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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도 옵션, ‘테슬라 모델 S’ 이래도 살래?

1회 충전으로 서울~부산 가려다간 낭패 가능성 등 모델 S에 대한 몇 가지 진실

2017.03.15(Wed) 17:31:55


15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 개장한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국내 1호 매장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즈한국] 테슬라가 한국에 공식 상륙했다. 3월 15일 매장을 오픈하고 주문을 받기 시작한 것. 대대적인 론칭 행사는 없었다. 현재도 직원을 모집하는 중이다. 홈페이지 주문 메뉴에는 지금 주문하면 빠르면 6월에 차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최소 3개월 뒤 차량이 인도되는 시점에 판매 추이에 따라 사무실 및 직원 규모의 윤곽이 잡힐 것이다.

 

테슬라는 지금까지의 수입차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른 수입차들은 국내법인을 설립하고 홍보·마케팅·영업조직을 구축한 뒤 대대적인 출범행사를 갖고 차를 판매하기 시작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워낙 깐깐하기 때문에 판매 과정과 판매 후 애프터서비스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반면 테슬라는 별도 영업조직 없이 미국 버전과 동일한 한국판 홈페이지에서 주문을 받는다. 또는 매장을 방문해야 상담이 이뤄진다. 이렇다 보니 정확한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판매되는 차량도 기존의 내연기관 차들과는 다르다. 100% 전기로만 움직이는 자동차이며 자율주행 기능도 선택 가능하다. 전기차임에도 성능은 웬만한 스포츠카 뺨칠 정도다. 국내 시판을 시작한 ‘모델 S’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많다. 모델 S에 대한 몇 가지 진실을 공개한다

 

① 국내 시판 모델은 제로백 2.7초가 아니다

 

‘제로백’은 정지 상태(0km/h)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백(100)’이라는 숫자가 한글이므로 국내에서 조합한 근거 불명의 용어지만 업계 용어로 굳어져 있다. 제로백 2초대는 슈퍼카의 영역이다. 람보르기니의 기함 ‘아벤타도르’의 제로백이 3.0초, 페라리가 최근 공개한 기함 ‘812 슈퍼패스트’의 제로백이 2.9초다. 

 

국내 기준으로 아벤타도르의 가격은 5억 7000만 원이다. 812 슈퍼패스트는 최근 해외에서 공개된 상태로, 이전 모델인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 가격은 5억 원이다. 그런데 전기차 제로백이 2.7초라니, 황당한 고성능이다. 테슬라가 인기를 얻는 것은 이 때문이다. 레오모터스 같은 국내 전기차 개조업체들이 현실적 이유로 경차부터 시작했지만, 테슬라는 스포츠카부터 시작했다. 전기차지만 일반 자동차 매니아들의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드는 성능을 만들기 때문에 화제가 되는 것이다.

 

다만 국내 시판되는 모델의 제로백은 2.7초가 아닌 4.4초다. 2.7초는 모델 S 중 가장 비싼 퍼포먼스 등급인 ‘P100D’의 제원이다. 모델 S는 총 7개 라인업(60, 60D, 75, 75D, 90D, 100D, P100D)으로 구성돼 있는데, 국내 시판되는 것은 세 번째로 비싼 등급인 ‘90D(기본가격 1억 2000만 원)’이다. 

 

물론 제로백 4.4초도 슈퍼카의 영역이다. 포르쉐의 대표모델인 ‘911’ 중 가장 싼 1억3550만 원짜리 카레라 모델의 제로백이 4.4초다. 참고로 쏘나타 2.0 터보 모델의 제로백은 7.5초로 알려져 있다. 

 

② 자율주행기능은 추가 옵션이다

 

자율주행으로 운전하다 사망사고를 일으킨 것이 대서특필될 정도로 테슬라의 자율주행기능은 유명하다. 현재 판매 중인 차들 중에서는 가장 진화된 자율주행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기능을 선택하려면 추가로 1000만 원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테슬라의 자율주행기능은 시판 중인 자동차 중에서는 가장 진보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1056만 7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 홈페이지에 따르면 모델 S에 ‘오토파일럿’ 기능을 추가하는 비용는 660만 4000원이다. 오토파일럿은 고속도로와 같은 곳에서 고속주행 시 사용하는 기능이다. 고속도로에는 행인, 자전거 등의 위험요소가 적기 때문에 완전한 자율주행 기능은 아니다.

 

완벽한 자율주행 기능을 갖추려면 396만 3000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다만 자율주행 기능을 선택하려면 오토파일럿을 먼저 선택해야 가능하다. 오토파일럿과 자율주행 기능을 합한 가격은 1056만 7000원이다. 국내 자동차법규는 자율주행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차량의 오작동으로 인한 책임은 운전자가 져야 한다. 

 

③ 최대 주행거리는 594km가 아니다

 

국산 전기차 중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가 가장 긴 차는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191km다. 모델 S 90D는 473km다. 모델 S 뒤에 붙는 세부 분류의 숫자는 배터리 용량을 뜻한다. ‘60’은 60kWh 배터리, ‘75’는 75kWh 배터리, ‘90’은 90kWh 배터리를 장착한다. 이 중 ‘100D’가 가장 긴 주행거리인 539km다.

 

테슬라가 제시하는 1회 충전 당 최대 주행거리는 국내 환경부 인증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모델 S의 주행거리가 594km로도 알려지고 있는데, 테슬라 홈페이에서는 ‘섭씨 20도, 시속 100km, 에어컨 오프, 19인치 휠’의 조건에서 그렇다고 나와 있다. 이는 실험실이란 이상적 조건에서의 결과일 뿐이다. 실주행시에는 다양한 속도의 변화, 에어컨 사용 유무 등을 반영하게 되므로 그보다는 낮게 나온다. 테슬라도 홈페이지에서 제원상 모델 S 100D의 주행거리는 539km로 제시하고 있다. 

 

국내 시판되는 90D의 경우 테슬라 홈페이지의 실험실 측정 주행거리는 512km이나, 제원상으로는 473km다. 그러나 국내 환경부 측정에서는 실주행 상황을 더 반영해 378km로 정해졌다. 테슬라 홈페이지만 믿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충전 없이 달리다가는 도중에 낭패를 볼 수도 있다.

 

④ 최저 가격은 1억 2000만 원, 풀 옵션은 1억 6135만 원

 

대개 수입차는 옵션이 단순하다. 국산차는 완성 후 수일 내 배송이 가능하므로 세부 옵션 하나하나를 지정할 수 있다. 수입차는 배송에 보름 이상 시간이 걸리므로 대개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많이 팔리는 사양과 색상을 판매 비율대로 미리 들여와 판다. 안 팔리고 남은 것은 연말에 대폭 할인해 팔기도 한다.

 

테슬라 차량은 대중적인 판매량을 보이는 차는 아니므로 초프리미엄급 차들처럼 주문생산이다. 롤스로이스 팬텀처럼 대시보드 재질이나 색상, 무늬를 선택하진 못하지만 루프, 휠, 인테리어 등을 세세하게 선택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 S의 가격은 1억 2000만 원부터 시작해 최고 1억 6135만 2000원에 이른다.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문제는 기본사양을 벗어나면 모두 추가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차량색상은 블랙이 기본으로, 회색, 파란색 등 다른 색상을 원하면 추가로 132만 1000원을 내야 한다. 모델 S의 시그니처(대표적인) 컬러인 레드의 경우는 198만 1000원이다. 선루프를 선택하면 264만 2000원가 추가된다. 

 

인테리어의 경우 기본사양이 아닌 색상을 선택하면 무조건 435만 9000원을 내야 한다. 테슬라는 모델 S에 헤파 에어 필터 시스템을 적용해 실내로 외부공기 유입 시 오염물질을 99.97% 제거할 수 있다. 심지어 생화학 무기 방어모드도 포함된다. 이 프리미엄 업그레이드 패키지는 462만 3000원이다. 

 

당연히 들어가 있을 것 같은 열선 패키지도 132만 1000원을 내야 한다. 미국은 지역별로 기후가 다양하므로 열선이 선택사항인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스마트 에어 서스펜션 330만 2000원, 울트라 하이파이 사운드 330만 2000원, 하이파워 차저 업그레이드 198만 1000원의 선택지가 있다. 모든 선택사양을 지정할 경우 가격은 1억 6135만 2000원으로 기본사양 대비 33% 비싸다. 

 

⑤ 국내 표준과 어긋나는 충전기

 

테슬라는 자동차에 집약된 기술만큼이나 충전기술에도 앞서 있다. 테슬라 ‘슈퍼차저’ 시스템은 최대 120kW급 고전력을 바탕으로 30분 이내 급속충전을 지원한다. 최근 업그레이드된 슈퍼차저 시스템은 15분 만에 100% 충전이 가능하다고도 한다. 

 

문제는 이 슈퍼차저 시스템이 국내 규격과 맞지 않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자체 슈퍼차저 충전소를 설치 중이라고 하는데, 모델 S 가격대를 봤을 때 대중화가 금방 되지 않을 것이므로 충전소 확대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슈퍼차저 충전기는 국내 충전소와 호환되지 않는다. 사진=테슬라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테슬라 슈퍼차저를 사용할 수 없을 경우 ‘AC3상’ 규격의 충전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이나 쉐보레 볼트 전기차는 ‘DC콤보’로 통일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 AC3상 방식의 전기차는 르노삼성 ‘SM3 Z.E.’ 한 종류뿐이다. 

 

테슬라는 차량 구매자에게 가정용 완속충전기를 제공한다. 아파트 거주자가 많은 국내에는 가정용 충전기 사용이 어려울 수 있다. 1억 원이 넘는 모델 S 구매자들은 값비싼 단독주택 거주자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웬만한 강남 아파트 주차장에서 포르쉐 등을 자주 볼 수 있는 만큼 테슬라 잠재 구매자도 아파트 거주자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⑥ 하이테크가 안전을 보장하진 않는다

 

올해 2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테스트에서 테슬라 모델 S는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았다. 가속성능, 주행거리, 자율주행 등에서 최첨단을 달리는 테슬라지만 충돌테스트에서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낮은 점수를 받으면서 체면을 구긴 것이다. 

 

테슬라의 모델 S는 5개 충돌테스트 중 가장 중요한 ‘스몰 오버랩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등급을 받지 못했다. IIHS는 4개의 전기차를 비교하는 별도의 뉴스클립을 제작했는데, GM 볼트(Volt), 도요타 프리우스는 ‘탑 세이프티 픽’을 받았으나, 테슬라 모델 S, BMW의 i3는 받지 못했음을 알렸다.

 

테슬라 모델 S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등급을 받지 못했다. 사진=IIHS


당시 IIHS는 “최고의 하이테크가 최고의 안전을 뜻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테슬라의 경우 스몰 오버랩 충돌 테스트에서 프레임이 탑승공간의 변형을 최소화하며 버텨 주었으나, 안전벨트가 많이 풀어져 더미의 얼굴이 에어백을 지나 운전대에 강하게(hard) 부딪힌 점이 지적됐다. IIHS는 “테슬라는 2017년 생산 모델에는 문제를 개선했다고 하나, 아직 테스트가 이뤄지진 않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또한 루프의 강성 테스트에서도 ‘모델 S P100D’는 최고등급을 받지 못했다. IIHS 루프 강성 테스트는 차량 무게 대비 버티는 정도를 테스트하는 것으로, P100D가 다른 사양보다 무거웠던 점이 최고등급을 받지 못한 원인으로 제시됐다. 

 

⑦ 그럼에도 모델 S를 산다면

 

자동차 매니아로서는 모델 S가 매력적인 자동차다. 전기차지만 친환경을 강조하기보다는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전기차라 내연기관보다 더 뛰어난 부분도 있다. 우선 프레임이 알루미늄 소재다. 빠르게 달리려면 가벼워야 한다. 알루미늄은 용접이 어려워 리벳을 많이 사용한다. 생산에서의 비효율을 감수했지만 강성과 경량화를 이뤄냈다. 

 

밸런스 면에서도 뛰어나다. 모델 S의 배터리팩은 자동차 제조과정 중 마지막에 장착된다. 보디와 동력장치가 모두 장착된 뒤다. 평평하고 네모난 배터리팩이 승차공간 아래 부착되는데, 대개의 전기차들이 센터터널와 뒷좌석 뒤편에 위치한 것과 대비된다. 배터리팩의 위치로 인해 모델 S는 미드십엔진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무게중심을 이뤘다. 부품 중 가장 무거운 배터리가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 저중심도 탁월하다. 가속력과 완벽한 밸런스만으로도 스포츠카로서의 매력이 넘친다.

모델 S는 부품 중 가장 무거운 배터리팩을 차량 하부에 장착해 저중심과 밸런스에서 웬만한 스포츠카를 뛰어넘는다. 사진=테슬라


앞뒤에 2개의 모터가 장착돼 상시사륜구동방식이 된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테슬라의 설명에 따르면 내연기관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하나의 엔진이 4개의 바퀴와 연결되기 위해 많은 부품이 사용된다. 후륜으로 연결되는 구동축, 기어박스에서 전륜으로 구동을 보내기 위한 별도의 구동축, 헛바퀴를 잡아주는 LSD 등이다.

 

전기차라면 번거로운 기계부품을 제거해도 상시사륜구동이 가능하다. 스포츠카로서도 전기차가 더 효율적인 것이 아닌가라는 발상의 전환이다. 테슬라의 “4륜구동이 필요한 시기는 한정적이다”라는 말처럼, 연중 짧은 시기를 위해 4륜구동 장치를 달고 다니는 것도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이상 테슬라 국내 출시에 맞춰 모델 S 90D를 고찰해 보았다. 모델 S는 충분히 매력적인 차다. 다만 국내 자동차 판매 시스템에 익숙한 국내 운전자들이 테슬라의 소비자 정책에 얼마나 만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⑧ 모델 S는 맛뵈기, 모델 3가 폭풍의 핵 

 

주시할 점은 프리미엄급 모델 S를 통해 브랜드를 구축한 뒤 보급형인 ‘모델 3(쓰리)’를 내놓을 시기다. 모델 3의 미국 가격은 3만 5000달러에서 시작한다. 올해 중순 생산이 시작돼 내년 중후반에 소비자들이 차를 가질 수 있게 된다. 3만 5000달러면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쉐보레 볼트(Volt)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2009년 아이폰 도입 때의 ‘애플 쇼크’가 2018년 ‘테슬라 쇼크’로 자동차업계를 강타할 지도 모른다는 예측은 단순히 예상이 아니라 정해진 미래처럼 보인다. ​ 

 

모델 S는 워밍업일 뿐이다. 내년 후반 모델 3가 국내 판매될 경우 ‘​테슬라 쇼크’​가 국내 자동차시장을 강타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테슬라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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