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8월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직 국정원 직원으로 구성된 양지회 회원들이 가담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양지회는 국정원 퇴직자 모임이란 것 외에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런 그들이 국정원 댓글부대를 통해 주목받은 것이다.
1년여 시간이 흐른 현재, 당시 TF가 지목한 양지회 회원들은 잇따라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6월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를 받은 양지회 전 회장 이 아무개 씨(82)와 이 아무개 씨(76)에게 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또 노 아무개 전 기획실장도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보수정권의 세력을 강화하고 국정원으로부터 운영 지원을 받을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는 양지회가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 알려져 있지 않다. 홈페이지 역시 회원번호와 비밀번호를 기입해야 들어갈 수 있다. 국가안보에 힘쓴다는 것이 단체의 목적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는지 등 내부사정을 알기는 힘들다.
그나마 확인할 수 있는 건 양지회의 부동산 정보다. 양지회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지하 4층~지상 7층 규모의 빌딩과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2000년 10월 매입한 이곳은 당시 공시지가 기준 땅값이 46억 2000만 원이었다. 현재 이곳의 공시지가는 170억 6600만 원이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이곳엔 현재도 회원들이 매일같이 출근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하 1층에는 양지회 회원들이 이용하는 상담실과 운동공간 등이 있고, 지상 6~7층에는 동호회 활동이 가능한 강의실과 사무국이 있다. 나머지 층에는 증권사, 치과, 노무법인 사무실 등에 임대를 주고 있다.
건물 관계자는 “그들(양지회 회원들)이 뭘 하는지 왜 궁금해하나. 다른 걸 알아보라”면서도 “사무실에는 매일 사람이 있다. 회원들끼리 모여 바둑도 두고 서예도 하고 동호회 활동 같은 걸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양지장학재단도 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양지장학재단은 1999년 7월 자본금 10억 원으로 설립됐으며, 국정원 종사자나 자녀 등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연구비 지원 및 보조, 생활보조금 지급, 기타 장학재단 관련 사업 등을 한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회장들 모두 장학재단의 대표이사직을 지냈다.
아울러 양지회가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양지공사’도 이 빌딩을 본점으로 한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청소용역, 시설물관리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양지공사는 1990년 9월 설립됐으며 본점은 양지회가 들어서 있는 방배동 빌딩이다.
이 업체에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이사를 지낸 장 아무개 씨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양지장학재단 이사를 지냈고, 2008년부터 2016년까지는 양우회 이사로 있었다. 또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양지회 사내이사를 지낸 또 다른 임원도 같은 기간 양지공사 임원에 등재돼 있었다.
방배동을 벗어나 구로동에서도 양지회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양지회는 지난해 8월 구로동에 위치한 15층 건물을 사들였다. 현재 이곳에는 요양병원이 운영 중이다. 이곳의 올해 공시지가는 40억 원. 이 밖에도 양지회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과 경기도 안양시 동산구 호계동에 골프연습장도 운영한다. 연습장 부지 공시지가는 각각 120억 8400만 원과 164억 2000만원이다.
‘양지회’라는 이름은 고 김종필 초대 중앙정보부장(전 국무총리)이 지었다는 부훈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에서 유래했다. 신분을 감추고 ‘음지’에서 일하다가, 은퇴해 ‘양지’로 나와서도 보안누설 책임이 따라다니는 전직 정보원들을 일컫기 때문이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평생 정보 업무를 하던 사람들이라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 보안누설을 우려해 친한 사이라도 만남 자체를 꺼리게 된다. 이는 퇴직 후에도 마찬가지다. (양지회는) 그런 면에서 고충을 함께 나누고 여가 활동도 보낼 수 있는 곳”이라며 “과거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난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사법처리된 사례는 없었던 것 같다. 평생 공무원 생활을 하며 모아온 돈을 재판 비용으로 들여야 하고 연금도 반 토막이 난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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