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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얻고 잠수…취준생 울리는 얌체취준생

2016.07.11(Mon) 16:34:51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김 아무개 씨(30)는 최근 한 멤버에게 모임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자료를 성의 없이 준비해오는 데다 모임 출석률도 낮았던 것.

김 씨는 “처음에는 다들 무척 열심히 참여할 것처럼 하지만, 결국 원하는 정보만 얻고 잠수 타는 경우가 많아 이제는 3주 정도 지켜본 후 자료를 모아놓은 인터넷 카페에 초대한다”면서 “전에는 스터디에서 나간 후 내가 쓴 논술을 본인의 글인 것처럼 지인이 모집하는 스터디 지원서에 첨부한 사람까지 있었으니 의심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출처=TV캐스트 웹드라마 <달콤청춘> 캡처

극심한 구직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본인 잇속만 생각하는 ‘얌체족’들로 인한 취준생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취업 스터디에 지원한 뒤 원하는 정보만 얻어내고 바로 관둔다거나 온라인을 통한 취업 자료 취합에 참여해서는 부실한 정보를 넘긴 뒤 양질의 자료를 얻어가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누구보다 서로의 절박한 심정을 잘 아는 입장이기에 피해를 당한 취준생들의 배신감은 더 크다.

양질의 정보가 핵심적인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취업시장에서 스터디 그룹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각자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나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진다. 더불어 기업이 공개하는 뻔한 정보가 아닌 회사별 면접 시 주의할 점, 회사 분위기와 같은 내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창구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룹 구성원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학교나 직장 내 모임과 달리, 언제 그만두어도 부담 없는 취업 스터디의 특성을 악용하는 취준생들이 많다는 점.

취업 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체리피커(자신의 실속만 찾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형 취준생’에 대해 하소연하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스터디장을 맡고 있다는 한 취업카페의 회원은 “스터디원은 총 11명이지만 정상적으로 참여하는 인원은 4~5명이다. 모집할 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기존 멤버들이 넉 달 동안 꾸준히 모은 자료가 정리된 카페에 가입시켜줬더니 세 번 연속 못 나온다는 핑계를 대고 3주 후에 나가버린 신입도 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터디를 모집하는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얌체 취준생들의 이름이 담긴 블랙리스트가 공유되기도 한다. 앞서의 김 씨는 “오랫동안 취업준비를 하다보면 서로 시험장에서 여러 번 마주치기 때문에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들끼리는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 이름이랑 사진을 공유하며 조심하라는 말을 나누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취업카페 등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자료 취합에도 이러한 얌체족들은 골칫거리다.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정리도 하지 않은 채 ‘Ctrl+C, Ctrl+V’ 하다 보니 키워드와 설명이 아예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취합에 참여하겠다고 밝히고는 당일이 되어서야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하거나 아예 잠수를 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자 자료 취합을 진행하는 취준생들은 ‘성의 없는 자료는 아예 제외시키고 당사자에게는 취합본을 보내주지 않겠다’고 아예 명시해두기도 한다.

취준생 김 아무개 씨(여·27)는 “나는 시간을 많이 들여 정리한 자료를 보냈는데, 받은 취합본으로 공부를 하다보면 요약도 안 해놓고 기사를 그대로 붙여넣기한 부분들이 꼭 있다”며 “방대한 자료를 압축적으로 정리함으로써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취합본의 목적임에도 무책임한 사람들 때문에 꼭 두 번 손이 간다”고 토로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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