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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들 사이에서 카카오드라이버를 외치다

인터넷 카페에서 “기존 업체 고수”와 “갈아타야 한다” 팽팽

2016.06.04(Sat) 00:06:55

강남역, 광화문, 번화가를 서성거리며 휴대폰 2~3대를 동시에 보는 사람들. 대리운전 기사들이다. 대리운전 시장은 연 3조 원대라는, 생각보다 훨씬 거대한 시장이다. 업체가 받는 수수료만 약 7000억 원에 달한다. 

   
 

한 연예인의 ‘술은 먹었지만 음준운전은 하지 않았습니다’는 발언 이후 음주운전의 경각심이 높아졌다. 최근 또 다른 연예인이 ‘술은 입에 대지 않았고 사고가 난 후 사업 때문에 급히 자리를 떠났다’는 말 이후 한 잔만 먹어도 면허취소해야 한다는, 제재나 처벌의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대리운전 시장도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시장은 그동안 중소규모 업체들의 전쟁터였다. 그런데 공룡이 등장했다. IT공룡 카카오가 콜택시에 이어 대리운전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 5월 31일 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리운전 연결 서비스 카카오드라이버가 출시된 것이다.

말 많고 탈 많은 이유는 기존 업체의 반발 때문이다. 대규모 자본으로 영세업체를 짓밟는 게 반발의 이유다. 하지만 실제 대리기사로 종사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달라 보인다. 포털사이트의 대리기사 카페를 보면 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 뛰는 대리기사들의 많은 수가 카카오드라이버를 응원하고 있다. 

역시 가장 강력한 이유는 요금이다. 카카오드라이버는 기존 대리운전보다 20% 정도 비싸다. 기본요금이 1만 5000원이고 거리에 따라 요금이 추가적으로 부과된다. 대리기사 커뮤니티에는 “드디어 요금이 현실성 있게 회복될 것 같다”는 기대감 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요금도 카카오 자체 결제 시스템인 카카오페이로 자동 결제된다. 업무 특성상 주취자를 태워 요금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 대리운전 기사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카카오가 대규모 자본력을 기반으로 시장 자체를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읽힌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드라이버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1만 원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기본료 1만 5000원에서 쿠폰을 적용하면 5000원이면 탈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기존 업체와 경쟁하면서 수수료, 보험 등 전체적으로 대리기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가 가장 컸다. 아무래도 카카오드라이버가 IT공룡이라지만 시장에 처음 진입하기 때문에 기존 업체보다 대리기사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카카오페이 자동 결제는 좋지만 현금 결제가 아예 불가능한 것에 불만인 의견도 있다. 예전에는 현금으로 전달하면서 약간의 팁을 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카카오페이만 적용할 경우 사실상 팁은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수수료도 불만의 큰 원인이다. 현재 카카오드라이버의 수수료는 다른 업체보다 조금 더 낮은, 요금의 20%다. 하지만 기존 업체가 차량 등 다른 지원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카카오가 다른 업체와 달리 출근비(그날 일을 시작하면 내야 하는 돈)이 없고 보험 문제가 해결됐다는 점에서 반기는 의견도 있었다. 

   
 

기존 업체들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대리기사들 사이에서는 기존 업체들이 카카오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콜 배정에 차별을 준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특히 아직 카카오드라이버가 정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불이익까지 받았다가는 수익이 급감해 생존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리기사 카페는 의견이 양쪽으로 나뉘어 있다. 기존 업체를 고수하겠다는 입장과 카카오로 갈아타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반목이 심해지자 아이디 허* 씨는 “정작 싸워야 할 대상은 따로 있는데 고생하는 기사들끼리 반목하지 말자”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아이디 휴* 씨도 “카카오의 등장이 불합리하던 대리시장에 활력임에는 틀림없다. 카카오 등장으로 기사분들 손해 보는 거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오늘도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대리기사들은 카카오의 등판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신경이 곤두서 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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