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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 프리즘] 인도의 급부상, 우리는 준비됐나

2016.08.29(Mon) 15:52:25

6월 말 부산 해군기지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인도 함정 3척이 5일간의 일정으로 21일 입항했는데, 23일 중국 함정 3척 역시 5일간의 일정으로 입항하면서 인도와 중국의 해군 함정이 3일간 같은 장소에서 정박하게 된 것이다. 최근 들어 인도-태평양을 둘러싼 양국 신경전이 격화된 탓에 3일간의 ‘적과의 동침’으로 부산 해군기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 수밖에 없었다.

한편, 같은 시기 서울에서는 20~24 일정으로 원자력 관련 품목의 국제 수출통제 기구인 원자력공급국그룹(NSG)의 제26차 총회가 개최됐다. ‘핵 보유국’이지만 ‘핵확산방지조약(NPT)’ 비가입국인 인도는 원자력공급국그룹(NSG) 가입을 위해 총회를 앞두고 외교채널을 총동원했다. 인도 언론에 ‘서울’이 이렇게 많이 실리기는 아마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처음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인도의 원자력공급국그룹(NSG) 가입은 외교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불발되었고, 인도 내에서는 중국의 반대로 인해 가입하지 못했다며 중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중국 국영 언론사인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는 ‘핵확산방지조약(NPT)’ 비가입국의 원자력공급국그룹(NSG) 가입 반대는 “도덕적으로 합법적(morally legitimate)”이라며 중국 정부의 입장을 옹호했다.

   
2015년 5월 한국을 방문한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박근혜 대통령이 만났다. 사진=청와대 제공

우리의 안방에서 인도와 중국의 힘겨루기가 벌어지면서 우리는 미-중을 넘어선 새로운 세력경쟁에 휘말리는 난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동안 ‘잠자는 코끼리’로 비유되던 인도가 점차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부상으로 확대되던 역학관계의 유동성이 역내질서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욱 거세게, 빠르게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모디 신정부 출범 이후 국세사회에서 인도의 위상은 달라졌다. 경제개혁과 성장을 강조한 모디 총리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둠에 따라 인도가 세계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도 신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맺고자 하는 세계 각국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고, 모디 총리 역시 경제성장 및 인도의 위상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을 제치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경제국으로 부상하면서 인도는 ‘밝은 전망을 가진 국가(Bright Spot)’로 명명되었다.

이러한 인도의 부상은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긴 하나, 자국의 영향력 확대 행보에 거침이 없어 국제정세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인도는 중국의 인도양 세력 확장을 견제하고자 2015년 10월 미국, 일본과 합동 해상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안보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한편, 경제적 실리를 취하기 위해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적극적이다.

이에 더해 미국이 전략적으로 인도를 ‘중국 대항마’로 부각시키고자 한때 비자발급을 거부했던 모디 총리를 초청해 환대하고, 인도와 국방, 원자력, 기후변화, 대테러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 같이 협력과 경쟁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숨 가쁘게 합종연횡을 이어가고 있는 미·중·일 3국에 의해 새롭게 재편되어 가는 국제질서에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우리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2015년 5월 모디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한-인도 양국관계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동시에 양국은 외교, 국방, 무역·투자, 과학·기술, 문화·인적교류, 지역협력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10월에는 항공협정이 개정되며 교류 확대를 위한 물꼬가 트였고, 다음해 6월에는 인도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코리아 데스크’가 공식 출범하며 양국 경제 협력 확대의 전기가 마련됐다.

인구 12.5억 명, 연간 경제 성장률 7.6%, 구매력 기준 세계 3위의 거대 소비시장 인도가 모디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과 과감한 경제개혁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 견인차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우리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인도 최대의 무역항이자 세계적인 항구 도시인 뭄바이의 모습. 

다행히도 양국 간에는 정치적·역사적·영토적 갈등에 기초한 근본적인 이해 충돌이 없으며, 90년대 초반 인도에 진출해 선전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좋은 이미지 덕택에 인도는 한국과의 협력에 매우 우호적이다. 그러나 세계 주요 강대국으로 부상코자 하는 인도의 야심은 우리에게 균형외교의 딜레마를 안길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분란을 조장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에 인도의 부상이 기회와 리스크를 동반한 ‘양날의 칼’과 같음을 인식하고, 우리만의 전략적 대응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할 때다.

박소연 국제학 박사

 

박소연 박사는 미국 아메리칸대학교에서 학사,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치고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까지 한국개발전략연구소에서 아프리카 지역을 연구했고, 현재는 인도 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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