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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조이'에서 본 중국 게임산업의 두 가지 성공비결

수년만에 위상 엇갈린 한중 게임산업…체계화된 모듈화 개발과 성과주의 주목해야

2018.08.17(Fri) 10:54:09

[비즈한국] 매년 7월 말이면 중국 상하이 한복판에서 ‘차이나조이’라는 이름으로 게임쇼가 열린다. 콘솔 강국인 미국, 일본, 유럽에서 열리는 도쿄게임쇼, E3, 게임스컴 등과 달리, 온라인·PC게임이 메인인 아시아에서는 지스타와 더불어 가장 큰 게임쇼다. 2010년 초반부터 온라인게임 최대 마켓이 중국으로 변한 현재 시점에서는 어느덧 아시아권 최대의 게임쇼로 등극했다.

 

지스타의 위상이 차이나조이에 밀리자 ​국내의 각종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자조 섞인 한탄을 쏟아내곤 했는데, 최근엔 그마저도 뜸해졌다. 이젠 기정사실이 된 게임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이렇듯 나날이 인기를 얻어가는 동양 최대 게임쇼인 차이나조이의 유일한 단점은 한여름에 진행되어 상하이의 찌는 듯한 더위를 이겨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지스타는 대입 수학능력고사가 끝나는 11월에 열린다.)

 

 

기온이 43℃를 넘나들고 습도까지 높기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우스갯소리로 차이나조이를 ‘사우나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차이나조이가 올해는 111년 만에 찾아온 한국의 최고 더위와 때마침 내린 비로 인해 사우나조이가 아닌 ‘피서조이’가 되어 나를 비롯한 참관자들에게 웃픈 행복함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차이나조이가 열린 상하이의 랜드마크 동방명주 앞 야경. 사진=박재찬 제공

 

그래도 여전히 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렸지만 차이나조이가 열리는 상하이 뉴 인터내셔널 엑스포센터(SNIEC)에는 날씨나 피곤함 따위 전혀 개의치 않는 중국의 청년들이 떼를 지어 다녔다. 때론 본인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코스프레를 하고 나타나 장관을 이뤘다. 각종 게임 부스에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신작과 기존 게임의 이벤트가 가득했다. 

 

마케팅 및 각종 게임 유관 비즈니스 섹션의 업체들도 부스를 마련해 B2B관, B2C관 가릴 것 없이 현장은 인산인해였다. 관람을 마치고 각종 부스에서 받은 선물을 한 꾸러미씩 들고 있는 중국인들의 표정에선 차이나조이의 위상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온라인 게임회사를 창업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중국을 탐방한 2009년만 해도 게임 시장 규모나 게임의 퀄리티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중국을 압도했다. 당시 중국의 어느 신생 개발사를 방문했다. 중국산 다중 접속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을 만드는 어느 PD가 16만 개의 퀘스트가 존재한다고 얘기했는데, 우리 일행이 그 퀘스트의 짜임새의 허술함에 코웃음을 친 일도 있었다.

 

차이나조이 2018 B2C관을 가득 메운 관람객. 사진=박재찬 제공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시장 규모가 한국을 압도할 정도로 커지고 중국에서 만드는 게임의 퀄리티 또한 어마어마하게 올라갔는데, 이렇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체계화된 게임 제작 및 퍼블리싱 시스템이다. 전 세계적으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게임회사라 할 수 있는 텐센트의 게임 제작 혹은 퍼블리싱 과정에서 게임 제작사와의 협업 방식에서 잘 드러난다.

 

어떤 특정한 스타 PD 혹은 PM(프로젝트매니저) 1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별로 파트장·팀장 체제의 시스템을 잘 구축했다. 이를 통해 어느 누가 팀원이 되더라도 모듈화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기존 리소스를 잘 활용하면서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따라서 제작을 하면 할수록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규모의 경제가 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출시 전에는 대륙의 품질관리(QA)라고 불리는 대규모 검증 작업을 통하여 유저가 직접 사용하기 전 나타나는 각종 버그 및 ‘노잼(재미없음)’ 요소를 제거해 게임의 퀄리티를 높인다.

 

둘째, 철저한 성과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적 시스템 도입이다. 몇 년 전 자회사 투자 검토 때문에 몇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광저우의 한 퍼블리싱 게임사를 방문해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만났다. 인센티브 제도는 어떤 식으로 운용되는지 물어보니 월별로 나눠준다는 답변을 들었다.

 

실제로 게임사 내부에는 큰 모니터에 게임 담당 PM별 매출표를 큼지막한 막대그래프로 보여주고 있었다. 게임이란 원래 흥행산업이기에 성공에 대한 예측도 어렵고 실패 또한 예측이 어려운 분야인 것은 맞다. 하지만 철저히 본인 책임 하에, 성공하겠다는 열망이 가득한 환경에서는 실패 확률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게임업계에 쇠락만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서 서비스하는 네오플은 지난해 매출 1조 1500억 원, 영업이익 1조 원이라는 실로 경이적인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초 스팀 플랫폼으로 출시되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블루홀(펍지스튜디오)의 ‘배틀그라운드’는 여전히 위용을 떨치며 얼마 전 독일에서 전 세계 팬을 대상으로 PGI 2018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등 대한민국 게임 역사를 연일 새로 쓰고 있다.

 

차이나조이 행사장 부근 호텔에 설치된 배틀그라운드 조형물. 사진=박재찬 제공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고착되고 있는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중소형 개발사의 성공 사례를 새롭게 쓴 베스파의 ‘킹스레이드’는 국내뿐 아니라 올해 초 론칭한 일본과 대만에서도 위용을 떨쳤다. 게다가 전년을 훨씬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반으로 곧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인디게임 개발사이자 ‘수상한 메신저’와 같은 여성향 게임 전문 개발사 체리츠는 며칠 전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오타콘(Otakon)’이라는 애니메이션 행사에 초대 받아 전 세계 팬을 대상으로 ‘K게임’ 신드롬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새로운 플랫폼을 염두에 둔 HTML5 게임 개발사, 제2의 배그 신화를 꿈꾸는 스팀용 게임 개발사, 언젠가는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며 VR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개발사들이 전국 각지에서 열심히 게임을 만들고 있다.

 

이들이 뚜벅뚜벅 걸어나​가 ​언젠가 대한민국 게임업계의 성공신화를 다시 쓸 것을 믿는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미 성공한 대형 게임사의 지원과 게임 펀드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들의 지원이 지속되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11월의 지스타에서 그 열기를 이어나갈 양질의 회사와 게임을 계속 만나볼 수 있기를,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기대를 품어본다.​

 

10여 년 전 읽었던 홍정욱 씨의 ‘7막 7장 그리고 그 후’에 나왔던 일부 문구가 떠오른다. ​이번 차이나조이에서도 ​사드 보복 여파로 인한 판호 거절과 국산 게임의 표절 문제 등이 ​여전히 ​불거졌다. 그럼에도 여러 국내 개발사가 중국 퍼블리셔와 게임 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 예정인 것을 생각해보면, 결국 비즈니스란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 영역임에는 틀림이 없다.

 

필자 박재찬은? 한국신용평가정보에서 상품개발 및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다가 게임회사를 직접 창업, 콘텐츠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와이디온라인 투자소싱팀장과 대성창업투자 및 센트럴투자파트너스에서 다양한 콘텐츠 투자 업무를 경험하고 KJ&투자파트너스를 공동설립했다.푸드테크, O2O 및 모바일게임 등 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많다. 

박재찬 KJ&투자파트너스 공동대표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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