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덕후

[스덕일기13] 마재윤의 집권

2016.09.06(Tue) 15:35:24

본좌로드를 한 번 읊어보자. 임이최X택뱅리쌍리쌍갓.

오늘은 저 X, 속칭 ‘마틀러’ 혹은 ‘마에스트로’ 마재윤에 대해 얘기하자. 마재윤의 경기기록은 공식적으로 말소되었으니 마재윤이 남긴 전략적 유산만 이야기하자.

마재윤은 쓰레기다. 본좌, 임요환이 점찍은 제2의 임요환, 3대 본좌 최연성이 진심으로 조언을 해준 새로운 본좌이며, 2대 본좌 이윤열을 제물로 삼아 본인의 온게임넷 대관식을 올린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다른 선수들 꾀어내어 승부조작에 연루시켰다. 자기를 끝까지 믿어준 감독은 은퇴했다.

   
▲ 대단했다.

여하튼 욕은 여기까지. 남대문 앞에 묶여 짱돌을 맞아도 아깝지 않지만, 현대 저그는 모두 마재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이후 스타는 암흑기로 불렸다. 마재윤의 집권은 문자 그대로 ‘끝이 보이지 않는’ 시기였다. 홍진호 등의 원시저그가 이루지 못한 업적을 해냈으며, 테란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홍진호-박성준-조용호 등이 닦은 기반을 바탕으로 마재윤이 새로운 금자탑을 쌓았다.

마재윤의 장점은 무엇이었을까.

예전 저그와 2006년 이후 저그의 가장 큰 차이점은 3신기를 얼마나 잘 다룰 수 있느냐에 달렸다. 3신기는 ①뮤짤 ②3해처리 ③디파일러로 이루어져 있다. 마재윤만의 장점은 2번을 통한 3번 쟁취에 있었다.

뮤탈리스크 게릴라는 마재윤만의 것은 아니다. 박성준, 서경종 등 많은 사람들이 먼저 길을 닦아놨다. 하지만 아래의 두 가지는 마재윤‘만’이 가능했다.

일단, ‘3해처리’. 저그의 병력 생산 시스템은 모두 해처리에 맡겨진다. 게이트웨이, 배럭, 팩토리가 동시에 1건물당 유닛 1기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데에 반해 해처리는 동시에 3마리까지 생산이 가능하다. 유닛 생산의 메커니즘은 자원→생산건물→병력으로 이어진다. 저그는 앞의 두 가지가 하나로 엮여 있다.

‘SAVIOR(구세주)’ 혹은 ‘테란맵 위를 걷는 저그’ 마재윤은 더블컴에 대항해 3해처리 체제를 꺼내든다. 3해처리란, 12드론 앞마당 이후 테크를 빠르게 타는 대신 본진에 해처리를 하나 더 까고, 병력 대신 드론을 뽑는 체제다.

   
▲ 금자탑

3해처리 체제는 최대 라바가 9기이기에 그만큼 병력의 회전이 빠르다. 하지만 초반 드론을 뽑기에 수비가 약하다. 마재윤은 이를 ‘수비력’, ‘정보전’, ‘심리전’으로 극복했다. 흡사 저그판 최연성이다. 실제로 마재윤의 테란전은 활발한 드론정찰부터 시작된다. 테란의 모든 체제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드론을 더 뽑을지 선택하고, 여차하면 저글링을 뽑아 찌르는 이런 수싸움에 능했다. 그렇다. 이런 심리전은 결국 정보력이 좌지우지한다.

어쨌거나 초기 공백은 활발한 정찰을 통해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고, 3해처리 이후 병력 및 성큰의 공백시기는 뮤짤로 막고, 뮤짤로 테란을 막은 이후 두 번째 가스 멀티를 먹고, 쏟아져나오는 4해처리 저글링럴커로 테란을 압살한다. 좀 힘들다면 세 번째 가스멀티를 먹고 디파일러를 간다. 테란이 뮤짤을 막고 3팩토리 병력으로 진출하면 다크스웜 저글링럴커로 짓밟는 상황. 최연성의 ‘철의 장막’을 마틀러의 다크스웜이 뒤덮어버렸다.

이때 저그들은 뮤탈을 끝까지 살려두면서 4가스 체제를 이루면 가디언으로 변신, 테란 베슬의 마나를 가디언에게 쓰게끔 만들었다. 사이언스 베슬의 마나를 가디언 제거에 쏟아부은 테란은 저그의 디파일러에 속수무책. 하지만 이런 무적공식에도 빈틈이 있었으니… 바로 ‘맵’이었다.

   
▲ 가스 먹기가 어려운 맵은 대개 저그에게 불리하다.

답은 디파일러 체제였다. 저그의 테란전은 러쉬거리가 가깝거나, 뮤탈리스크 게릴라가 용이하지 않다면 필연적으로 불리하다. 러쉬거리가 가까우면 테란의 벙커링을 조심해야 한다. 저그의 초반 공격이 테란의 건물에 쉽게 막히는 것에 비해 저그는 테란의 초반 공격을 쉽게 막지 못한다. 마재윤 전성기 당시는 더했다. 리버스템플, 롱기누스 등은 테란맵으로 불렸다. 두번째 가스 멀티를 먹기가 매우 어렵다. 개방형이며, 본진과 두번째 가스멀티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어영부영 두번째 가스멀티를 하더라도 세번째 가스멀티를 먹기가 더더욱 어렵다. 멀티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수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뮤탈리스크 게릴라를 하기에 미네랄 위치가 좋지 않았다. 뮤탈리스크를 거를 수 없는데, 뮤탈리스크 쓰기가 어려우니 테란을 견제할 수 없었고 당연히 불리했다.

‘테란맵을 걷는 예수’ 마재윤이 들고 나온 카드는 ‘빠른 디파일러’였다. 마재윤 이전까지 디파일러는 ‘최종병기’ 개념이었다. 현재 디파일러가 갖는 권위를 가디언이 갖고 있었다. 하지만 강렬한 2∼3팩 공성전+마린메딕물량+쌓인 베슬에 가디언은 한계가 뚜렷했으며 지상병력은 무력했다. 겨우겨우 디파일러를 뽑으면, 이미 본진이 초토화되는 상황을 맞이하기 부지기수였다.

   
▲ 이윤열을 결승에서 박살내는 모습이다.

이때 나온 카드가 3가스 디파일러였다. 빠른 디파일러로 테란의 묵직한 병력을 막고, 디파일러로 수비를 하면서 4가스를 갖추면 울트라와 저럴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 이 모든 그림의 밑바탕에는 최소 규모의 뮤탈리스크 저글링으로 테란의 병력을 깎아먹고, 동시에 적절한 타이밍의 멀티와 테란의 진출타이밍과 전략적 카드를 읽을 줄 아는 정보력과 심리전이 필요하다. 참 쉽죠?

저걸 다 할 줄 아는 저그가 마재윤이었다. 애초에 배짱(낯짝)이 대단한 놈이었으며(주작할 놈이었으니), 실력도 좋았으니.

여하튼 저 3신기를 바탕으로 임요환-이윤열-최연성-박정석-전상욱-강민 등 당대 최고 선수들을 도장깨기하듯이 박살냈다. 저 3신기는 보급됐지만, 완벽한 운영은 마재윤만 가능했다. ‘easy to learn’이었으나 ‘hard to master’였다. 진출 타이밍 계산, 멀티 타이밍 계산을 못하면 바로 GG를 쳐야 하고. 게릴라 백 번 잘해도 진출 한 번 못하면 작살나는 게 저그다.

3신기로 저그 군단의 마에스트로, 스타크래프트 최후의 본좌, 임요환을 잇는 진정 새로운 시대의 후계자 소리를 듣던, 이윤열의 앞마당커맨드를 퀸으로 먹으며 온게임넷 우승까지 이룬 마틀러. 그런 선수가 푸켓에서 휴가를 즐기고 온 코 큰 토스에게 일격을 당하게 되는데….

구현모 필리즘 기획자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