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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유혜정은 없다? 국립대병원은 본교·서울대가 다수

전국 10개 국립대학병원 의료진 출신교 조사…서울대병원은 지방대 출신 4% 불과

2016.08.18(Thu) 09:34:59

   
 SBS 의학드라마 <닥터스>. 출처=SBS

드라마는 픽션이다. 하지만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최근 시청률이 3회 연속 20%를 넘어선 SBS 의학드라마 <닥터스>가 애청자들로부터 ‘현실 반영 100% 공감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비즈한국>은 드라마 <닥터스>의 여주인공 유혜정(박신혜)에 주목해봤다. 유혜정은 지방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의료사고로 사망한 할머니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일병원에 취업한 펠로우(전임의)다. 

   
SBS 의학드라마 <닥터스> 속 여주인공 유혜정(박신혜). 출처=SBS

유혜정처럼 지방대 의대 출신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대학병원에 취직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다시말해 국립대학병원 의료진들의 출신 대학 현황을 조사한 것이다. 참고로 보다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위해 전국 10개 국립대학병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일부 대학병원에서 ‘인사관리에 대한 사항’ 등의 이유를 들며 비공개 처분을 통보해 각 대학병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의료진들의 출신 대학을 취합해 분석했다. 

우선 국립서울대학교병원에는 유혜정처럼 지방대 출신 의료진이 100명 중 4명에 불과했다. 실제로 314명의 의료진 중 지방대학 출신은 13명(4.1%)인 반면 수도권 대학 출신은 300명(95.5%)이나 됐다. 나머지 1명은 해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특히 수도권 대학 출신 의료진 중 서울대 의대 출신만 279명으로 10명 중 9명이 본교 출신 의료진이었다. 

나머지 9개 국립대학병원도 본교 및 수도권 대학 출신 의료진이 대다수였다. 실제로 본교 및 수도권 대학 출신 의료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남대병원이 98.2%, 경북대병원이 95.8%, 충남대병원이 92.3%, 부산대병원이 89.3%, 전북대병원이 87.7%, 충북대병원이 84.7%, 경상대병원이 80.2%, 강원대병원이 78.3%, 제주대병원이 66.9% 순이었다. 

이중 전남대병원, 경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부산대병원, 전북대병원은 본교 출신이 10명 중 8~9명이나 됐다. 전남대병원이 92.4%(158/171)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경북대병원이 87.3%(124/142), 부산대병원이 81%(166/205), 전북대병원이 80.4%(131/163), 충남대병원이 77.6%(152/196)로 나타났다. 

경상대병원은 본교 출신이 54.4%(99/182), 서울대 출신이 17.6%(32/182)이었다. 제주대병원의 경우 출신 대학을 공개한 151명의 의료진 중 본교 출신이 27명, 서울대 출신이 26명이었다. 

   
▲ 국립서울대학교병원. 사진제공_서울대학교병원

충북대병원과 강원대병원은 타 국립대학병원에 비해 본교 출신이 적었지만, 서울대 의대 출신은 상대적으로 많았다. 실제로 충북대병원은 본교 출신이 10명 중 3명꼴로 150명 중 43명, 강원대병원은 10명 중 1명꼴로 129명 중 15명에 불과했다. 반면 서울대 의대 출신 의료진은 각각 68명(45.3%), 57명(44.2%)이었다.  

본교 및 수도권 대학 출신 의료진이 높은 이유에 대해 의학계에서는 본교 출신 인턴들의 레지던트 지원률이 높은 데다, 병원에 대한 정보력이 높다 보니 채용 면접 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국립대학병원 관계자는 “본교 출신이라고 해서 가산점을 주거나 별도의 혜택을 부여하지는 않는다”면서 “레지던트를 지원하는 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 타 대학병원 인턴 지원자들에 비해 병원에 대한 정보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만큼 면접 준비가 수월할 수밖에 없다. 또 자신이 일했던 병원에서 면접을 보면 남들보다 덜 긴장해서 이로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본교 출신 의료진이 많은 문제점은 국립대학병원뿐만 아니라 대학병원 전반에 걸친 문제”라며 “매년 국정감사에서 대두되는 만큼 각 대학병원에서 타 대학 의료진 수급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최근 국립대학병원이 타 대학 출신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며 “홈페이지에 출신 대학을 공개한 의료진은 대다수 병원에서 근무한 지 오래된 원로 교수들이다. 객관적인 분석을 위해서는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은 의료진들의 출신 대학도 반영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국립대학병원 1년차 펠로우는 “어느 회사에나 존재하는 라인이라는 게 병원에도 있다. 따라서 일부 타 대학 출신 펠로우들은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면서 “대학병원에서 계속 일한다는 건 결국 교수가 된다는 건데, 그러면 저임금으로 7~8년간 교수 밑에서 일해야 한다. 그래서 교수로서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교수가 아닌 의사가 되고 싶은 이들은 펠로우가 끝나자마자 대학병원의 3배 높은 연봉을 받고 일반 병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만다”면서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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