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국 자동차의 국내 시장 2차 공습이 시작됐다. 한국차 시장을 ‘노크’하는 수준에 그쳤던 2016~2017년 1차 진출과 달리 이번엔 자본력을 갖춘 수입사, 유럽차 수준의 품질을 갖춘 자동차로 무장했다. 판매점과 정비 가능한 서비스센터의 부족, 부품 수급의 우려가 남아 있지만, 이번 공습은 국내 자동차 시장을 긴장케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10일 (주)신원CK모터스는 중국 자동차업체 ‘동풍소콘’의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인 펜곤(Fengon) ix5를 출시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국내에는 중국차를 접하지 못해 생소한 데다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주)중한자동차가 2016년 1월 수입 판매한 ‘CK 미니 트럭’과 ‘CK 미니 밴’과 2017년 1월 출시한 ‘켄보 600’은 중국 ‘북기은상 자동차’ 제품이었다. ‘아침도시’ 브랜드로 전국 2만여 세대 아파트를 공급한 중견 건설사 신원종합개발은 2017년 10월 중한자동차를 인수한 뒤 신원CK모터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어 2018년 4월 중국 2위 자동차그룹인 동풍자동차의 수출 전문 계열사 동풍소콘(DFSK)과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그해 5월 동풍소콘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1종과 경상용 트랜 및 밴 5종의 신차를 발표하고 한 달 뒤 출고를 시작했다.
2003년 6월 27일 설립된 ‘동풍소콘 자동차 유한공사(동풍소콘)’는 중국 2대 자동차그룹인 둥펑자동차그룹과 충칭 6대 대기업 소콘공업그룹이 합자한 자동차제조사로 충칭, 시옌에 4개의 자동차 제조 공장을 갖고 있다. 4개 공장 모두 첨단 기술 스탬핑, 용점, 도장, 조립, 생산 워크숍, 고급 차량 테스트 라인을 갖추고 있다.
수입사에 따르면, 동풍소콘은 유럽인증 및 유럽 표준 차량 인증을 연속으로 통과한 중국 최초의 브랜드로 유럽,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등 7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생산규모는 연간 50만 대다.
특히 둥펑자동차그룹은 우한 소재 중국 국영기업으로, 중국 내 기아자동차, 푸조, 시트로엥, 닛산, 혼다와 합작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포천’ 선정 세계 68위 기업(2017년)에 오른 바 있다. 소콘공업그룹은 중국 최대 규모의 전기자동차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자동차업계 중 유일하게 미국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에 자동차연구소를 두고 있다.
종합하면, 국내 수입사도 자본을 갖춘 중견기업이 투자한 곳이고, 수입하는 차도 글로벌 기준을 갖춘 차량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초기품질지수만으로 볼 때 펜곤 ix5는 ‘이거 중국차 맞아?’ 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유럽 스타일의 수입차 느낌을 준다. BMW 출신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내 어느 SUV와 견주어도 경쟁력이 있다.
펜곤 ix5의 축거(바퀴 중심축 사이 거리)는 2790mm로 현대자동차 싼타페(2765mm)보다 길다. 옵션을 세세하게 붙이지 못하는 수입차의 한계로 가격은 2480만 원(부가세 포함) 단일가로 공급된다. 대신 ‘깡통’ 수준으로 들어오던 옛 관행과 달리 풀 옵션의 단일가다. 싼타페의 엔트리 가격이 2695만 원(프리미엄), 웬만한 옵션을 갖춘 중간대 가격이 2955만 원(익스클루시브)인 것을 감안하면 경쟁력이 있다.
유튜브로 국내외 시승기를 찾아보면, 펜곤 ix5의 실물은 사진보다 나아 보인다. ‘앞은 폭스바겐, 뒤는 포르쉐’라는 비아냥도 있지만, 벤치마킹과 상관없이 만듦새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루프 경사가 쿠페처럼 급격하게 떨어지는 쿠페형 크로스오버 SUV다. 국내 메이커들은 만들지 않는 스타일이다.
측면 캐릭터라인은 람보르기니 우르스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잘 빠졌다. 트렁크 크롬 바 연결 부위의 단차가 아쉬운 부분이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전반적으로 디자인에서 지적할 만한 부분은 거의 없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풀 LED로, 방향지시등은 물 흐르듯 보이는 시퀀셜 LED다. 스티어링 휠을 좌 또는 우로 크게 돌리면 측면 코너링 램프가 켜진다. 트렁크는 전동 스위치 방식으로 가격대를 생각하면 고급진 기능이다. 다만 쿠페형을 추구하다 보니 뒤로 갈수록 좌우 폭이 좁아져 트렁크에 골프백이 들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적재함 용량이 패밀리카로 사려는 소비자의 결정을 가를 것이다.
보닛을 여닫는 경첩에는 공기 압축식 지지대를 사용했다. 역시 가격을 생각하면 의외다. 특이한 것은 보닛을 열어도 엔진이 보이지 않도록 엔진룸 전체를 플라스틱 커버로 덮었다. 엔진오일, 미션오일 등을 점검할 수 있는 홀 정도만 노출돼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로서는 처음 보는 것이다.
실내 역시 브랜드 로고만 가리면 중국차라는 것을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다. 2년 전 판매됐던 켄보600은 그럴싸한 디자인에도 세세한 디테일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나 펜곤 ix5에서는 일부러 지적하려 해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마감이 깔끔하다. 세련되기까지 하다.
계기판은 풀 LCD에, 내비게이션과 공조장치 모두 터치스크린으로 되어 있는데, 버튼 감촉이나 서체 등도 깔끔하다. 시트도 부들부들한 재질의 가죽 마감이다. 시트는 진한 자주색 한 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검정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에겐 이질감이 있을 수 있지만 색이 촌스럽지는 않다.
엔진은 1.5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 한 종류로 들어온다. 해외에는 2.0리터 터보 가솔린도 판매되지만 가격적인 이유로 저출력 엔진으로 들어온다. 1.5 터보 가솔린 엔진도 MPI(멀티 포인트 인젝션)와 GDI(가솔린 다이렉트 인젝션) 두 종류인데, 출력을 보면 국내 수입용은 MPI다. 출력이 GDI보다 떨어지지만, MPI가 내구성이 좋고 엔진이 깨끗하게 오래 유지된다.
덩치에 비해 공차중량은 1590kg으로 비슷한 조건의 싼타페(가솔린 2.0 터보, 전륜구동) 무게 1680kg보다 가벼운데, 엔진 배기량을 감안하면 비슷한 무게다. 전륜구동으로 무단변속기(CVT)를 사용해 연비는 복합 9.8km/l(도심 8.9, 고속 11.1)이다.
크루즈컨트롤과 전후방 충돌 경고 기능이 있지만 국내 자동차처럼 본격적인 ADAS(Advanced Driver Assist System,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70개국에 수출되는 만큼 에어백, 차체 강성 등 글로벌 기준의 안전기능은 갖춘 것으로 보인다. 몇몇 유튜브 시승기를 보면 가속과 제동 성능도 체급 및 가격 대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실구매자는 조금 더 세세하게 살펴보고, 시승도 해보고 판단하면 좋을 것이다. 전국 22개 대리점을 판매처로 두고 있고, 총대리점은 서울이 아닌 대전에 있다. 눈높이가 높은 서울 소비자보다는 지방을 우선 공략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판매대리점은 목동 1곳뿐이다. 서비스 가능 정비소는 전국 68개가 등록돼 있고, 서울엔 10곳이 있다.
총평은, 감성적인 부분에서 중국차보다는 유럽차 느낌이다. 이 부분은 ‘하차감’을 중시하는 한국 고객에게 중요하다. 성능은 ‘달리기’를 위한 차는 아니지만, 일상적인 운행에는 충분해 보인다. 남은 것은 내구성 여부, 수리·점검의 편의성, 중고차 가격이다. 2~3년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다면 그 뒤 중국차의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될 지도 모른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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