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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여름이니까 노라조와 '샤워'하고 살구

더운 여름에 어울리는 아라비안 리듬…남녀노소 겨냥한 '쎄쎄쎄' 멜로디 쫑긋

2019.07.23(Tue) 11:29:18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사진=‘샤워’ 뮤직비디오 캡처


덥고 끈적이는 여름엔 윌리스 하빌랜드 캐리어가 발명한 에어컨이 우리를 구원한다. 그리고 하나 더. 바로 샤워! 시원한 물이 샤워기에서 촤아악. 

 

노라조 – 샤워

 

덥고 끈적이는 여름엔 에어컨 바람을 쐬며 과일을 먹는 피서가 으뜸이다. 동네 슈퍼에 간다. 수박은 혼자 먹기엔 너무 크다. 그래서 난 자두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따금 자두를 사러 갔다 할인하는 살구를 산다. 살구를 한 입 먹곤 바로 떠오르는 생각. 아 난 살구를 싫어하지. 

 

그러나 맛있는 살구 잼을 먹어본 이후로 살구에 대한 집착을 놓을 수가 없었다. 살구는 싫지만 살구로 만든 무언가는 좋다. 마침 프랑스 여행을 다녀온 파티세리 ‘재인’의 페이스트리 셰프가 프랑스 여행을 다녀와서 ‘살구’를 출시했다. 제철 과일을 부지런히 사용한 가토를 놓칠 수 없다. 

 

재인의 살구. 사진=이덕 제공

 

노라조는 항상 신나는 노래와 이 세상 사람들과는 결을 달리하는 기상천외한 콘셉트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음악가다. 단지 웃기다고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한참 벗어나 이젠 경외심이 든다. ‘B급 정서’라는 말은 이제 낡았다. ‘샤워’ 뮤직비디오의 댓글에는 그들의 음악을 ‘미래’라고 칭송하는 이들이 가득하다. 

 

샤워는 여름에 잘 어울리는 아라비안 리듬으로 가득하다. 성인과 어린이 모두가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더니 ‘신데렐라는 어려서~’로 시작하는 쎄쎄쎄 노래 멜로디를 후렴구에 넣었다. 정말이지 명쾌하고 직관적인 해법이다. 마찬가지로 가사를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사이키델릭한 뮤직비디오는 최면술로 많은 사람이 음원을 구매하게끔 홀려버린 ‘니 팔자야’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던 ‘디지페디’에서 맡았다. 

 

노라조 - 니팔자야

 

재인의 가토 작명법도 직관적이다. 살구가 들어간 가토이기에 이름이 살구다. 자신이 프랑스에서 먹은 디저트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에 오자마자 개발한 가토다. 파티셰의 이런 부지런함은 사 먹는 사람들에겐 축복이다. 

  

살구 과육의 표면이 거뭇거뭇하다. 볶았기 때문이다. 그냥 볶았을까? 로즈메리에 볶았다. 볶은 살구와 체리 위에 둥그렇게 놓인 크림은 요즘 유행하는 ‘흑당’ 맛이 난다. 로즈메리에 볶은 살구와 체리, 그리고 흑당 크림의 조합에 한 입 먹고 포크 내려놓고 박수 치고 다시 한 입 먹고 또 박수를 친다. 고소한 아몬드 크림이 이들을 잘 받쳐준다. 재인에서만 맛볼 수 있으며, 재인이 내려주신 축복이다. 제철 과일을 한껏 활용했다는 점만으로도 내 가슴엔 감사와 행복이 가득한데 이렇게 훌륭하고 오묘한 맛까지 만들다니 박수를 멈출 수가 없다. 

 

아라비안의 분위기와 어린이 놀이노래가 섞인 노래가 하나 더 있다. 말주변이 없는 나는 재밌는 뭔가를 보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 그럼에도 이 뮤직비디오의 인트로를 몇 명에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카레는 인도에서 왔으니까 인도 발리우드 영화의 화법을 한껏 채용한 기발함은 덤이다. 

 

노라조 – 카레

 

그리고 이 노래는 유명한 합창곡으로 다시 태어난다. 

 

부산예고 합창단 – 카레

 

카레에 이어서 소개하기엔 조금 미안한 노래지만 그 가사의 절묘함에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노래 ‘변비’가 있다. 융통성이 없고 빡빡한 방송국은 이 노래에 금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노라조는 가사만 바꾼 ‘형’을 만들었고 이는 히트곡이 되었다. 

 

노라조 – 변비 (Band Ver.)

 

한 번 더 미안한 이야기지만 ‘살구’는 지난 월요일에 판매가 종료됐다. 살구는 여름 과일이니까 아마 샤워가 간절해지는 여름이 오면 다시 만들지 않을까?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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