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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EOS R5와 진짜 디지털카메라의 미래

DSLR 고집 꺾고 괴물 성능 미러리스 선보여…다음 진화 단계는 '스마트 통신'될 것

2020.07.16(Thu) 17:02:11

[비즈한국] 캐논이 EOS R5, R6를 발표했습니다. 풀 프레임 미러리스 디지털카메라입니다. 이 두 카메라가 요즘 사진, 영상을 취미나 일로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기대가 아주 큽니다. 뭔가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말이지요.

 

EOS R5는 4500만 화소 센서를 달았고, 8K 영상을 찍을 수 있습니다. 4K는 1초에 120프레임을 담아내고 사진도 1초에 20장을 담아내는 괴물 카메라입니다. 함께 발표된 EOS R6는 4K 영상에 최적화된 2000만 화소 카메라입니다. 사실 세세한 강점들이 있는데 짧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네요. 다만 지금 나온 카메라 중에서는 손에 꼽을만한 특징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캐논이 EOS R5, R6를 발표했다. EOS R5는 4500만 화소 센서를 달았고, 8K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사진=최호섭 제공


#캐논이 칼을 갈다

 

EOS R5는 올해 초 소문으로 시작해 캐논이 정보를 몇 차례 살짝살짝 흘려가면서 개발돼온 카메라입니다. 애초 8K 동영상을 원본 데이터인 RAW 포맷으로 촬영할 수 있다는 사실로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캐논은 그 이상을 내놓았고, 사진을 찍기에도 훌륭한 제품이 공개됐습니다.

 

‘캐논이 칼을 갈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그동안 캐논은 지난 수십 년을 이어 온 DSLR 카메라에 더 집중해 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팔아 온 렌즈들이 캐논의 힘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카메라와 새로운 렌즈를 공급하는 구조였으니까요. 미러리스는 렌즈의 광학 구조를 새로 짜야 하는 데 캐논으로서는 필요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작은 카메라는 기존에도 만들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세상이 달라졌죠. 카메라의 기준이 이제 미러리스로 넘어갑니다. DSLR은 이제 전문가들이나 하이 아마추어를 위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굳어졌습니다. 미러리스는 약점을 보완했고, 오히려 더 나은 기술들을 빠르게 채택하고 있습니다. 셔터 앞 미러를 안고 가야 하는 DSLR은 이제 따라가기 어려워지게 됩니다.

 

그래서 캐논은, 또 니콘은 2018년 미러리스 카메라를 내놨죠. 그런데 최선을 다했나, 그러면 또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좋은 카메라이긴 하지만 여전히 DSLR 시장에 대한 견제가 보였고, ‘캐논과 니콘 모두 조금 더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어딘가 남았습니다.​

 

EOS R5는 8K 동영상을 원본 데이터인 RAW 형식으로 촬영할 수 있다는 사실로 주목을 받아 왔다. 사진=최호섭 제공

 

이번 EOS R5는 그런 측면에서 캐논이 이 미러리스 시장을 중심에 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최선을 다한 부분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물론 EOS R6를 보면 여전히 캐논 특유의 급 나누기가 있는 듯하지만 최고 성능의 플래그십을 꽂아 놓고 이를 조정해서 상품성을 만드는 방법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EOS R5는 대중적인가

 

사실 지금 시점에서 EOS R5는 그렇게 대중적이지 않습니다. 여전히 시장은 디지털카메라의 몰락을 이야기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분명 이전보다 DSLR 카메라를 비롯해 디지털카메라 자체의 수요는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사진 찍나 보다’가 아니라 ‘유튜버인가보다’라고 느끼는 게 일반적입니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을 직접 찍고 즐기는 입장에서도 아직 EOS R5는 멀리 있다고 느껴집니다. 먼저 520만 원이라는 가격, 그리고 8K 영상은 피부로 와 닿지 않습니다. 특히 8K 영상은 4K 영상보다 픽셀 데이터가 4배 많습니다. 지금 4K 영상은 저장도 편집도 유통도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영상 소비는 아직 2K 수준인 풀HD에 머물러 있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으로 보는데 8K가 무슨 소용”이라는 말에 딱히 반박하기 어렵다는 얘기지요.

 

그럼 캐논이 쓸데없는 물건을 내놓은 것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전문가 시장에서 보면 500만 원대에 8K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는 아주 저렴한 편에 듭니다. 물론 영화 촬영용 카메라가 기능적으로 더 좋은 게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고가의 카메라를 대여해서 쓰는 것보다 EOS R5를 여러 대 사는 게 더 저렴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결과물은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결코 시네마 카메라에 뒤지지 않을 겁니다.​

 

EOS R5는 캐논이 미러리스 시장을 중심에 뒀다고 말할 수 있다. 사진=최호섭 제공

 

이건 마치 풀프레임 DSLR 카메라로 풀HD 영상을 찍을 수 있는 ‘EOS 5D 마크2’가 나오던 시기를 떠올립니다. 좋고 나쁨을 떠나 DSLR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방송국들이 이제까지 주력으로 써 오던 기존 ENG 카메라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따져보면 방송용 카메라가 더 좋을 수 있지만 시청자로서는 새롭고 더 고급스럽다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렇게 디지털카메라는 영상 매체를 담아내는 기기로 발전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살짝 변화가 생겼습니다. 소니가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지요. 소니는 일찌감치 중심을 미러리스로 이전했고, 풀 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인 A7을 중심으로 사진과 영상, 그리고 기기적인 완성도를 통해 시장을 다져왔습니다. 시장 점유율 1위라고 하지만 캐논도 이를 달갑게 볼 리가 없습니다.

 

EOS R5로 캐논은 소니에 삼켜지고 있는 그 시장을 되찾으려는 듯합니다. 사실 사진이라면 지금 나와 있는 EOS R로도 결과물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스포츠나 보도 사진이라면 아직도 EOS 1Dx 계열의 카메라가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고요.

 

하지만 필드에서 사진도 찍고 영상 촬영을 할 수 있는 준전문가 시장에서는 이만한 제품 찾기가 어려울 겁니다. 고성능 컴퓨터를 따로 산다고 해도 1000만 원 정도면 아주 기본적인 8K 편집 환경을 만들 수 있지요. 사실 EOS R5는 8K가 주목받지만 현재로서는 1초에 120프레임까지 최고 화질로 찍어낼 수 있는 4K 영상이 더 힘을 받게 될 겁니다.​ 

 

EOS R5는 캐논이 미러리스 시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심을 수 있다. 사진=최호섭 제공

 

#캐논은 EOS R5로 무엇을 노리나

 

다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캐논의 EOS R5는 캐논이 이 미러리스 시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심을 수 있을 듯합니다. 미러리스의 의미는 뭘까요? 경량화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EOS R5는 그렇게 극적으로 작지도 않습니다. 미러리스의 강점은 절대 크기가 아닙니다.

 

일단 미러가 빠지면서 셔터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DSLR은 셔터 앞에 뷰파인더로 피사체를 보여주는 미러가 있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 미러를 접어 올리고, 셔터를 열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모터의 힘이 많이 필요하고, 미러가 철컹철컹하는 진동을 만들어냅니다. 고속 촬영은 아주 비싼 카메라에나 넣을 수 있고요.

 

미러리스는 말 그대로 미러가 없기 때문에 셔터만 움직이면 됩니다. 그래서 1초에 10장을 손쉽게 넘기지요.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들어갑니다. 바로 전자 셔터입니다. 전자 셔터는 셔터막을 열었다 닫는 대신 정해진 시간만큼 센서 신호를 끊어서 받는 방식입니다. 물리적인 셔터 이동이 없기 때문에 진동도 없고, 연속 촬영도 빨라집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사진이 옆으로 눕는 젤로 현상이 보이기도 하고, 조명을 쓰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지만 빠르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캐논도 이번에 EOS R5로 전자 셔터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자 셔터는 셔터막을 열었다 닫는 대신 정해진 시간만큼 센서 신호를 끊어서 받는 방식이다. 물리적인 셔터 이동이 없기 때문에 진동도 없고, 연속 촬영도 빨라진다. 사진=최호섭 제공

 

또 하나는 인공지능 기술입니다. 참 여기저기에 잘 갖다 붙이는 게 ‘인공지능’이다 싶긴 한데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바로 렌즈 안에 들어오는 영상을 분석해서 찍으려는 피사체의 초점을 따라다니면서 맞추고 노출 등 적절한 촬영 방법을 잡아주는 것이죠. 이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EOS R5는 사람이 잠깐 가려지거나 뒤로 돌아도 당황하지 않고 초점을 잘 유지해 줍니다. 피사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알아채서 정확히 초점을 맞춰줄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이 역시 센서가 실시간으로 피사체를 보고 있기 때문에 프로세서를 통해 화면 속 내용을 분석하고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건 이미 소니가 A9을 비롯해 A6400 등의 기기를 내놓으면서 보여주었던 기술이기도 합니다. ‘따라한다’는 게 아니라 이건 미러리스 시대의 카메라가 마땅히 해야 하는 겁니다.

 

미러리스를 바라보면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이게 진짜 디지털카메라의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일까요. DSLR은 말 그대로 디지털 SLR 카메라입니다. 기존 필름 중심의 광학계와 사진 시스템 그대로 센서만 디지털로 바꾼 카메라입니다. 오히려 지금은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똑딱이 카메라’가 더 디지털카메라에 가깝다고 할까요.

 

하지만 미러리스는 기존과 사진 찍는 방식부터 차이를 둡니다. 마침 기술 발전이 절정에 달한 센서는 밝기와 관계없이 최적의 결과를 찾아줍니다. 그리고 피사체를 사람보다 더 빨리 읽어 들여서 뭘 찍어야 하는지 정확히 판단하지요. 감이 잘 안 오시나요? 그러니까 이전에 DSLR 카메라는 적정 노출을 맞추고, 카메라 중심을 피사체에 맞춰 초점을 잡고 반셔터를 누른 채로 원하는 프레임에 맞춰 셔터 버튼을 밀어 사진을 얻었죠. 그런데 미러리스는 그냥 조리개값과 프레임만 정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카메라가 다 해줍니다.​

 

렌즈 안에 들어오는 영상을 분석해서 찍으려는 피사체의 초점을 따라다니면서 맞추고 노출 등 적절한 촬영 방법을 잡아준다. 사진=최호섭 제공

 

이건 사진뿐 아니라 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영상은 사진을 빨리 찍어서 합치는 것이니까요. 어떻게 보면 전통적인 방법과 너무 다르고, 쉽기 때문에 서운함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찍어도 되나?’라는 생각도 스치고요. 그런데 이게 새로운 카메라의 기술입니다. 사실 중요한 건 어떤 사진을 찍느냐에 있지,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피사체를 보고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따지는 건 본질과 멉니다. 과거에 그랬던 것은 필름의 특성과 그리고 당시의 광학 기술이 모자랐기 때문이지요.

 

#다음 세대의 카메라

 

미러리스는 과거의 광학 기술, 필름의 특성 때문에 이어져 온 습관을 털어내고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카메라입니다. 그래서 온전한 디지털카메라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카메라의 방향은 어디로 갈까요?

 

다음 시대의 카메라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게 바로 통신과 스마트 기술입니다. 그냥 스마트폰처럼 쓸 수 있는 카메라를 말하는 거죠. 카메라의 역할은 사진을 찍는 데에 집중돼 있는데, 앞으로는 사진을 매만지고 즐기고 또 공유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으면 좋겠죠.​ 

 

당장 사진을 찍고 그 자리에서 공유해주려면 메모리 카드를 옮기거나, 앱을 통해 사진을 골라서 스마트폰으로 전송한 다음에 뭘 시작할 수 있습니다. 너무 번거로운 일이지요. 사진을 찍으면 그대로 5G 네트워크를 타고 구글 포토나 어도비 클라우드로 전송되고, 그걸 스마트폰이나 PC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거죠. 더 나아가서 그냥 카메라로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려도 되고요.​

 

미러리스는 과거의 광학 기술, 필름의 특성 때문에 이어져 온 습관을 털어내고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카메라다. 사진=최호섭 제공

 

이건 활용뿐 아니라 사진 결과물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아이폰이나 구글 픽셀 등의 스마트폰들은 막강한 프로세서를 통해서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사진을 매만집니다. 결코 그 스마트폰들의 센서가 기가 막혀서 좋은 사진을 내는 게 아닙니다.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로 작은 센서의 부족함을 모두 채워버리는 것이죠.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많은 걸 결정하는 시대입니다. 사진은 더 심하죠. 이미지 처리와 후보정, 그리고 공유와 유통까지 모두 종이 한 장 없이 온라인으로 이뤄집니다. 바로 디지털 사진의 시대입니다.

 

요즘 가장 고성능 칩 중 하나로 꼽히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65가 5G 모뎀과 묶어 80달러면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이걸 넣고 부가가치를 높여 200달러 더 받는다고 시장이 외면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도, 그 사용자 경험도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요.

 

그런데 왜 고성능 프로세서를 안 넣을까요? 이번 EOS R5도 8K 촬영을 할 때 과열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고성능 칩을 쓰면 많은 부분이 해결됩니다. 이건 비단 캐논뿐 아니라 소니도 그렇고요. 이건 요즘 카메라 시장의 가장 큰 의문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다음 시대의 카메라를 위해 남겨둔 걸지도 모르겠네요. 아직은 센서와 광학계로도 할 일이 많다는 의미겠지요? 하지만 그사이에 스마트폰이 치고 올라오는 건 신경 쓰이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느리고 보수적인 카메라 시장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마 니콘도 따라가고, 다른 기업들도 이를 받아들이겠죠. 그 흐름은 당연하고 멈출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의 디지털카메라는 ‘진짜’ 디지털카메라가 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DSLR 카메라만 머릿속에 있다면 카메라 다시 배우셔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디지털의 시대니까요.​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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