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우버-디디추싱 합병, 최종승자는 따로 있다

2016.08.03(Wed) 11:42:33

중국의 차량 공유(혹은 콜택시) 플랫폼을 양분하던 우버와 디디추싱이 한솥밥을 먹게 됐다. 정확하게 보면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는 합병되고, 각자의 지분을 나눠갖는 구조다. 우버는 사실상 한 발짝 물러서고, 디디추싱이 중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을 집어 삼킨 셈이다.

디디추싱은 이미 하루 1400만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시장 규모를 확인했고, 그동안 시장을 키우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한계에 다다른 게 지금의 상황이다. 어찌 보면 그 경쟁으로 시장을 키워온 두 회사가 합쳐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이제 막대한 프로모션과 가격 경쟁으로 시장을 키우는 데에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차량 공유 시장

우리가 우버를 놓고 합법이냐 불법이냐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을 때 중국은 이미 우버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서비스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중 대표격은 디디추싱이었다. 기본적으로 기존 택시를 대체하는 카셰어링 플랫폼은 똑같지만 중국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급격히 인기를 끌었다. 우버 역시 중국 시장에서 중요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중국에서 이 차량 공유 서비스의 인기는 매우 높다. 비슷한 사업자가 하도 많이 생기고, 우버와 디디추싱 사이의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조금만 신경 쓰면 택시보다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 정도다.

   
디디추싱은 중국에서 하루 1400만 명이 이용한다. 출처=디디추싱

그리고 이 차량 공유 서비스는 빠르게 기존 택시 시장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 역시 차량 공유 서비스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적극적으로 내쫓지는 않았다. 기술과 금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 사업들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을 치우는 중국 정부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 교통운수부는 지난 7월 28일부로 ‘온라인 차량 예약 서비스’가 법적으로 문제없고, 디디추싱이나 우버 등의 사업자가 합법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후 8월 1일자로 두 회사의 합병 소식이 전해졌다. 여러모로 디디추싱의 서비스는 날개를 단 격이다.

중국 내부에서 디디추싱과 우버의 경쟁은 치열했지만 사실 점유율은 이미 상대가 안 될 정도로 벌어졌다. 발표되는 곳마다 다르지만 디디추싱의 점유율은 84∼87%, 우버는 7∼13%까지 기록된다. 하지만 그간 우버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우버는 디디추싱에 대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플레이어였다. 국내에서도 그렇지만 우버의 마케팅 투자는 꽤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디디추싱에 대한 업계의 관심 역시 컸다. 디디추싱 자체가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투자로 세워졌고, 애플도 이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미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디디추싱은 더 큰 시장을 원했다. 그리고 우버를 통해 이제 중국 내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얻게 됐다.

#우버에 맞설 또 하나의 중국발 차량 공유 플랫폼

하지만 이 인수의 사실상 승자는 중국 정부다. 사전에 두 회사의 합병을 몰랐을 리 없는 중국 정부 역시 마지막으로 가로막고 있던 법적 문제를 푸는 것으로 사실상 중국 내 디디추싱의 성장을 밀어준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차량 공유는 단순히 택시나 차량을 부르는 것을 넘어 위치 정보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결합된, 이른바 IT 종합선물세트 같은 존재다.

중국은 신용카드 사용 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등의 모바일 전자 결제가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못지않게 다양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중국에서 그 어느 시장보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빠르게 자리 잡은 것도 이런 결제가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우버는 디디추싱과의 합병을 통해 현실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출처=우버

또 차량 공유 서비스는 이미 우버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사업이다. 우버의 가치는 이미 6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5조에 달한다. 모바일을 바탕으로 몇 가지 사업을 확실히 키워내려는 중국 정부가 이를 쉽게 넘길 리 없다. 이 인수 건 자체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우버 수준의 기업을 키워내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인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독점 심사가 남아 있지만 이를 장벽으로 보는 시선은 별로 없다.

우버는 중국에서 못 버티고 나가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그 역시 그냥 시장을 내어준 건 아니다. 우버차이나는 합병회사의 지분 5.9%를 갖게 된다. 계속해서 사업을 이어가는 것인데 어찌 보면 현실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우버로서도 소모적인 마케팅 전쟁을 이어가는 것보다 합병이 유리할 수 있다.

디디추싱으로서도 우버의 서비스를 완전히 죽일 필요는 없다. 대표적인 것이 외국인 대상 영업이다. 디디추싱의 경우 중국인들에게는 절대적이지만 외국인에게는 불편하다. 대신 외국인 관광객들은 자국에서 쓰던 것처럼 우버를 쓰도록 하는 편이 유리하다. 또한 디디추싱이 중국 뿐 아니라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버의 전략과 경험은 높은 가치가 있다.

결국 두 회사의 합병은 기술과 문화, 내수와 해외를 모두 사로잡은 셈이다. 또 한 번 세계는 중국의 자본력과 뚝심, 추진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게 됐다.

최호섭 IT칼럼니스트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핫클릭]

· 진화하는 ‘우버풀’에서 알파고를 느끼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