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26년 시행되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앞두고 각 지자체에서 생활폐기물 소각장(자원회수시설) 신설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소각장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와 관리는 논의에서 빠져 있다. 직접 만나본 소각장 노동자들은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연소 가스 노출로 인해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제대로 된 휴게시설조차 없는 소각장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소각장이 필수 시설임에도 노동자들의 근무요건과 안전에 관한 기본적인 규정조차 없다는 것이다(관련기사 [현장] 주민 반대 막으려 소각장 지하화, 노동자 안전은 어디로).
#불규칙한 야간 근무로 다수가 수면장애…근무 방식 기준도 없어
소각장은 24시간 돌아간다. 하루에 소화해야 하는 용량이 정해져 있는 탓에 잠깐이라도 운영이 멈추면 쓰레기 처리에 지장이 생긴다. 8년째 소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A 씨는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 매번 근무 시간대가 달라져 휴일은 온전히 생체리듬을 회복하는 데 할애한다. A 씨는 “새벽에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직원들 대부분이 우울증이나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산재사고로 돌아가신 분도 많다. 종종 암 환자도 생긴다”고 털어놨다.
전국 폐기물 소각시설은 총 441개. 자가처리시설과 중간처분업체를 제외한 공공처리시설은 185개로 모두 지자체 관할이다. 다만 공공처리시설이라고 해서 지자체가 직영으로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3년마다 위탁업체를 입찰해 운영한다.
3교대로 근무하던 서울 한 생활폐기물 소각장(자원회수시설)에서 12시간 2교대로 근무 체계가 바뀐 것은 2018년부터다. 4년 전 추석 연휴 내내 연속으로 3교대 근무를 섰다 과로사한 노동자가 발생한 탓이다.
A 씨는 “이전에는 대부분 4조 3교대로 운영됐다. 오후 3시~8시, 오전 8시~오후 3시, 오후 10시~오전 8시까지 근무를 일마다 반복한다. 사고가 난 이후로는 2교대로 바뀐 곳이 많다. 12시간씩 2일은 오전 8시~오후 8시, 2일은 오후 8시~오전 8시까지 반복해서 근무한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다. 약을 먹는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소각장마다 근무 방식과 시간이 다른 까닭은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다. 소각장 밖으로 배출되는 연소 가스는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규제하지만, 내부 소각로에서 배출되는 가스는 규제 기준조차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내부 오염도나 노동자들의 건강상태, 작업 환경에 대한 기준이 없다 보니 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기도, 환경이 개선되기도 어렵다.
서울 시내 소각장에서 근무하는 B 씨는 “원래 휴게실도 제대로 없었는데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나서야 만들어졌다. 지금도 휴게실이 없는 소각장이 많다. 쉬는 시간은 1시간인데 1시간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인원은 적은데 계속 소각로 상태를 지켜봐야 하니 제어실에서 교대로 15분씩 식사를 한다. 공공시설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통합된 규정이 없어 위탁업체별로 노동조건이 모두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설에서 일하는 직원 C 씨는 “여기만 다른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외진 곳에 있어서 화재가 나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소각장 건립과 연소가스 배출 문제는 계속 논란이 되지만, 정작 그 안에서 일하는 우리 같은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는 본 적 없다. 산재로 죽거나 다이옥신에 노출돼도 변한 게 없다. 회사나 지자체, 환경부 등에서 공식적으로 조사한 적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안전 가이드라인도 없고 필수노동자 지정도 안 돼
소각장 내부의 화재나 사고가 빈번함에도 환경미화원과 달리 이들에 대한 안전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게 환경부에서 정한 ‘유해폐기물 안전관리 및 사고대응 가이드라인’인데, 이 규정 역시 2015년 이후 갱신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에서는 소각장 설치 지원에 대한 부분을 위주로 관리한다. 노동자 안전이나 근무 환경 전반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태다. 환경미화원은 법으로 규정돼서 환경부에서 관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소각장 내 재해발생 현황이나 근무 방식 등도 파악하지 않았다. 결국 소각장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다.
2020년 12월 정부는 코로나 상황에서 필수업무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환경미화 분야가 포함돼 고중량 생활폐기물 배출 제한, 시설 현대화, 근골격계·폐질환 건강진단 지원 등이 이뤄졌지만, 소각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필수노동자 업종은 초기에 국무총리실 등에서 정했고, 입법이 된 후 고용노동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당시 업종 지정에 누가 관여했는지는 알기 힘들다. 다만 관련 법이 이미 시행됐으므로 추후 재난이 발생했을 때 필수노동자 업종 추가를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국환경노동조합 관계자는 “초반에는 소각장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필수노동자 업종) 지정에서 빠졌다. 지정을 논의할 만큼 이 분야를 잘 아는 전문가도 없었던 걸로 안다. 파업을 하려고 하면 필수업무라고 지자체에서 저지하면서도 막상 보호 대책은 전혀 없다. 직원들 대부분 직고용이 아니다 보니 인력업체에 인건비를 떼인 사람들도 있다. 소각장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지침이나 규정이 없고 컨트롤타워도 없다. 이렇다 보니 일하려는 사람이 없어 신규 유입이 적어 항상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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