어 ‘JGT 챔피언십’에서 경기를 마친 직후 벌타를 받아 우승의 기회를 박탈당했다. 11번홀 그린에서 오른손으로 그린 위의 모래를 치우던 이상희의 행동을 경기위원은 그린을 눌렀다고 본 것이다. 골프 규칙상 선수는 루스 임페디먼트(코스 내의 자연 장애물)를 제거할 때 아무것도 눌러서는 안 된다. 

2벌타를 받아 연장전을 치르지 못한 채 준우승에 머물게 된 이상희는 “손으로 그린을 살짝 치웠을 뿐 누르지 않았다”며 경기위원에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경기위원은 끝내 이상희의 항의를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경기위원에게 골프 규칙 위반 사실을 알려 스스로 비운의 스타가 된 선수도 있다. 바로 ‘미남 골퍼’ 홍순상(35·다누)이다. 지난 2011년 5월 ‘GS칼텍스 매일경제오픈’ 2라운드 1번홀에서 홍순상은 세컨드샷을 앞두고 경기위원을 불렀다. 자신의 캐디백 속에 퍼터가 2개 들어 있어 15개의 클럽으로 라운드했음을 자진 신고한 것이다.

골프규칙 4조 4항에 따르면 선수는 14개보다 많은 클럽을 가지고 라운드할 수 없다. 결국 홍순상은 이날 경기에서 2타차로 컷오프 탈락하고 말았다. 뒤늦게 홍순상의 캐디백 속에 들어가 있던 또 다른 퍼터의 주인은 태국 선수로 밝혀졌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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