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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직원도 헷갈리는 항공권 가격의 비밀

같은 비행기 옆자리도 수십 만 원 차이…시즌, 요일, 판매자 따라 천차만별

2018.09.11(Tue) 19:26:30

[비즈한국] A 씨는 최근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깜짝 놀랐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승객과 대화를 나누다 자신이 바로 옆 좌석보다 30만 원이나 비싸게 주고 항공권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의 차이도 아니고 같은 항공, 같은 노선, 같은 클래스의 바로 옆자리 좌석인데, 그것도 비슷한 시기에 구입한 항공권의 가격 차이가 어떻게 이렇게 많이 날 수 있지? 놀랍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대체 항공권 가격의 비밀이 뭐길래….

 

같은 항공, 같은 노선, 같은 클래스의 바로 옆자리 좌석​이라도 어디에서 어떻게 샀느냐에 따라 항공권 가격이 달라진다.

 

항공권은 재고가 있을 수 없는 시간상품이다. 그래서 항공권 가격에는 고도의 판매 전략이 숨어 있다. 한국총판을 하고 있는 한 외항사 관계자는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항공사마다 가격정책이 복잡하고 서로 달라 모두 알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항공권은 시즌과 요일, 상황에 따라 예민하게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활용해 가격을 책정 한다. 

 

예를 들어 한 항공기에 100개의 이코노미석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100개의 이코노미석을 다시 10개에서 많게는 15개의 하부단계로 나눈다. 그러니까 100개의 좌석 중 1단계 10자리는 10만 원에 팔고, 2단계 10자리는 15만 원에 파는 식으로 단계가 올라갈수록 같은 좌석이라도 비싼 가격이 책정된다.  

 

가령 1단계는 얼리버드에게 판매하고, 2단계는 프로모션 행사용으로, 3단계는 여행사의 그룹요금이나 온라인여행사(OTA, Online Travel Agency)에 배정해 주고, 4단계부터는 시간 순으로나 좌석의 사용조건 등을 변경시켜 판매하는 식이다. 애초 구간을 나누어 블록을 잡아 판매하기도 하지만 보통 탑승할 때 고객의 요구에 따라 좌석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으니 이는 고정된 자리도 아니고 100개의 좌석 중 임의의 어느 한 좌석이니 같은 자리 다른 가격이 된다.  

 

출발 대비 좌석 판매일이나 판매처, 시즈널(성수기·비수기 등 계절성)한 상황, 사용조건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는 항공권. 대게는 가격이 가장 낮은 1단계부터 좌석을 푼다고 봤을 때, 출발일이 정해지면 가능한 빨리 티켓을 구입하는 것이 대체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요즘은 거의 1년 전부터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기에 1년 전에 미리 사두면 가장 저렴할 확률이 높다. 

 

대신 단계가 낮은 저렴한 좌석은 취소·변경이 어렵고 세부조건이 고객에게 엄격하게 적용되는 하드블록의 티켓인 경우가 많고 비싼 티켓일수록 티켓의 약관을 유동적으로 설정해 놓아 스톱오버(경우지 여행)나 리턴(돌아오는 날짜) 변경 가능 등 보다 자유로운 소프트블록이다. 

 

여기까지라면 항공권 가격의 비밀이 시간순이나 티켓조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간단하게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신용카드사가 끼어든다. 카드사는 항공 판매 물량이 많은 여행사에 고객 프로모션 비용을 지원하고 여행사는 고객에게 특정 카드로 항공권을 구입할 시 할인율을 높여 항공권을 거의 원가에 판매한다. 

 

항공판매 물량이 많은 여행사는 카드사로부터 프로모션 지원금을 받고 고객에서 원가로 항공권을 판매한다. 사진=비즈한국DB


예를 들면 B 여행사의 고객이 C 카드로 항공권을 결제하면 보통 100만 원인 항공권을 90만 원에 살 수 있고 B 여행사는 C 카드사로부터 프로모션 지원금을 제공받는다. 지원금은 몇천 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므로 B 여행사는 항공권 판매로 굳이 마진을 남기지 않고도 이익을 내며 최저가로 항공권을 판매할 수 있다. 더불어 B 여행사는 항공권이 업계 최저인 여행사로 이미지를 굳혀 기타 상품을 추가로 판매하는 효과를 누린다. 

 

C 카드사는 고객이 신규로 신청하는 할인카드 발급과 카드사용 수수료로 이익을 남긴다. 볼륨 인센티브라는 것도 있어서 물량이 많으면 그만큼 카드사의 지원금도 올라간다. 그 대표적인 여행사가 인터파크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이코노미석을 1~10단계의 가격대로 나눠놓았을 경우 판매자(그때그때 수요에 따라 항공권 가격을 효율적으로 책정하고 전체 수익관리를 시스템화 하는 조직을 항공업계에서는 RM, Revenue management 라고 부른다)는 상황에 따라 1단계의 가장 낮은 요금부터 풀지 않고 5단계인 중간 가격대부터 풀 수도 있다. 

 

여행 성수기인 7~8월이나 명절연휴, 연말연시에는 당연히 그렇겠지만, 여행 목적지가 갑자기 유행을 타 인기를 끌 경우에도 가격대를 처음부터 낮게 팔지 않아도 항공권 구매 수요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인기 예능 TV 프로그램이었던 ‘꽃보다 할배’​나 ‘​짠내투어’​ 등으로 탄력을 받은 특정 목적지는 중간단계 요금부터 적용시키기도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증편됐을 경우는 판매 기세를 몰고자 한 항공사에서 프로모션 형태로 좌석을 저렴하게 풀 수도 있다.  

 

혹은 낮은 요금부터 판매했던 항공권이 출발일이 가까워도 다 소진되지 않을 경우, 일명 ‘땡처리’라는 이름으로 저렴하게 판매되기도 한다. 그런 여행사들의 임박 티켓을 모아놓은 땡처리 사이트와 앱(애플리케이션)도 있다. 패키지상품 역시 출발일이 임박해서도 모객이 정원에 미치지 못하면 마지막 남은 3~4자리를 처음보다 몇십 만 원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내놓는다. 같은 패키지라도 서로 다른 금액을 지불하고 가는 셈이다.  

 

항공사가 직접 판매하느냐, 여행사를 통해 판매하느냐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장기적 저가판매를 위해 보통 여행사를 통하기보다 자사 인터넷 사이트나 모바일 앱 등 단독 채널을 통해 프로모션하며 저렴한 티켓을 내놓는 경우가 많고, 대형항공사나 외항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로 여행사 채널이나 가격비교 앱을 통해 홍보와 판매를 촉진하면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월, 화요일에 출발하는 상품을 일요일 저녁에 구매하면 보다 저렴하게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행사가 수요를 미리 예상해 인기 노선의 좌석을 한꺼번에 싼 가격으로 많이 사놓았을 경우(일반적으로 블럭을 잡아놓는다), 출발일이 가까워도 좌석이 남으면 마진을 남기지 않거나 마이너스로 싼 값에 내놓기도 한다. 보통 얼리버드로 싸게 사는 시점은 출발일 4~6개월 전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렇게 출발 임박일에 최대의 세일가를 기대할 수도 있다. 

 

같은 노선에서 저비용항공사와 대형항공사가 경쟁할 때, 대형항공사가 전략적으로 가격을 낮추기도 한다. 그럴 경우 저비용항공을 이용하는 비용 수준으로 대형항공사의 서비스와 마일리지를 누릴 수도 있으니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혹은 지진이나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나 테러 같은 돌발 변수가 생긴 도시는 갑작스레 티켓 취소분이 나오고 수요가 현저히 줄기 때문에 가격이 대폭 떨어지기도 한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재해나 테러의 직접적인 영향이 없어도 인근 도시라는 이유만으로도 타격을 입는다. 경험 많은 여행자라면 이런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30년 가까이 여행사를 운영하며 1998년에 국내 처음 인터넷 기반 여행사인 웹투어를 설립한 플래닛월드투어 한재철 대표는 여행업도 이제 유통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개별자유여행이 본격화되고 천편일률적인 패키지여행 시장이 위축되면서 항공, 호텔, 현지투어 등 여행을 이루는 각각의 요소가 온라인여행사(OTA), 스카이스캐너나 호텔스컴바인 같은 가격비교 앱, 쿠팡이나 위메프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각 서비스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날짜의 노선 항공권을 얼마나 저렴하게 구입하느냐도 이제 판매자의 가격결정이 아닌 고객의 정보와 ‘손품’​의 문제가 됐다.   

 

※ 곧 항공권 싸게 사는 꿀팁’​이 게재됩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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