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스마트홈 시대가 온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완벽하게 스마트홈을 구축한 가정을 찾긴 어렵다. 유튜브에선 아직도 스마트홈의 개념을 설명하는 영상이 인기를 끈다. 브랜드와 상관없이 플랫폼과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표준 통신 ‘매터(Matter)’가 나오면서 스마트홈 시장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지만 국내에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스마트홈 확산의 선두 주자일까, 비싼 무선 충전기일까. 삼성전자가 지난 1월 출시한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이 중고 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나왔다.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의 출고가는 12만 9000원으로 중고가는 정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4만 원까지 내려간 상태다. 삼성전자가 2월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23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사전구매 혜택으로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을 무상 증정했는데, 소비자가 이를 사용하지 않고 되파는 상황이다.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은 스마트홈을 만들 때 필요한 중계 허브다.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연결하고 제어하기 위해 와이파이는 기본, 최신 IoT 통신 표준인 매터와 Zigbee(지그비), Thread(스레드) 등의 프로토콜을 지원한다. 삼성 제품뿐만 아니라 타 사 기기도 제어할 수 있다. 더불어 스마트폰 등을 충전할 수 있는 무선 충전 기능과 앱을 켜지 않고 루틴 3가지를 수행할 수 있는 버튼이 장착됐다.
제품 특징만 놓고 보면 유용하지만, 일부 소비자 사이에선 ‘계륵’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2019년부터 스마트홈을 구축한 사업가 A 씨는 “중고 스마트 스테이션이 저렴해서 샀는데 원래 쓰던 허브가 있어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라며 “언젠간 쓰겠지만 지금으로선 무선 충전기나 다를 바 없다”라고 말했다.
IoT를 잘 모르거나 스마트홈에 입문하는 소비자에게도 낯설다. 2월 한 달간 서울 강남역 인근의 S23 팝업스토어에선 스마트 스테이션 체험 코너가 마련됐다. 지난 2월 24일 이곳에서 만난 박 아무개 씨(31)는 “버튼을 눌러 상자 속에 있는 스마트폰을 찾는 시연을 봤다”라며 “신기하지만 집에 스마트 기기도 없고 딱히 필요성은 못 느꼈다”라고 말했다.
국내 스마트홈 시장은 가전 업체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등장 시기를 보면 국내 시장에 나온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2011년 LG전자는 ThinQ(씽큐) 브랜드로 스마트 가전을 선보였고 2015년 센서와 허브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 미국의 IoT 업체 스마트싱스를 인수한 후 미국·영국 등 해외 시장 위주로 사업을 해왔다.
매터의 등장 이후 여러 플랫폼과 기기의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스마트홈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은 모습이다. 그동안 기기에 맞는 플랫폼을 설치하고 허브를 사는 번거로움 탓에 완전 자동화가 어려웠던 만큼, 매터 표준이 자리 잡으면 편의성이 높아진다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국내에서 스마트홈이 보편화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마다 적합한 기기를 갖추는 등 인프라 구축이 늦고, 설정 과정을 고려하면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 앞서 A 씨는 “조명, 공기청정기, 청소기, 블라인드, 오븐 등을 연결해서 쓰고 있는데 고장이 날 때도 있고 장비도 자주 사야 한다”라며 “IT 관련 지식이 없으면 꾸준히 관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의 대응도 더뎠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인수 후 한참이 지난 2020년에야 국내에 스마트싱스 허브를 출시했고, 최근 들어 기기 연동을 강조하고 나섰다. LG전자의 경우 2015~2016년 인공지능 스피커, 씽큐 허브·센서를 출시했지만 모두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는 플랫폼인 씽큐 앱만 남아 타 사 플랫폼과 기기를 지원한다.
국내 스마트홈·IoT 전문가로 꼽히는 김학용 IoT 전략연구소 소장은 “아직도 스마트홈 기술은 사용자가 쓰기 불편하다. 완전한 플랫폼 통합이나 기기 연동은 멀었다”라며 “조명만 해도 방마다 있지 않나. 각각을 설정하고 연동하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플랫폼이 알아서 통신 환경이나 기기에 맞게 세팅하고 사용자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국내 스마트홈 시장이 본격적으로 크는 시점을 이르면 2023년 말에서 2024년 초로 봤다. 그는 “2013년부터 시장을 봤지만 10년 동안 잘 안 됐다. 매터가 나오면서 이제 관심이 모일 것 같다. 하드웨어만 바꾸면 소프트웨어의 안착은 금방일 것”이라며 “매터가 2022년 하반기에 나왔지만 전파 인증 등의 절차가 있어 적용 제품은 올해 2~3분기쯤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김 소장은 스마트홈이 보편화하려면 간단한 것부터 사용자 경험을 확대하고,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소장은 “조명처럼 1만~2만 원대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사소하지만 만족스러운 경험으로 스마트홈의 가치를 느끼면 냉장고, TV, 에어컨도 연동하고 싶어지는 것”이라며 “한두 번이라도 확실한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스마트홈은 사용자의 식습관 같은 스몰 데이터를 이용해 패턴을 세밀하게 예측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며 “사용자가 자주 먹는 음식을 미리 주문해주거나, 건강이 악화할 것 같으면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식이다. 의식주 전반을 다루는 통합 서비스 플랫폼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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