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유동성 위기와 맞물려 최대주주의 경영권 포기 가능성까지 대두되는 쌍용자동차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
쌍용차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놓인 향후 시나리오들은 정부의 긴급 자금 수혈, 새 주인 찾기나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 등이다.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산 넘어 산의 난관이 예상된다.
쌍용차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는 지난 12일 현지에서 “쌍용차와 함께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자동차 업계에선 마힌드라가 쌍용차 매각과 경영권 포기를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힌드라의 경영권 포기 가능성은 이미 예견돼 왔었다. 올 1월 마힌드라는 2022년까지 5000억 원을 투입해 쌍용차를 흑자 전환시키겠다며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했다. 마힌드라에서 2300억 원을 내고, 쌍용차가 자체적으로 1000억 원을 조달할테니 정부와 산업은행이 1700억 원을 지원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마힌드라가 올 4월 향후 3개월 간 최대 400억 원의 운영자금을 일시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쌍용차에게 더 이상 투자는 어렵다는 점을 마힌드라가 간접적으로 밝힌 셈이다.
따라서 쌍용차는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정부와 산업은행은 쌍용차에 대한 긴급자금 수혈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부와 산은은 지난 2018년 8100억 원을 지원한 한국GM 때처럼 쌍용차를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은은 한국GM 2대 주주로서 주주책임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정작 한국GM은 대규모 자금을 수혈하고도 2018년 영업손실 6226억 원, 지난해 영업손실 3304억 원 등 적자 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쌍용차의 경우 산은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그저 주채권은행일 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산은이 쌍용차를 대폭 지원할 경우 산은으로부터 대출을 받았지만 경영악화에 빠진 기업들이 앞 다퉈 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쌍용차는 당장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900억 원에 대해 산은이 연장을 해줘야 부도 위기를 넘길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은 산은이 만기연장을 해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밖에 쌍용차는 올해 중 단기차입금 2540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산은이 현재 보유한 쌍용차 채권은 1900억 원 규모다. 쌍용차의 차입금 총액은 4000억 원이 넘는다. 산은 한 관계자는 “쌍용차는 대부분 담보를 제공하고 산은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쌍용차가 기한 내 상환을 하지 못하더라도 담보를 처분하면 된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한 자금 수혈을 기대하고 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항공·해운에 우선 지원하고 그 외 업종은 정부 협의를 거쳐 지원하는 기금이다. 그러나 쌍용차의 기대와는 달리 이 회사 자금난은 코로나19로 인한 것이 아니라 수년간 고질적으로 장기화 된 것이라는 점에서 기금 적용 가능성 여부를 두고 많은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로부터 자금수혈을 할 수 없다면 쌍용차는 새 주인 찾기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상황이 악화일로인 점을 감안하면 새 주인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쌍용차의 기업 가치가 줄곧 하락해 왔다는 점에서 인수 가격만 놓고 보면 경쟁력이 있어 새 주인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건은 본전 생각이 절실한 마힌드라가 저가 매각을 수용할지 여부다. 마힌드라는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하기 위해 7000억 원을 투자했고 현재 74.6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의 고질적인 경영 악화로 마힌드라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이달 현재 2200억 원대로 줄어 들었다. 쌍용차의 새로운 인수 희망자는 통상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해도 매우 저렴한 3000억 원 안팎에서 완성차 업체를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쌍용차가 자금수혈을 받지 못하고 새 주인도 찾을 수 없다면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법정관리가 유력해지면 마힌드라로서는 쌍용차에 대한 투자금을 거의 날릴 수 있다. 이에 따라 마힌드라는 쌍용차가 법정 관리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 투자 카드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
한편, 쌍용차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는 것은 그만큼 경영 상태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2009년 평택공장 노조의 옥쇄 파업 사태를 유발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거의 매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간 쌍용차가 소폭이라도 영업이익을 낸 해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인 티볼리 열풍에 힘입은 2016년뿐이다.
더욱이 쌍용차는 2017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2819억 원을 냈다. 2018년 영업손실 642억 원에 비하면 적자 폭이 439%나 급증했다.
또한 올 1분기 쌍용차 매출은 6492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9332억 원) 대비 30%%나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지난해 1분기 278억 원에서 350%나 급증한 986억 원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쌍용차의 실적 개선을 이끌 동력이 없다는 점에서 경영 악화는 상당기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수시장에선 신차 출시 지연으로 경쟁력을 상실한데다 주력인 SUV 차량도 현대기아자동차의 약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해외 시장의 판로가 막혀 수출 돌파구도 찾지 못하고 있다.
과연, 쌍용차의 미래가 어떤 시나리오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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