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쿠팡이 여행 카테고리의 오픈마켓 확대를 선언했다. 쿠팡이 ‘딜’ 형태의 판매 방식에서 오픈마켓으로 판매 방식을 바꾼 것은 이미 2016년 6월의 일이지만, 직접 매입과 직접 판매 방식도 병행해왔던 터다. 여행 카테고리에서도 실시간 펜션예약 사이트인 ‘떠나요닷컴’을 인수해 해당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쿠팡여행의 오픈마켓 확대는 경쟁력 확보 전략이 될 수 있을까?
쿠팡의 여행 오픈마켓 확대로 달라지는 점은 상품을 등록할 때 MD(상품기획자)의 승인 과정 없이 판매자가 직접 등록하고 판매할 수 있다는 것. 판매수수료도 9~12%로 낮아진다. 진입장벽을 낮춰 공급자를 늘리고 더 많은 상품을 취급하겠다는 의미이다.
쿠팡 관계자는 “오픈마켓을 확대하면서 더 다양하게, 더 많이, 더 빠르게 소비자에게 상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7월 중 셀러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개최한다”고 전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전체적으로 오픈마켓 시스템 외에도 직매입을 통해 직판하는 풀필먼트(상품 수주 후 발생하는 업무 전반) 리테일 비즈니스가 메인이다. 향후 중개거래 비중을 더 늘려가겠다는 의미일 것”이라 해석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직매입을 통한 로켓배송으로 킬러콘텐츠 확보 후 매출 비중 상위권인 여행 카테고리에서도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에 비해 앞서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픈마켓은 진입장벽과 수수료가 낮아 개인사업자나 소상공인도 비교적 쉽게 입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같은 상품을 두고도 판매자에 따라 경쟁이 불가피하다.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동일 상품을 취급하는 중복 셀러가 많은 무한경쟁 시장이다. 검색결과 상위 노출을 위한 가격 경쟁이나 광고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경쟁을 하다보면 때로는 역마진을 보면서도 할인에 들어가야 할 경우도 생긴다”며 “플랫폼 입장에서는 역마진을 보든 뭘 하든 상관없이 판매자끼리 가격 경쟁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마켓은 공급자들이 알아서 상품을 관리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플랫폼의 역할은 줄어든다. 플랫폼은 유저의 유입, 즉 트래픽을 늘리는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플랫폼이 상품에 관여하지 않게 되면 인건비가 줄면서 판매수수료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상품의 질은 책임지지 않는다.
통신판매업이 직매입을 해서 온라인으로 직접 판매를 하는 형태라면, 오픈마켓은 통신판매중개업이다. 통신판매업자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배송과 반품, 환불 등에 책임을 지지만,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서비스의 하자나 문제, 환불에서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공급과 질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서 법적 책임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여행업 관계자는 “여행상품은 일반 제품군과 다르다. 제품은 질이 나쁘면 교환하거나 환불할 수 있지만, 여행상품은 시간과 경험에 관련된 것이다. 일반 제품과 같이 취급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말한다.
만약 여행사가 아닌 일반 개인사업자가 오픈마켓을 통해 스쿠버다이빙이나 도시 나이트 투어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판매했다가 사고가 난다면 책임 소재도 모호해질 수 있다.
쿠팡뿐 아니라 모든 플랫폼이 그렇지만 오픈마켓에서는 상품들이 기계적으로 다뤄진다. 판매자가 알아서 상품을 관리하고, 플랫폼은 상품의 질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쿠팡 역시 사이트와 앱 하단에 “개별 판매자가 등록한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상품에 대한 광고, 상품주문, 배송 및 통신판매중개자로서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일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한국공정여행업협회(KAFT)는 “여행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들은 보통 소비자에게 직접 책임을 지기 위해 관광사업자등록증을 따로 내고 보증보험도 든다. 상품 판매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통신판매중개업자인 오픈마켓이 여행상품을 판매할 경우 여행중개업을 하는 여행사를 다시 중개하는 방식이 되거나 일반인이 판매하는 여행상품을 취급하게 되면서 책임소재가 모호해지고 불법성을 띠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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