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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행사 초토화' 코로나19로 시름 빠진 전시업계

고심 끝 개최 취소에 다수 관련 업체 피해 '일파만파'…"정부가 나서서 교통정리 해야" 지적

2020.02.25(Tue) 14:41:59

[비즈한국] 정부가 23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전시업계가 행사 개최 여부를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행사 관계자들과 방문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행사를 취소하는 게 맞지만, 최소 1년 전부터 준비한 데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준비 비용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국내 주요 컨벤션센터인 서울 코엑스, 일산 킨텍스, 부산 벡스코에서 3월 열릴 전시회 및 행사는 15건 이상. 이 가운데 어느 행사도 개최를 확정 짓지 못한 상황이다. 행사장 세팅을 이미 시작해 취소할 수 없거나 3월 말로 옮겨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행사뿐이다. 3월 중순 전후로 예정된 행사의 주최 측 관계자들은 개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대형 행사 줄줄이 대기 중인 코엑스…먼저 열리는 3월 행사 2건은 취소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의 경우 정부의 대형 행사 자제권고에 따라 3월 4일부터 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던 ‘스마트공장 자동화산업전’의 개최를 취소했다. 이 행사 외에도 3월에는 15회 이상 열린 굵직한 행사들이 코엑스에서 개최를 기다리고 있다. 주최 측 관계자들은 행사를 통해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기업들이 있는 까닭에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게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안전과 생계 사이에서 고심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역 사회로 확산되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내 한 극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3월 11일부터 3월 15일 개최 예정이었던 ‘제26회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내부 회의를 통해 24일 취소를 확정했다. 주최 측인 디자인하우스는 1월 29일 “올해 전시홀을 코엑스 전관으로 확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 악화로 결국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 

 

이후 열릴 예정인 ‘제36회 국제 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 및 2020 의료부품기술전’과 ‘2020 상반기 제49회 IFS 프랜차이즈서울’ 역시 개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최 측 관계자들은 “지난주만 하더라도 내부에서 계획대로 행사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급변하면서 개최를 확언할 수 없게 됐다”며 “관련 기업들은 이 행사가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해 예정대로 열리길 바란다. 우리도 기업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려 하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겹치다 보니 바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코네일엑스포는 예정대로 행사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행사 주최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기에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3월 28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제50회 해외 유학∙진로 박람회 2020’와 ‘제39회 해외 이민 취업 투자 박람회 2020’ 역시 다음 주 내부 회의를 통해 개최 및 취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일산 킨텍스 2월 마지막 행사 개최 하루 앞두고 취소…3월 행사는 오리무중

 

26일부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코리아빌드, 클린에어엑스포는 개최가 취소됐다.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기 전 이미 현장 공사에 들어가 24일까지만 하더라도 참가사들의 막대한 손해를 예상해 행사를 이어가려고 했지만,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 코로나19 발병 이후 전시 부스 설치, 행사장 조성 등 현장 공사에 들어간 행사가 취소된 사례는 ‘코리아빌드’가 최초다.

 

2019년 12월 열린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 게임 X 페스티벌(AGF)’.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킨텍스에서는 현장 공사까지 끝난 행사가 취소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애묘인연합에서 주최하는 ‘제40회 TICA KOCC CAT SHOW’ 행사는 당초 3월 1일 개최 계획을 5월 24일로 미뤘다. 한국애묘인연합 관계자는 “행사 일주일 전 연기를 결정하게 돼 아쉽다. 손해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행사보다는 국외 심사위원이나 행사 참가자들의 안전이 우선이기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나머지 3월 행사는 개최 여부가 미지수다. 3월 18일, 19일 이틀간 열리는 ‘2020 전역예정장병 취업박람회’는 주최 측인 국방부가 행사 개최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최 측 관계자는 “3월 들어서 다시 한 번 국방부에서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그 후 행사 개최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21일엔 ‘보이스퀸 전국 투어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행사 담당자는 개최 여부에 대해 “아직 내부 논의 중”이라며 짧게 답했다. 

 

킨텍스에서 열리는 3월 마지막 행사인 ‘2020 대한민국 고졸 인재 일자리콘서트’를 주최하는 한국경제신문 역시 “개최 여부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며 “결정되는 대로 보도자료로 소식을 알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벡스코 행사 3건마저 개최 불투명…전시업계 피해 줄이려면 정부가 나서야 할 때

 

부산시에 자리한 컨벤션센터인 벡스코에서는 ‘2020 잔나비 전국투어 NONSENSE Ⅱ-부산’, ‘2020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2020 코믹월드부산120’이 잇달아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산시가 다중집합시설을 잠정 폐쇄하고 대규모 행사를 취소·연기하기로 해 개최가 불투명하다. 부산시는 3월 22일부터 29일까지 벡스코에서 열리는 ‘2020 세계탁구선수권대회’도 6월로 연기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무관중 경기로 대회를 강행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시민과 선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때 지금 상황에서 대회 강행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19년 12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당뇨병연맹(IDF) 총회 리셉션. 코로나19 확산으로 부산시는 다중집합시설을 잠정 폐쇄하고 대규모 행사를 취소·연기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잔나비 전국투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진행 예정이지만, 내부 회의 중이라 개최 여부는 ​아직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코믹월드 부산 행사를 담당하는 에스이 테크노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예정대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개최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이처럼 행사 개최와 취소를 두고 고심하는 전시업계 상황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확실하게 교통정리를 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유림 넥스나인 대표는 “국내 1분기 행사가 대부분 취소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일 뿐이다. 마이스(MICE, Meeting·Incentives·​Convention·​Exhibition) 산업은 행사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물류, 부스 인테리어, 인쇄·출판 디자인, 행사 운영 스태프 등 다양한 업종이 연결돼 있다. 장소 제공자도 피해 업체다. 행사 취소 하나로 이들 모두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 행사가 미뤄지거나 열리지 않으면 관련자들이 도산 위기에 처할 만큼 영세하다. 손해 배상을 받기도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로 행사를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부에서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정확한 지침을 내렸으면 한다. 가장 많은 확진자를 낸 중국도 실시간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행사 취소·연기 여부를 공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반 개인이 기사를 통해서 행사 진행 상황을 체크해야 한다. 정부가 이렇다 할 지침을 내리지 않아 2분기에 열릴 예정인 행사 관계자마저 불안에 떨고 있다. 행사 취소·연기에 대한 정부의 확답이 마이스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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