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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보다 백신이 더 무섭다', 왜?

정치권·언론의 과도한 불신 조장, 정부 대응도 미숙…인과성 따지기보다 안전망 구축이 우선

2021.05.13(Thu) 14:44:53

[비즈한국]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전 세계 각국 정부의 숙제다.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접종 속도가 더딘 면도 있지만, ‘백신 기피’ 현상 역시 집단면역 달성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해외여행 희망자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을 예약하고 가지 않는 ‘노쇼 백신’ 물량 수요가 늘고 있지만, 국민이 안심하고 본인 차례에 제때 맞는 이상적인 상황이 아닌 점은 분명하다.

 

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은 없을까. 미국에서는 접종률을 높이려고 각종 유인책을 내놓았다. 뉴욕 지하철에 무료 백신 접종소를 설치해 접종 후에는 7일간 사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를 쥐여주는가 하면, 백신을 맞으러 오갈 때 우버를 무료로 제공한다. 뉴저지는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무료로 맥주를 나눠준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이러한 유인책과는 다른 근본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불신이 낳은 백신 기피 현상 “정부 발표도 못 믿어”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한 의료진이 이상반응 안내문을 읽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백신 접종하라는 문자가 왔는데 너무 무섭네요. 30세 미만이고 싶어요.” “건강했던 청년이 백신 맞고 부작용 생겼다는 뉴스 보셨나요? 정말 겁이 나네요.” “부모님이 백신 안 맞겠다고 난리였어요. 백신 접종을 안 했다가 나중에 병원에서 입원을 거부하면 어떡할 거냐고 가족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오갔죠.”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을 기피하는 움직임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번지고 있다. 우려를 표하는 이들은 나이·직업을 불문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침팬지에게만 감염되는 아데노바이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 항원 유전자를 넣어 배양 생산한 후 사람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원리다. 코로나19 항원 유전자 성분을 체내에 미리 만들어 면역력을 생성하는 mRNA 방식의 화이자·모더나 백신과는 방식이 다르다.

 

백신 기피 현상이 계속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자체의 문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접종이 일시 중단되거나 접종 대상 변경 등의 수모를 겪었다. 특히 이상반응 논란이 잇따라 터졌다. 접종 후 국내외에서 희귀 혈전증 사례가 나오면서 해외 곳곳에서 접종이 중단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4월 만 60세 미만 국민 접종이 중단됐고 혈전증이 주로 나타난 만 30세 미만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65세 미만’, ‘55세 미만’ 등 접종 대상도 나라마다 다르고, 계속 바뀐다. 강윤희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심사위원은 “기저질환이 없던 젊은 사람들한테서 12주 이내에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다른 백신 접종에서는 그다지 없었던 현상이다. 해마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는 젊은 의료인들이 많지만 이러한 보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백신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임상 3상 시험에서 79%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 항체 형성 효과가 94~95%에 달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보다는 효과가 낮다.

 

서울 성동구보건소 간호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아스트라제네카를 둘러싼 논쟁은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이 가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부가 ‘문제없다’, ‘괜찮다’고 해도 국민들은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백신에 대해 정치권에서 말을 덧붙이니 어느 게 사실인지 헷갈리게 되고, 결국 정부 발표에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많이 담겨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생존’은 사람에게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확률이 0.1%라도 멀쩡하게 잘 살던 사람이 백신 맞고 갑자기 사망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정부는 부작용이 생길 확률은 몇 퍼센트에 불과하고, 접종해서 얻을 이익이 더 크다고 설명한다. 확률론적인 접근이다. 국민이 본인들의 감정과 유리됐다고 보는 이유”라고 밝혔다.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않아 사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똑같이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에 이 교수는 “‘백신을 안 맞으면 사망자가 하루에 몇 명 나온다’는 이야기와 ‘어디에 사는 누가 백신을 맞아 부작용이 생겼다’는 구체성 있는 말이 주는 충격은 오렌지와 수박의 크기와 같다. 언론이 다투어 내놓는 부작용 보도를 보며 수박의 크기는 점점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작용 인과관계 따지기보다 안심하고 맞을 수 있는 안전망 구축해야

 

부작용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백신과 부작용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할수록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을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0일 기준 백신 접종 후 사망 등 중증 이상반응 신고 사례 32건 중 30건이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은 “코로나 확진을 받고 사망하면 코로나로 인한 사망으로 집계된다. 80대 이상 고령층도 그렇다. 그런데 백신을 맞고 사망하면 기저질환 때문이라고 하면 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백신 접종 모의 훈련에서 접종을 마친 후 이상반응을 보인 참가자를 의료진이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에 정부는 오는 17일부터 근거자료가 불충분한 중환자에게도 한시적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치료비 한도는 1인당 1000만 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이상반응 분류 사례 5가지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한다. ①인과성이 명백한 경우 ②인과성에 개연성이 있는 경우 ③인과성에 가능성이 있는 경우 ④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⑤인과성이 명백히 없는 경우다. 이 중 ④​, ⑤​ 사례는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대책은 ④​의 경우에도 일부에 현금성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책이 공허하게 들리는 건 매한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이 생겼다고 주장한 40대 간호조무사의 경우 의료비가 일주일에 4000만 원씩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사망과 경증·중증장애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워도 ​새로 시행되는 제도에 따라 ​치료비는 받을 수 있지만 지급액이 충분치 않다는 이야기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의료비는 국가가 책임져야 하고 특히 백신 접종 이후 발생하는 의료비라면 더더욱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치료비가 1억 원이 나와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1억 원을 부담할 수 있는 개인이나 가계는 거의 없다. 다만 의료비로 그렇게 많이 내야 한다면 제대로 된 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처럼 즉각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먼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앞서의 이동귀 교수는 “정치권에서 백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윤희 전 위원은 “백신 부작용과 인과성을 심사하는 위원 명단과 회의록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 관계자는 “제약사에서 제출하는 백신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국민에 제공됐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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