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발생한 2022년 시공능력 상위 10개 건설사 모두가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해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건설사 행정처분 사례는 전년 대비 43건(154%) 늘었고, 영업정지나 과징금 등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분을 받은 건설사도 두 배 증가했다. 대형 건설사가 건설 공사의 적절한 시공을 도모하고자 도입한 최소한의 규칙조차 공공연하게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0개 건설사 모두는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행정처분은 연간 71건으로 전년 대비 43건(154%) 늘었다. 처분 수위별로 영업정지 2건, 과징금 7건, 과태료 58건, 시정명령 4건 등이다. 영업정지나 과징금 등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2021년 3곳에서 2022년 6곳으로 두 배 증가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인명사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서울시는 2021년 6월 광주 동구 학동에서 부실시공으로 철거건물 붕괴사고를 낸 현대산업개발에 2022년 3월 영업 정지 8개월 처분을 내렸다. 당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시민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현산은 2022년 4월 행정처분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받아낸 뒤 행정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재판을 벌이고 있다.
지에스건설도 현산과 비슷한 인명사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서울시는 2019년 경북 안동시 환경에너지종합타운 공사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책임을 물어 2022년 3월 지에스건설에 산업설비공사업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하던 하청업체 근로자 3명은 철물 거푸집이 붕괴하면서 추락해 숨졌다. 지에스건설은 2022년 4월 행정처분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받아낸 뒤 행정소송을 이어갔지만 같은해 12월 28일 소를 취하해 다음날부터 영업정지가 개시됐다.
현대산업개발은 학동 붕괴 사고와 관련해 과징금 처분도 받았다. 서울시는 4월 ‘하수급인(하도급을 받은 업체) 관리 의무 위반’ 혐의로 현산에 과징금 4억 623만 4000만 원을 부과했다. 당초 서울시는 학동 사고와 관련해 ‘부실시공’ 혐의와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 혐의로 각각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과 현산 측 요청에 따라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에 대한 처분은 영업정지에서 과징금으로 변경했다.
롯데건설, 에스케이에코플랜트,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은 공공발주자에게 하도급계약을 허위로 통보해 수천만 원대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롯데건설은 경남 ‘고성죽계-마산진전2’ 국도 건설 공사에서, 에스케이에코플랜트는 전북 김제시 ‘흥사-연정’ 도로 공사에서 각각 하도급계약 2건을 허위로 통보해 과징금 총 8000만 원 처분을 받았고,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각각 충남 ‘보령-태안’ 도로 공사와 충남내륙고속화도로 건설공사에서 하도급계약 허위 통보로 과징금 3000만 원이 부과됐다.
관할 지자체에 따르면 이들이 맺은 하도급계약은 발주처에 통보한 내용과 달리 정상 하도급율(82%)에 미치지 못했다. 하도급율은 하도급금액이 도급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하도급율이 낮을수록 원도급사가 가져가는 이윤이 많이 남는 대신 하도급업체 공사비가 줄어 부실 공사가 발생할 수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관급공사에서 하도급율이 82%를 밑돌면 발주기관은 하도급계약의 적정성을 심사해야 한다.
10대 건설사 가운데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해 2022년에 과태료 처분을 받은 곳은 7개다. 대우건설이 22건(누적 4212만 5000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건설 16건(4355만 원), 디엘이앤씨 8건(4800만 원), 현대엔지니어링 7건(800만 원), 롯데건설 2건(300만 원), 삼성물산 2건(160만 원), 포스코건설 1건(320만 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과태료 처분 사유는 건설공사대장을 발주처에 통보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통보하는 경우, 하도급이나 재하도급계약을 발주처에 통보하지 않는 경우 등이 주를 이뤘다.
이 밖에 현대건설, 디엘이앤씨, 지에스건설은 도급계약에서 정한 하자 담보 책임기간에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각각 한 차례 지자체 시정명령을 받았다. 포스코건설은 건설공사대장을 통보하지 않았지만 경미한 수준이어서 시정명령 처분을 받았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적절하고 안전한 시공을 위해 건설산업기본법은 여러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이런 최소한의 절차를 무심코 지나치거나 의도적으로 어기는 경우가 있다. 하도급계약을 허위로 통보해 공공의 적정성심사를 건너뛰고 수억 원을 아낄 수 있다면 수천만 원 과징금을 감수하고도 위법행위를 벌일 유인도 있다. 행정처분 수위를 높여 건산법을 지키는 관행을 정착시킬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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