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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면 돈’ 대학가에 부는 공유경제 바람

2016.06.24(Fri) 21:06:39

   
▲ 출처=빌북 홈페이지 캡처

개강을 앞둔 대학생 전소영 씨(여·22)는 SNS에 게시된 글을 통해 비싼 교재를 구입하지 않고 빌릴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교재비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전 씨는 사이트에 접속해 총 2권의 교재를 대여했다. 구매 대신 대여를 택함으로써 절약된 금액은 2만 원가량. 그는 “교재비가 너무 비싸서 중고 책을 찾던 중 알게 되었는데, 원하는 책들이 대부분 있고 돈도 절약되니 2학기에도 이용할 예정”이라며 “다음번에는 안 쓰는 전공 책들을 맡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엄경현 씨(25)는 차량 공유 서비스 이용횟수가 50번 정도가 되는 ‘카셰어링(car sharing)’ 마니아다. 그는 “대학생들은 운전면허가 있어도 차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분(分) 단위로 대여가 가능한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면 대학생도 부담스럽지 않게 차를 빌릴 수 있다”며 “캠퍼스 내에 비치된 차들은 자취생들 이사나 동아리 짐을 옮기는 용도 등으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공유경제’ 바람이 대학가에도 불고 있다. 주머니 사정은 가볍지만 삶의 질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대학생들이 구매 대신 대여를 택하고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거래하고 있는 것. 전공교재부터 옷, 차,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공유되는 물건의 종류도 다양하다.

쓰지 않는 교재를 맡겨두면 이를 필요한 학생에게 빌려준 뒤 수익금을 나누는 ‘빌북’은 최근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유 서비스 중 하나다. 교재 대여를 희망하는 학생은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해 택배로 교재를 받은 후, 학기가 끝난 뒤 다시 택배로 반납한다. 반대로 교재를 맡겨둔 경우에는 다른 사람이 교재를 대여할 때마다 정가의 10%를, 대여자가 구입을 결정한 경우 정가의 40%를 수익금으로 받을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빌북을 통해 수거된 교재는 2만여 권. 학생들이 대여를 통해 절약하게 된 금액만 5160만여 원에 이른다. 평소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다는 유민호 씨(26)는 “묵은 교재를 공유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갔다”며 “방에 쌓여 있는 전공 책 5권을 맡겼는데 1권이 판매가 되자마자 5900원이 바로 입금되었다”고 말했다.

빌북을 운영 중인 이준승 플래니토리 대표는 “교재 공유 서비스는 미국에서는 이미 나스닥에 상장된 모델이 존재한다”며 “지난해 고려대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뒤 반응을 보고 사업의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사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공유경제가 활발하게 진행되면 동네서점의 입지가 좁아지진 않을지 등에 대해 상당히 고민했다. 그러나 이후 소비자 조사를 통해 대학생들은 오래 두고 볼 책들은 어차피 구매하고 교재와 같이 단기간 필요한 책들은 불법제본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존 상권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 카셰어링 서비스 ‘쏘카’. 출처=쏘카

운전면허는 가지고 있지만 대개 차를 소유하지 못한 대학생들에게 ‘카셰어링’은 가장 익숙한 공유경제 서비스다. 국내 카셰어링 시장은 불과 2년 전에 비해 7배 이상 매출이 성장했다. 이러한 카셰어링 시장의 급성장을 이끈 건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20대. 시장조사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률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20대이며 이들 중 다수는 카셰어링 서비스의 이용 이유로 ‘렌터카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꼽았다.

10번 정도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다는 박강 씨(25)는 “렌트카에 비해 훨씬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특히 먼 길을 떠날 때 자주 이용한다”며 “그러나 여러 사람이 이용하기 때문에 고장이나 흠집이 났을 때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는 점은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의 엄 씨도 “아무래도 이용자들은 약관을 꼼꼼히 읽기 어려운데 카셰어링 서비스는 렌터카에 비해 사고가 났을 때의 보장이 미흡한 경우가 많아 대학생들은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대학 내에 자리 잡은 마켓 형태의 공유경제 서비스도 있다. 서울대 캠퍼스 내에 위치한 공동체형 중고문화마켓 ‘마켓인유(Market In U)’가 대표적이다. 주수입은 중고물품 혹은 새 제품을 사고, 팔고, 교환하고, 위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다. 물건의 가격은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해지며 판매자는 수익의 50%를 다른 물건으로 교환하거나 35%를 현금으로 지급받을 수도 있다. 현재 마켓인유의 회원은 약 1300명, 누적 서비스 이용자는 8000명 정도다.

   
▲ 마켓인유 서울대 매장(위)과 공덕 매장. 출처=마켓인유

마켓인유는 물품 제공인과 회사 모두에게 경제적 효용을 남기는 영리단체라는 점에서 기증을 받아 물건을 판매하는 비영리단체 ‘아름다운 가게’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상품의 품질이 기존의 중고마켓에 비해 좋다는 평가가 많은 편. 마켓인유 경영지원팀장은 “중고 사업이기에 많은 수익을 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미니멀리즘’이 추세가 되는 시대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며 “용돈이 충분하지 않음에도 물건의 가치를 잘 알지 못하는 요즘 대학생들에게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물건이 돼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근처에서 5년간 자취하고 있다는 구 아무개 씨는 “막상 사놓고 보면 안 쓰게 되는 물건이 많아 골치였다”며 “처음에 그릇, 머그와 같은 생활용품과 파티 때 한 번 쓴 코스튬 등을 팔다가 재미가 붙어 집안에서 안 쓰는 물건을 찾아 팔다보니 13만 원가량 수익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안 쓰는 물건을 포인트나 현금으로 전환해주니 개인적인 이득이 생기고, 게다가 버리는 물건을 줄인다는 면에서 환경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자원의 선순환까지 이루니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있긴 하지만 직원에 따라 가격 책정 기준이 달라지는 것 같아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한 듯하다다”고 덧붙였다.

박혜리 인턴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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