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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편의점과 코로나에 밀려 사라지는 자판기의 '안간힘'

편의점 늘고 마스크 착용하면서 이용객 뚝, 알고보면 편의점보다 싼데…

2022.03.11(Fri) 16:34:35

[비즈한국] 지하철 역사와 사람이 붐비는 길거리를 지나다면 자동판매기(자판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자판기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캔음료 등은 편의점보다 비싸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서울시민 A 씨는 “편의점은 1+1 같은 행사가 많은데, 자판기는 그런 게 없어 더 비쌀 거 같다”고 말했다. B 씨 역시 “자판기가 더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편의점이나 마트보다 자판기가 더 비쌌다”고 말했다. C 씨는 “자판기 가격을 편의점이랑 직접 비교해본 적이 있다. 자판기가 더 비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 전했다. 

 

지하철과 대학 등에 위치한 자판기를 CU·GS25 등 편의점과 비교한 결과 시민들의 인식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자판기 음료가 일반 편의점에 비해 1~400원 정도 저렴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동아오츠카의 포카리스웨트 페트병은 편의점에 비해 400원이나 저렴했다. 이 외에 차음료(페트병)나 커피 캔음료 등 음료수 대부분이 편의점보다 100~300원 정도 저렴했다. 생수만 유일하게 가격이 동일하거나 100원~200원 더 비쌌다.

 

대부분 편의점에서 2400원에 판매하는 동아오츠카의 포카리스웨트 페트병은 자판기에서 2000원에 판매한다. 사진=전다현 기자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한국자동판매기운영업협동조합(자판기협동조합) 관계자는 “편의점은 아무래도 인건비와 임대료를 내야 하니 더 비싸게 판매하는 경향이 있다. 자판기를 운영하는 분들은 대부분 음료 제조사에서 바로 납품을 받기 때문에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판기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 A 씨는 “요즘은 편의점이 많이 생겨 자판기 가격이 편의점보다 더 비싸면 구매하지 않아 일부러 가격을 조금 낮춘다. 편의점은 소비자를 겨냥한 상품을 내놓고 행사 상품도 많기 때문에 수고스럽더라도 편의점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자판기 상품은 가격 아니면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도매가격이 바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판기 사업자 B 씨는 “편의점이 가격을 올리고 나서야 얼마 전에 (자판기) 가격을 조금 올렸다. 도매가격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올랐지만, 편의점보다 비싸게 팔면 잘 안 팔리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가격을 올린 후 일정 기간 지나 도매가격을 판매 가격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가격 조절을 위해 편의점에서 파는 음료와 다른 종류의 음료를 판매하기도 한다. 자판기 사업자 C 씨는 “자판기 전용상품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가격 조절을 위해 원가가 다소 저렴한 생산업체의 상품을 놓는다. 캔음료 같은 경우는 길거리에서 마시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캔보다 용량이 작은 음료를 배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공익적 목적으로 가격을 조절하기도 한다. 코레일유통 관계자는 “코레일유통에서 KTX 역사 및 철도공사 내 주요 역사에 상업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편의점(스토리웨이)과 자판기 사업이 있다. 매일 출퇴근하는 분들을 위해 공익 목적으로 편의점 시장의 가격과 동일하거나 더 낮게 책정하도록 운영한다”고 밝혔다.

 

#자판기 사업 뜬다는데 뛰어들어도 될까

 

자판기 판매 사업은 최근 다시 화제가 되는 업종 중 하나다. 무인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투잡으로 삼기 쉽고, 공간 임대료도 매장 임대에 비하면 저렴해 초기 비용이 낮다. 특히 캔음료·커피에서 꽃, 피자, 정육, 아이스크림 등으로 취급 품목이 진화하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어뮤즈먼트(스티커 사진 등) 자판기 역시 거리 곳곳에 있을 정도로 증가했다. 단순 음료 판매 사업에서 각종 식품 및 오락거리 사업으로 확대된 것이다. 

 

자판기 사업자 모집 홍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월 500만 원 이상 수익 보장 등 ‘혹’할 만한 사업자 모집 광고도 많다. 자판기 사업자 유튜버 등 자판기 사업으로 성공한 사례도 퍼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자판기 사업을 시작해도 괜찮을까?

 

관계자들의 답은 ‘노(No)’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한 탓에 수익이 일정하지 않은 까닭이다. 코로나 영향도 크다. 관계자들은 장소 선정에 따른 수익 차이도 커 수익률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자판기 사업자 D 씨는 “코로나19로 수익이 거의 마이너스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 보니 길거리에서 음료를 마실 일이 거의 없다. 지금은 수익이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자판기 사업을 하고 있는 유튜버 A 씨는 “여름에는 수익이 나는 편이지만 겨울 같은 비수기에는 적자다. 성수기, 비수기가 뚜렷해 자금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판기 사업자는 점점 줄고 있다.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자판기협회) 관계자는 “음료 자판기 운영 매출은 이전보다 훨씬 줄었다. 현재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장기 투자나 임대를 줄이고 있다. 편의점이 많이 생기고 할인 행사를 하는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음료 자판기가 아닌 멀티 자판기는 다소 늘고 있는 추세다. 이 관계자는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자판기나 오락을 목적으로 하는 자판기는 캔음료 자판기에 비해 늘고 있는 편이다”고 말했다.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캔음료와 커피 자판기. 사진=전다현 기자

 

수입 안정성이 낮다는 부분도 크다. 자판기협동조합 관계자는 “어디에 설치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천차만별이다. 평균적으로 나오는 수익을 계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자판기 사업을 하는 분들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운영하는 탓에 사업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어떤 흐름을 지녔는지 파악할 수도 없다. 몇 명의 사업자가 있는지, 어디서 사업을 하는지도 알기도 어렵다. 자판기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냉·음료 자판기 9만여 대, 커피 자판기 6만여 대, 멀티 자판기 3만 5000여 대, 어뮤즈먼트 자판기 1만 5000여 대, 일용잡화 및 기타 자판기 1만여 대 정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추정치다. 통계청은 “현재 자판기 사업자를 조사하거나 통계 낸 정보는 없다.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은 조사를 하더라도 정확도가 떨어져 공시하지 않는다. 자판기 사업자는 조사를 안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자판기 사업자 E 씨는 “공모를 통해 어렵게 지하철 역사에서 자판기 사업을 시작했지만, 막상 시작하니 수익이 거의 없어 걱정이다. 계약기간이 있어 마음대로 접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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